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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자교수협의회 성명서> 평등권 보장을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어야 하며, 성소수자 논의에 대한 양심적․학문적 자유 또한 보

by yunheePathos 2020. 8. 25.

<기독자교수협의회 성명서>

평등권 보장을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어야 하며, 성소수자 논의에 대한 양심적․학문적 자유 또한 보장되어야 합니다!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는 1957년 창립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한국 사회에서의 민주화와 인권과 정의의 사명을 감당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우리는 그 전통을 이어받아 기독자적 지성으로 시대적 요구에 학문적으로 응답하고, 한국사회의 미래를 전망하는 역할을 지속할 것입니다. 최근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 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의 차별금지법 지지 성명에 연대한 것도 그 의지를 밝힌 것이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이후 발의되었다가 6번 폐기되기를 반복한 법안으로 23개 항목의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비롯해 근본주의 성향의 신학대학 교수들은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보호법’이나 ‘동성애 반대자 처벌법’이라고 부르며 법 제정을 격렬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에 대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70여 년간 한국의 근본주의 기독교는 반공주의와 교회 성장을 한 축으로 삼으며, 독재정권과 결탁하여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민주화와 인권을 외면했던 과오를 범해 왔습니다. 근래에는 성소수자를 표적삼아 교회들이 이들의 합법적인 집회들도 방해하고, 온갖 욕설과 린치로 인권을 침해하는 등 반인권적인 사례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3천여 년 전 구약성서의 한 문장으로 무지막지하게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 것입니다. 구약시대의 이성애적 가부장 문화의 배경을 도외시하고, 편의적으로 필요한 구절들만 선택하여 무차별적으로 적용시키며 정당화시키고 있는 것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의 근본주의 기독교가 이처럼 흑백논리로 자신들의 정당성을 계속 강변한다면, 공공의식과 인권의식이 날로 높아져 가고 있는 우리사회로부터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지난 8월 11일 전국 36개교 367명의 신학대 교수들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에 반대하는 전국 신학대학 교수 연대의 입장’을 발표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명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지성인들이 정작 학문과 양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자기모순을 범하고 있습니다.

향후 차별금지법 반대운동에 기독교대학교와 일반대학 교수의 참여를 권면하겠다는 것, 그리고 9월 열리는 장로교단들의 총회에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입장을 천명해 줄 것을 요청하겠다는 것은 교수들의 학문적 양심과 자유를 침해하는 매우 심각한 사항이며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회권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할 때 신학자, 성직자, 평신도 그리고 이 사회에까지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교회역사가 수없이 증명하고 있는 점을 직시하시기를 바랍니다.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대전서노회 재판부는 허호익 교수(대전신학대 퇴임)의 『동성애는 죄인가: 동성애에 대한 신학적, 역사적 성찰』(동연, 2019)라는 책과 장신대 강의 및 외부 특강의 일부 내용을 문제 삼아 “총회헌법 시행규칙”(제26조 12)을 어겼다며, 은퇴목사의 직을 면직시켰습니다. 이는 교권으로 규정을 강하게 제정해 놓고 학문의 자유마저 빼앗는 중세시대로의 복귀를 선언하는 독선적인 위협입니다. 앞으로도 교단권력이 ‘목사 면직’이라는 칼을 들고 목회자를 옥죄고, 굴복시키는 도구로 계속 활용할 것이라 우려되어 심히 개탄스럽습니다. 이는 또한 전통과 명예의 대한예수교장로회에 크나 큰 수치라고 봅니다.

신학자와 기독인 학자, 목회자는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여 하나님의 의와 예수의 사랑을 담은 성서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면서, 끊임없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인권과 정의와 평화의 예언자적 소명을 다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정신과 삶, 그리고 기독교의 가치가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볼 때, 특별히 성소수자의 인정과 포용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마땅합니다. 낡은 사고, 굳어진 사고는 썩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하기 위한 기독인 학자들과 목회자들의 자유로운 학문 활동과 신앙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에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하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비롯한 근본주의 교회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를 철회하고, 특히 성 소수자를 향한 성서적, 신학적, 인격적 혐오와 차별과 테러를 즉각 중지하라!

둘. UN의 권고하고 있고 OECD 선진 국가들도 차별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국회는 반드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통과시켜 국가적 차원의 인권을 신장하도록 하라!

셋.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대전서노회 재판부는 허호익 교수에 대한 목사 면직, 출교 판결을 철회하라!

넷. 근본주의 기독교 교단과 교회들은 학자와 목사의 학문적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를 즉각 중지하라!

2020년 8월 25일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회장 김 은 규
(성공회대학교 구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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