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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의 끄적거림/숨

“무엇이 보람 없으랴! 혼이 기죽지 않을진대” - 레오나르드 보프

by yunheePathos 2018. 11. 15.
“무엇이 보람 없으랴! 혼이 기죽지 않을진대.
내 혼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기죽지 않았다고 나는 느끼고 있습니다."

어린시절 즐겨 읽었던 남미 해방신학자 보프가 1992년 사제직을 떠나며 전 세계 교우들에게 보냈던 편지가 우연히 눈에 들어옵니다.

부당한 위계를 거부하며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기 위한 자유의 길을 지키기 위해 복음에 대한 열정과 친교를 고백하며 삶의 방향을 지키되 방식을 달리하고자 했던 보프.

이 편지가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는 시간입니다.

"내 삶을 고취하는 동기들은 그대로 존속합니다

아주 쓴맛을 보고 알기 전에, 그리스도 신앙과 희망의 인간적 바닥이 내 안에서 무너지고 각 위격의 친교라는 하느님의 복음적 모습이 내 안에서 위험에 빠지는 꼴을 보게 되기 전에 나는 차라리 길을 바꾸되 방향을 돌리지는 않습니다. 내 삶을 고취하는 동기들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곧, 가난한 이들에게서 시작되는 하느님 나라를 위한 투신, 복음에 대한 열정, 이 세상의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느끼는 연민, 억눌린 이들의 해방을 위한 책임, 비판적인 사고와 극도로 비인간적인 현실 사이의 매개, 그리고 끝으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밝히고 실천한 것처럼 창조계의 어느 존재에 대해서나 자상하게 돌보는 다정한 마음들입니다.

평신도 예수의 사제직

형제자매 여러분, 희망을 안고 함께 길을 가는 동행자 여러분! 여러분의 투신이 나의 처신으로 말미암아 기죽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이 교회가 더 복음에 어울리고, 더 공감적이며, 더 인간답게 변해서, 교회가 하느님의 아들딸들의 자유와 해방을 위한 의무를 잘 수행하도록 애씁시다.
...

이 상황에서 벗어나면서 나는 슬프지 않고 차분한 마음으로 우리가 사랑하는 시인 페르난도 페소아의 시편을 내 것으로 삼습니다.

“무엇이 보람 없으랴! 혼이 기죽지 않을진대”

내 혼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기죽지 않았다고 나는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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