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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의 끄적거림/원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몇 가지 오해와 종교시민사회의 역할

by yunheePathos 2023. 12. 11.


팔레스타인에 대한 몇 가지 오해와 종교시민사회의 역할


이 윤 희 / 고양YMCA 총무,
올리브나무평화한국네트워크 코디네이터


종교 간의 문제가 아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보는 시각이 다양하지만, 심각한 오해 중 하나는 ‘종교 간의 갈등, 분쟁’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정치적, 역사적 맥락을 넘어서는 매우 복잡한 사안이 된다. 더구나 이것은 서구 정부와 주류 언론, 그리고 그들의 편향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한국 사회의 언론과 지식 전문가들에 의해 확장된다.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야기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를 지지하는 것으로 낙인찍기 되거나,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적 견해는 ‘반유대주의’로 몰리기 십상이다. 이것은 1947년 이후 발표된 300여 건의 ‘UN 결의안’을 무시하며, ‘인도주의’와 ‘전쟁’과 관련한 각종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최소한의 비판적 시각도 부정한다.

이로 인해 세계 시민사회와 종교계는 이스라엘의 ‘반인도주의적이고 비인간적인 집단처벌’의 방관자로 남아 있거나 그저 울림이 없는 공허한 탄식의 소리에 머문다. ‘잘못된 종교적 신념’이나 ‘이슬람에 대한 공포와 혐오’로 팔레스타인에서 수천 년을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인종차별’과 ‘대량학살’에 눈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것은 단지 그 땅의 사람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남·북한과 동아시아 그리고 종교 간의 평화를 소망하는 한국 종교시민사회의 숙제들을 풀어갈 수 있는 ‘평화의 열쇠’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기독교시오니즘과 불법점령, 인종차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영·미 제국의 국제패권질서가 만들어낸 75년에 걸친 ‘식민지 불법점령과 인종차별’ 문제이다. 따라서 일제 강점기 한반도와 같이 역사적 문맥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최소한의 국제법 테두리에서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많은 기독교인들은 지금의 이스라엘을 ‘하나님의 약속에 따라 실현된 성서의 이스라엘’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이 기독교인의 자세’라는 기독교시오니즘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기독교시오니즘은 ‘약속의 땅을 회복한다는 선민(選民)의식’으로 ‘점령과 정복,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는 이스라엘의 정치적 시오니즘’과 맥을 같이한다. 따라서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에 대한 불법점령과 인종차별, 집단처벌(구금, 강제이주, 학살 등)의 불가피함을 주장하거나 이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회피하고 있다.

지금의 이스라엘(다종교, 다인종, 다문화사회)은 성서의 이스라엘(종교적 언약의 공동체)과 다르다. 십자군전쟁이나 아메리카 선주민 학살, 노예무역 등 신앙의 이름으로 저질러졌던 반문명의 비극이 팔레스타인에서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웃 종교에 대한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한국 기독교의 모습이 어디서 태생되고 있는지를 팔레스타인을 통해 볼 수 있다.

‘정치적 시오니즘’과 유대교는 무관하다.

팔레스타인으로 유대인의 집단적, 조직적 이주로 국제정치 안에서 유대인 국가를 세우고자 하는 ‘정치적 시온이즘’은 제1차 시온이스트 총회(1897년, 스위스 바젤)에서 종교적 색채를 완전히 탈색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자리매김 된다. 이에 대해 빈의 랍비이자 저명한 유대사 학자 모리츠 귀데만은“시오니즘은 민족주의적 이기주의의 발로”라고 비판한다(1897년). 실제 당시 독일인 랍비 90명 중 2명만이 이 총회에 참석한다. 대다수 유대인들은 ‘다원적 사회에서 평등한 일원으로 살아가는 종교적 공동체의 성원’이라는 생각으로 이스라엘 건국을 반대했다.

유대인 역사가이자 스톡턴 대학의 홀로코스트 및 집단 학살 연구 교수인 라즈 세갈은 2023년 10월의 가자지구를 ‘인종 대량학살(Genocide)의 교과서적 사례’라고 비판하고 있으며(10월 18일), 미국에 살고 있는 40대 이하의 유대인 중 40%가 이스라엘을 ‘인종차별국가’로 인식하고 있다(2021년, 미국 유대인선거연구소). 따라서 이스라엘의 불법점령과 인종차별에 대한 냉철한 비판이 자칫 또 다른 인종차별로 ‘반유대주의’를 불러일으키거나 유대교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평화의 영성을 확장하는 종교시민사회의 역할

가자지구에서는 지금 팔레스타인인을 제거하고, 팔레스타인을 아파르트헤이트 이스라엘 국가로 변화시키기 위한 75년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피할 수 있는 공간조차 제한된 지역에 히로시마 핵폭탄 두 개에 비교되는 위력의 폭격으로 최단시간 내 가장 많은 어린이 사상자와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인류 공동의 최소한의 윤리적, 인도주의적 책임과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 120개 국가가 즉시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한국 정부는 기권을 선택했다. 종교시민사회는 중립이라는 말로 강자의 편에 서서는 안 된다. 더 이상 희망을 말할 수 없는 팔레스타인 민民들의 애달픈 호소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종교가 절망 가운데 평화의 영성을 키우는 나눔의 뿌리가 되어야 한다.

① '올리브트리캠페인(Olive Tree Campaign)'과 ‘가자지구 어린이와 난민 피난처’ 지원 모금 참여 : 올리브트리캠페인은 팔레스타인 농민들의 땅과 생존을 지키기 위한 국제평화운동. 한국에서는 고양YMCA와 올리브나무평화한국네트워크가 2020년도부터 4년째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특별히 가자지구 어린이와 난민을 위한 후원모금을 진행 중이며, 종교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 드린다.

② 'BDS 캠페인(Boycott, Divestment and Sanctions)'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학교,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스라엘의 불법점령과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을 거부하자는 평화운동. 현재 세계적으로 종교단체, 대학교, 노동조합, 교사, 문화예술인, 체육인 등 전 세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별히 종교기관 등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과 기금의 정의로운 윤리적 투자 원칙을 세우고 부정의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회수 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인의 정신사는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대동사회의 비전을 일구어 왔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문제를 정확히 대면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종교시민사회를 위해서는 한국 기독교, 특별히 개신교가 기독교시오니즘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이웃나라, 이웃종교와의 평화를 일구기 위해서는 ‘점령과 정복의 시오니즘 신학’을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종교시민사회가 서구 기독교 중심의 세계사와 정신사에서 벗어나 세계 문명의 토대를 제공했던 1천년 이슬람과 동양/한국의 정신사를 통섭하고 융합하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가기 위한 공동의 노력과 협력이 요청된다.

* <종교와 평화> 186호 기고 (2023.12. 8. 작성)

종교와평화 - 팔레스타인에 대한 몇가지 오해, 종교시민사회의 역할.pdf
0.10MB
종교와평화-186호-보관용.pdf
19.25MB

 

 

후원 안내 및 참여 자세히 보기  https://blog.naver.com/peacekymca/223278138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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