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를 통섭하는 한국YMCA100주년
- 예수를 초대하는 잔치.
(.......) 100주년 기념사업의 가장 큰 핵심은 과거 YMCA운동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YMCA운동의 근본을 밝히고 비전과 사업을 구체화하는 일이다. 그리고 YMCA가 운동체로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묻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지금 우리의 자리에서, 우리의 말과 행동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YMCA운동의 씨앗이 이 안에 잉태되고 있기 때문이다. YMCA가 이 씨앗을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서 찾고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참으로 어렵고 어려운 질문이겠다.
물론 가장 기초적이고 1차적인 100주년 사업은 YMCA 100년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현재를 축하하는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100주년 사업이 축하의 자리로만 머문다면, 그리고 YMCA 내부의 기념으로만 그친다면 온전한 100주년 사업이 될 수 없다.
이것은 결코 공적 기관으로서, 시민사회와 함께해 온 운동체로서 YMCA 100주년 사업이라 할 수 없다. ‘당대의 YMCA가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없는 100주년 기념사업은 죽은 귀신과의 대화일 뿐이고 껍데기일 뿐이다. 그것은 내용 없는 형식이다. 운동은 내용과 형식의 일체이자 통합이고 그 실현체이다.
고민의 지점은 바로 이곳에 있다. 새로운 비전으로 지금의 YMCA운동이 의미 있게 사회화됨으로써 100주년을 축하하고, 이 힘으로 과거의 100년을 성찰하고 극복할 수 있는 즐거운 잔치가 되어야 한다. 일반 시민들에게 YMCA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그리고 YMCA의 주장과 행동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영향을 받고 기대하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어떤 답이 돌아올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듣는 한국YMCA에 대한 인상은 무엇일까?. “들어는 봤는데 뭐 하는지 잘 모르겠다”, “기독교단체인지 잘 모르겠다”, “봉사단체?”, “청소년단체?”, “YMCA Song?”, ‘수영장?’, ‘아기스포츠단?’등이 대부분의 답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YMCA에 대해 막연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100주년 사업으로 YMCA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과 신뢰도, 기대 등을 조사해보는 것도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커다란 역사의 물줄기 속에서 다양하게 만나왔던 시민들의 YMCA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는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상반되는 이야기 같지만, YMCA의 현재를‘YMCA가 무엇을 하는지 특별히 알지는 못해도 YMCA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는 높은 편이다’라고 정리해도 무방할 듯하다. YMCA의 강점은 높은 인지도와 신뢰도이지만, 약점은 시민 대중에 대한 강력한 흡입력과 참여도, 관심도가 약하다는 것이다.
100년의 역사를 통해 켜켜이 쌓아 온 신뢰도는 높지만 그것이 뜨겁지는 않다. 100주년 잔치를 팔팔 끓게 할 수 있는 온기는 약하기만 하다. 무슨 힘으로 100주년 사업을 밀고 갈 것인가? YMCA 내부의 힘만으로도 결코 작은 힘이라 할 수 없다. 60여개가 넘는 전국Y와 그 안에서 오고 간 수많은 사람들과 회원들, 그리고 이사, 위원들과 실무자들, 지역사회 내에 갖고 있는 인적, 물적(건물, 공간 등) 네트워크 등. 이를 결코 작다할 수 없으며 그 어디에 비해 작은 규모가 아니다.
그러나 YMCA는 지금껏 이와 같은 물적, 인적, 역사적 자산 안에 안주하고 있거나 갇혀 있는지 모른다. 우리가 잘 평가해야 할 대목이다.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중간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지, 거대한 덩치 안에 갇혀 의사결정과 조직문화가 퇴화되고 움직임이 둔해진 것은 아닌지, 이로 인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감들만 찾고 자족하며 내부 지향적인 단체로 후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용광로와 같은 뜨거움과 이를 감당할 열정이다. YMCA운동이 갖는 사회적 존재 의의와 내 삶의 연관성을 밝히는 일, 그리고 YMCA가 이 사회에 필요하다는 내외의 동의를 만들어내며 기꺼이 100주년을 축하하고 참여하고자 하는 벅찬 감동,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YMCA 100주년이 의미 있으려면, 나와 그리고 일반 시민들 안에 YMCA가 무엇인지 답을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잔치는 잔치를 즐기려는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다. 잔치 전문가는 결코 뜨거운 잔치를 만들 수 없다.
예수의 초대를 회피했던 우리가 이제 한국YMCA 100주년에 예수를 초대하자. 에큐메니컬운동체로서 YMCA운동은 뜨거울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시민사회와 교계에 YMCA의 마르지 않는 수원지를 바로 세우고 YMCA의 깊은 우물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깊은 우물을 파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과거와 미래의 통섭 속에 현재를 초월하며 미래의 씨앗을 지금, 현재에 만드는 사람, 이 사람이 예수를 잔치에 초대할 수 있지 않을까?
* 2014년 생명평화센터 기획, 검토 문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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