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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성지순례, 대안, 평화여행

팔레스타인 일요일 등교길

by yunheePathos 2017. 4. 7.

일요일입니다. 무슬림 학생들이 학교를 나가고 무슬림 시민들이 가게 문을 열기 위해 아침부터 서두릅니다. 그래서 저도 일요일 아침에 서둘러 나왔습니다. 토요일, 일요일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이 여지없이 깨졌습니다. 무슬림들의 삶의 공간에 와서도 요일 감각은 그대로 였으니 말입니다. 몰라도 한참 몰랐던거죠. 오늘도 다마스커스 게이트 앞에서 시간을 보내다 모든 출입문들이 잘 열려 있는지 골목길 마다 돌아다니며 8개의 문을 확인했습니다.


게이트 앞 상황은 그날 그날 검문 서는 군인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오늘은 들고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일일히 확인합니다. 출입증과 ID를 보여주고 출입을 해야합니다. 아마도 오늘은 관광객이나 기독교, 유대인들의 출입이 적고 상대적으로 무슬림들의 출입이 많아서인지 모르겠습니다. 바지춤에 손을 넣고 다니는 사람들은 여지없이 걸립니다. 가방을 메고 다니는 청년도 불러 세웁니다. 난간을 잡게 하고 두발을 벌리고 몸을 수색합니다. 가방을 뒤져보고 툭 던집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무표정하게 가방이나 짐을 챙겨 아무런 일이 없었던 듯이 가던 길을 또 갑니다. 그들의 속내는 모르겠습니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무엇이 재미있는지 웃음을 주고 받습니다.


해가 떠올라 따뜻한 기운을 맞으며 기운을 내봅니다. 그리고 거리를 돌아다녀봅니다. 게이트를 지나는데 머리에 짐을 인 한 할머니가 이스라엘 군인들을 상대로 큰 소리를 냅니다. 할머니가 뭔가를 따지는 것 같습니다. 할머니의 몸짓과 이스라엘 군인들의 이야기를 귀동냥하면 어제 이스라엘 군인에 의해 자신의 아들이 발길질을 당했나 봅니다. 그래서 항의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스라엘 군인은 언제, 누가 그랬냐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할머니 용기가 대단하시다는 생각과 이것이 자식에 대한 사랑인가 싶었습니다.


등교길 아이들은 어디든 똑같은 것 같습니다. 가게에서 아침끼니를 뗴우거나 과자와 음료를 사서 가방에 챙기기에 바쁩니다.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속은 모르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빵을 머리에 이고 지나가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넵니다. 우리가 입고 있는 쪼끼를 안다고 합니다. 어디서 왔냐고 묻습니다. 그리고 악수를 청합니다. 어떤 아이는 빨리 가자고 친구들을 서둘러 세우기도 합니다. 그들은 오늘도 팔아야 할 빵을 배달하며 하루를 즐겁게 지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속은 모르겠습니다.


700-800년전 술탄이 만들었다는 우물이 아직도 기능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길손들이나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나 갈증을 해소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돌로 만들어진 공중 우물입니다. 700년이 넘도록 사람들의 목마름과 갈증을 풀기 위해 만들어진 공중 우물을 보며 이곳에 살아가는 이들의 갈증을 풀 수 있는 우물과 생수는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건너편으로 올리브산을 지나칩니다. 예루살렘 도성을 보며 피눈물로 기도했던 예수의 그림자를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오늘 오전에 있던 일정을 취소하고 짬을 내서 겟세마네 동산에 놀러갈 생각입니다. 지금도 갈등과 반평화의 상징이 되어 있는 예루살렘을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일요일이 없는 일요일을 잘 보내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2.19)


#팔레스타인 #대안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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