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팔레스타인과 한반도 평화

한-팔 기독자들의 연대와 협력

yunheePathos 2017. 4. 6. 23:22

니달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그는 팔레스타인 학생기독운동(SCM)을 시작했던 멤버이기도 하고 카이로스팔레스타인그룹의 위원이자 현재 세계교회와 함께 올리브트리캠페인을 전개하고 청년리더십 훈련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와 함께 SCM의 경험을 나누며, 한-팔기독자들의 협력과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시민사회의 평화와 개신교의 혁신을 위해서 말입니다.


(* 니달이 3월 21일부터 26일까지 한국에 방문합니다. YMCA와 NCC에서 각 단체의 리더들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억하셔서 한-팔 기독자연대의 기초를 만드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국 개신교의 근본주의와 패권주의 그리고 확장주의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약속의 땅과 선민의식', '크리스챤정치적시온이즘', '제국의 신학' 그리고 '점령하에서의 성서와 신학'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 중요함을 제안하였습니다. 한국 개신교의 혁신을 위해서 말입니다.


식민지와 내전,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과정 등 수난의 역사를 공유하며 국제정치 패권질서와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고난을 나누고 평화의 연대를 이루는 것이 하나님의 정의와 약자들의 평화에 가까이 가는 길임을 설명하였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말입니다.


교회개혁 500주년을 맞아 루터와 독일에 대한 회고적 성찰과 순례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그것이 아무리 지금의 눈으로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한국 개신교가 왜 태극기 뿐만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기를 앞세우고 거리에 나오는지, 왜 그들만의 게토가 되어 역사성과 최소한의 부끄러움조차 잃어버린 집단이 되었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또 한번 그들만의 신학적 성찬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개신교가 갖는 신학적 토대를 뿌리채 흔들지 않고, 가지만 요란하게 흔든다고 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 교회의 많은 크리스챤들은 이미 신학하기에서 자유로워지고 오직 목회자들의 설교에 대한 절대적 충성과 복종이 올바른 신앙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적, 신학적 노예의 시절인 중세 기독교로 돌아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멀쩡한 지식인들이 교회만 가면 이성적 판단을 멈추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들이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앞세우는지 스스로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빛좋은 개살구마냥 대형화된 한국교회에 젊은이들이 떠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생리적으로 노예임을 거부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한국 개신교의 신학적 뿌리를 흔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봅니다. 진보와 보수로 목회자를 구분하기도 합니다만, 실상 교회 안에서 그리고 신앙인들과의 관계에서 목회자는 목회자일 뿐이라는 일반적 인식이 있음을 또한 기억합니다. 한국 개신교가 평화의 세상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기도해봅니다. 이에 대한 답을 실천적으로 찾아 내는 것이 교회개혁 500주년의 의미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예수보다 모세와 여호수아를 더 좋아하는 한국교회, 이제 가지를 흔든다고 될 일이 아니라 그 뿌리를 힘차게 흔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것은 3.1운동의 100주년을 앞둔 한국교회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 같습니다. 비폭력평화운동과 평화세상에 대한 100년 전 선배들의 비전을 지금 이 시대에 새롭게 조명하고 지금 이 시대의 비전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되었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회개혁 500주년과 3.1운동 100주년을 함께 숙고하고 이런 긴 성찰과 토론의 과정이 있어야만 일회성 기념행사의 말의 성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얽키고 설킨 깊고 깊은 뿌리를 흔들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청되고 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한-팔 기독자들의 연대와 협력이 이런 일을 하는 작은 물꼬가 되고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팔레스타인 기독자와 무슬림들과의 만남은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개신교의 변화와 한국 시민사회의 평화를 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 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신학센터 사빌'에서 제가 관심하는 신학적 주제들에 대한 책을 몇권 구입하고 좋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니달과의 대화 중에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대표적인 신학자인 루터교 목사 미트리 라헵이 운영하는 '베들레헴 국제센터'를 함께 방문했습니다. 라헵은 우리가 주최했던 신학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여한 바도 있고, '나는 팔레스타인 크리스찬이다'라는 제목으로 그의 책이 번역되기도 했습니다. 국제센터에서 주민들이 만든 공예품을 구경하고 전시된 책들을 들쳐보다 니달의 추천을 받아 두 권의 책을 구입했습니다. 제가 관심하는 주제들입니다. 바라기는 돌아가 이 책들을 공부하고 번역하는 모임을 만들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럴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 니달의 저녁 식사 초대로 팔레스타인 전통음식을 맛보았습니다. 얇게 편 빵에 기름을 뺀 닭과 양념 등 야채로 덮어 소스와 함께 익혀 낸 음식인데 맛이 참 좋았습니다. 아쉽게도 이름은 잊어버렸습니다. 베들레헴 국제센터는 예수탄생교회 맞은편 구도시 상가 거리를 지나 언덕 길을 오르면 있습니다.(2017.2.27)


#팔레스타인 #대안성지순례 #성지순례 #기독교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