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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세월호 1주기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에 붙여>

by yunheePathos 2015. 4. 16.
<세월호 1주기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에 붙여>

대통령 진상규명에 대답하지 않았고, 그리고 떠났다

오늘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현장인 팽목항에서 1주기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를 비롯한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을 만날 수 없다”는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과 시민들의 격렬한 항의에 부딪혀 분향소가 아닌 등대 앞에서 담화를 발표해야 했다. 담화를 마친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을 위해 오늘부터 27일까지 9박 12일 일정으로 나라를 떠난다고 한다. 마치 배를 버리고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친 선장처럼, 떠난다고 한다.

대통령 담화문은 사랑하는 사람을 갑자기 보낼 수밖에 없는 비통한 심정과 남아있는 가족들이 짊어지고 가야할 고통의 무게를 언급했다. 더불어 “그분들이 원하는 가족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고통에서 벗어나셔서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라고 조언했다. 참담하다. 지난 1년 국가로부터 위로받지 못한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이 통곡의 바다를 채우는 오늘, 그의 말은 참담하다. 희생자들이 원래 살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진실을 밝히고, 치유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난 1년간 국가는 그러한 능력도 없었고 의지도 없었다. 구조하지 못한 죄를 넘어 희생자들이 원하는 진실의 길을 공권력과 최루액으로 막아섰다. 아니었던가? 누가 그들을 고통에 빠뜨렸고 눈물 흘리게 했는지 대통령은 정녕 모르는지 묻고 싶다. 아니면 지금 절규하는 유가족을 향해 ‘가만히 있으라’고 다시 협박하고 있는 것인가? ‘가만히 있으라’는 잘못된 지시로 죽어간 자식들을 가슴에 묻은 이들에게 인간의 도리로 할 수 없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은 세월호 인양에 대해 “조속한 인양을 하겠다”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빠른 시일 내’에 인양하도록 나서겠다는 정치적 수사는 필요 없다. 지금 당장 인양하겠다는 답이 필요했지만 대통령은 그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을 가로막는 것은 다름 아닌 대통령령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희생자와 그 가족들이 노숙과 도보행진, 삭발을 하면서 외친 ‘시행령 폐기’을 들어 본 적조차 없는가? 들어보지 못했다면, 국가 최고 책임자로써 능력이 없는 것이고, 들었는데도 아무런 답이 없는 것이라면 진상규명의 의지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참사 이후 희생자와 그 가족에 대한 지원이 모두 실패했음이 속속히 드러나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희생자들이 마땅히 받아야할 권리를 짓밟으며 돈으로 희생자를 모욕했다. 그런 마당에 피해 배보상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은 돈이면 된다는 천박한 표현에 다름 아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생명과 인간의 존엄이 있으면 대통령이 당장 내 놓으라.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참사는 꼬리를 물었다. 장성요양병원, 고양파주터미널, 판교환풍구에서 안전할 권리를 빼앗긴 국민들이 죽었다. 참사이후 반성하지 않은 규제되지 않은 탐욕때문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은 다시 국민들에게 ‘안전불감증’탓을 돌렸다. 안전에 불감한 사회의 책임은 국민의 몫이 아니라 정부가 우선이다. 반성도 성찰도 없는 안전국가 건설은 모래위에 쌓은 성과 같다. 피해자는 국민이다.

이완구 국무총리를 비롯한 이정부의 전현직 주요한 인사들이 줄줄이 부패의 사슬에 연결되었음이 밝혀졌다. 어떤 국민도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자유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대통령만 자유롭다. 상식적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자유를 누리며 대통령은 나라 밖으로 떠난다고 한다. 304명의 희생자가 통곡하는 바다를 배경으로 그러한 자유를 홀로 누릴 수 있는 대통령이 부끄럽다. 오늘 유가족들은 ‘시행령 폐기’ ‘세월호 온전한 인양’이라는 답을 기다리며 분향소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대답을 듣지 못하면 합동 분향조차 포기하겠다는 그들의 마음이 파도친다. 눈물이 흘러 분노로 가득차고 있다. 우리는 다시 묻고 싶다. 희생자에 대한 예를 다하지 못하는 정부와 대통령은 필요한가?

대통령이 국민을 버렸다면, 국민도 대통령을 버릴 수 밖에 없다. 참사 1주기 담화에서 우리는 국민을 버린 부끄러운 대통령을 보았고, 그가 떠나는 모습을 망연자실 쳐다 본다. 진상규명 가로막고 안전사회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긴 당신은 자격이 없다.

2014.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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