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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팔레스타인과 한반도 평화

땅을 지키며 살아가는 평화의 연결망, 팔레스타인 협동조합 The Holy Land Handicraft Cooperative Society

by yunheePathos 2016. 10. 15.

Beit sahour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협동조합, 'The Holy Land Handicraft Cooperative Society(대표 : Basma Barham)'를 '얼굴있는 거래'(공정무역 단체) 구명기 대표와 방문했다. Shepherd's Field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다. 2009년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방문했던 곳이고, 팔레스타인 주민과 직접 관련된 일들을 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그동안 두번의 방문을 통해 성서와 관련된 곳을 찾고 팔레스타인 난민, 인권, 어린이 수감자, 대안여행, 청년단체, 교회와 신학자, 카이로스팔레스타인그룹  그리고 무슬림 신학자 등을 만나 우리가 왜 팔레스타인에 관심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분명히 하는 것이 숙제아닌 숙제처럼 우선적인 과제였다. 사실 그동안 얼굴있는 거래가 어려운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올리브 나무로 만든 십자가 등을 구매 판매하기도 했지만 소량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방문에서 협동조합에서 취급하고 있는 대표적인 상품인 올리브 나무로 만든 수공예품 생산자와 공장을 직접 찾아 보기로 하고, 두 군데를 추천받아 제품 생산 전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하늘 아래 가장 큰 감옥이라는 팔레스타인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온갖 휘황찬란한 재료와 도색으로 깃들여진 우리가 보기엔 너무나 조잡하고 소소한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올리브 나무를 활용한 수공예품 생산과 판매가 가족을 위한 일상의 삶을 꾸려가기 위해 쉽게 할 수 있는 일감 중 하나임은 분명한 듯 해보였다. 그런 그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 The Holy Land Handicraft Cooperative Society이다.


일제하 나라 잃은 우리 나라 국민들이 그랬듯이 땅을 지키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과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삶의 공간 중 하나였다. 올리브 나무를 다듬는 과정에서 나오는 톱밥과 뿌연 먼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반겨주고 제작 과정을 설명해주는 그들의 눈에서 일제 강점기와 내란 과정을 거치며 자식 뒷바라지에 여념없던 부모님의 눈빛을 찾아볼 수 있었다면 너무 과장일까? 일제 강점기 한국YMCA는 땅을 지켰던 농민들의 '경제적 향상', '사회적 단결', '정신적 소생'을 3대 강령으로 1923년 신흥우와 홍병선 등에 의해 근대적인 협동조합운동을 시작했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년 동안에 걸친 네덜란드, 미국 등의 지원과 도움이 큰 역할을 하기도 했었다. 마을마다 조합을 만들고 스스로의 삶을 돌보고 가족을 책임지며 땅을 지켜야 했던 우리의 역사와 그리 다르지 않음을 알기에 그들의 눈빛이 유달히 따뜻하게 느껴졌으리라.   


그래서 그런지 협동조합 책임자와 함께 찾은 수공예품 공장(공장이라기 보다는 가내수공업 형태의 작은 창고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은 일하는 사람들이  형제, 조카, 삼촌, 누이 등 대부분 가족 구성원이기도 하였다. 제 각각의 필요와 역할에 따라 가족 중심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 공장의 벽에는 가족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고 다양한 수공예품 소개와 함께 사진에 대한 설명 또한 잊지 않고 해주곤 했다. 가정집을 방문하면 과거 우리네 시골 가정 집에서 흔히 볼 수 있었듯이 벽이나 테이블에 놓여있는 그들의 부모님 사진과 형제, 자녀들의 사진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들 가운데에는 굴곡진 삶을 살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가신 분도 계시지만,  팔레스타인 사람으로 살기 위해 일찍 그들 곁을 떠난 이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그들의 사진이 그냥 단순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추억과 함께 그리움과 희망이 묻어 있는 듯 빛바랜 사진들이 그들에게 가정이 갖는 의미가 아무래도 남다르지 않을까 싶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어려운 환경에서 가족을 돌보는 일이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소중한 일인 듯 하다.


올리브 나무로 수공예품을 만드는 공정 과정과 다양한 생산 제품들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지난 방문에 비해 맘에 들었던 작품도 눈에 띄었고, 종류가 다양하게 나오는 듯했다. 처음 방문했을 때 첫 느낌은 조잡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팔릴까 괜한 걱정도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생산자들이 소비자들의 요구와 수요에 맞춰 끊임없이 바꾸고 개발하려는 노력은 멈추지 않는 것 같다. 상품 디자인은 구매자의 요청에 맞게 제작하고 동일한 디자인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생산, 판매하지 않으며, 소비자가 동의하면 동일한 디자인으로 제작 판매한다고 한다. 이처럼 만들어진 수공예품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찾는 관광객들과 유럽과 미국, 카나다 등이 주요 시장이라고 한다. 특히 유럽의 공정무역단체들에 의해 수입이 되고 있는 듯 했다.  


협동조합 사무실 바로 옆에 위치한 협동조합 제품 전시 판매장은 그 옆 일반 선물가게(Shepherd's Field 정면에 위치)에 비해 한산하기만 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마을 안에 위치해 있고 조합원들이 생산하는 상품 외에 다른 다양한 상품들이 구비되어 있지 않아 그런 듯 하다. 협동조합을 통해 외부에 판매하거나 일부러 찾아 오는 사람들이 주 고객인듯이 보였다. 


하늘 아래 감옥에서 살아가며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이란 무엇일까? 쉽게 물어 볼 수 없는 말이기에 일제 강점기와 내란을 겪은 한국의 역사를 생각해보며 우리 부모와 역사가 가졌던 희망을 생각해본다. 수난 가운데서도 하루의 삶을 지탱하고 살아갔던 우리의 역사와 그리 다르지 않음을 생각하며, 서로에게 도움되는 생산과 소비를 위한 평화의 연결망을 생각해본다. 그것이 평화에 이르는 길 중 하나이지 않을까? 이번 방문을 계기로 더 많은 기운을 모아 평화의 연결망을 만들기 위해 수고하는 '얼굴있는 거래' 구명기 대표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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