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복박사 YMCA 인터뷰(2019)
: YMCA 간사가 ‘평화의 예언자’가 되어 ‘민民’의 힘으로 평화운동을!!!
◇ 일시 : 2019년 1월 10일 오후 1시 30분
◇ 장소 : 도서출판 따뜻한 평화
◇ 인터뷰이(interviewee) : 김용복 (아시아태평양생명학연구원 원장)
◇ 인터뷰어(interviewer) : 강한별 (청주YMCA), 이윤희(YMCA)
1. 지난해 팔순이신 것으로 알고 있다. 축하드린다. 최근 관심을 갖고 계신 주제나 활동은 무엇인지 근황에 대한 말씀을 부탁드린다.
지난해 후배들이 팔순이라고 해서 챙겨주는데 고마우면서 부끄러웠다. 지금까지 별로 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것이 계기가 되어서 내 삶에 대한 순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태어난 해가 38년이 아니고 37년이다. 37년이 어려운 해였다. 왜 어렵냐면 중일 전쟁이 시작한 해였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내 일생은 전쟁이라고 하는 틀 안에서 이루어졌다.
최근 지난 12월 초에 카이로스 팔레스타인 9주년 기념식에 다녀왔다. 그런데 거기서 느낀 것이 팔레스타인 지역 상황이 대단히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2년 전과 비교해 봤을 때 지금 팔레스타인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 트럼프가 이스라엘의 수도를 일방적으로 예루살렘으로 정하고 대사관을 옮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팔레스타인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 미국이 세계 국가들의 지도자로써 조정하고 타협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제는 트럼프가 그런 협력 없이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팔레스타인 평화운동가들은 감지하고 있다. 현재 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이 희망을 자신있게 이야기 하지 않는다. 웃음이 사라졌다. 상황이 아주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팔레스타인과 비교하여 한반도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야기 하면 너무 차이가 난다. 그러나 나는 팔레스타인과 한반도 상황이 다르다는 인식을 하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평화운동이 낙관적으로 진행되리라는 생각보다는 이제 진짜 ‘민民’이 나서서 평화운동을 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은 한반도 뿐만 아니라 세계 민중들의 생명과 평화의 상생을 위해서 해야 한다. 이러한 실존적인 느낌이 최근에 더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한반도, 세계에서 진행되는 2019년의 상황이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
2. YMCA와의 인연이 청년시절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연세대 대학Y 활동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Y 활동을 시작했고 그 때 당시 대학Y와 박사님이 갖고 있던 관심은 무엇이었는가? 당시 활동을 간략히 소개 부탁드린다.
이야기의 시점을 거꾸로 하는 것이 더 실감이 날 것이다. 이학영 총장 시절 생명평화운동의 자문역할을 요청받아 YMCA 생명평화운동으로 팔레스타인 평화활동, 제주도 생명평화대학원 설립시도, 유엔평화대학과의 MOU 주선, 핵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신앙선언을 진행했다. 이런 활동으로 인해 YMCA 기독청년운동이 상당히 중요한 국면으로 진입했다. 연맹100주년 비전사업 결의를 통해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활성화해야 하는지의 과제가 남아있다.
최근 이러한 YMCA와의 활동은 과거의 인연 덕분에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일본 동경에서 활동했을 때 강문규 전 총장, 오재식 회장과 활동을 했었고 강문규 총장이 연맹 사무총장으로 오면서 나를 자연스럽게 정책 논의 과정에 초대하여 YMCA에서 상당히 많은 모임을 같이 진행했다. 또한 오재식 회장이 YMCA 대학부 간사로 있었을 때 나보고 글을 부탁해서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당시 나는 YMCA 운동을 ‘Justice Koinonia’라고 했다. 그 이후 YMCA가 KSCF와 통합이 되면서 KSCF 활동을 했을 때는 지금 안재웅 이사장과 인연이 생기면서 학사단 운동을 같이 했다. 또한 유학을 가기 전 연세대 대학YMCA 활동을 했는데 그 때 많은 활동을 했었다. 당시 정석해 연세대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정 선생님과 같이 4.19 데모활동을 연세대에서 주도적으로 했다. 이처럼 YMCA 기독학생운동은 나의 대학 시절에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3. 70년대 귀국 이후 목적과사업위윈회 위원 등 Y활동에 다양하게 참여해오셨는데 박사님이 생각하시는 Y운동의 중요성, 가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YMCA운동을 제대로 보려면 3.1운동을 봐야 한다. 우선 주목해야 할 인물이 박희도 선생이다. 그는 민족대표 33인중 한 사람이었고 당시 YMCA 대학부 간사였다. YMCA 대학부가 아니였으면 3.1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YMCA 박희도 선생이 3.1 운동의 주력부대였다. YMCA는 사회문제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 당시 서울YMCA의 학생들이 성경공부를 하는데 성경구절이 출애굽 등 민족해방과 관련된 구절만을 공부했다. 박희도 선생과 이런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3.1독립선언서를 전국적으로 배달을 했다.
또한 당시 YMCA에서 발행한 ‘청년’이라는 잡지가 굉장히 중요했다. 3.1운동 직후 그 정신을 이어받아 시운을 전달하는 잡지가 개벽, 신생명 그리고 YMCA의 청년이다. 당시 청년 잡지는 일본 총독부의 검열 대상이었다. 왜냐하면 예수를 사회주의라고 주장한 내용을 실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YMCA가 가지고 있던 우리 민족의 비전은 공화주의였다. 그것이 독립협회, 신민회, 흥사단으로 이어져 공화정을 이야기 했다. 그러나 당시 YMCA는 공화정의 혁명적 사상을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사회문제를 아주 면밀히 다루고 있었다. 이것 때문에 당시 YMCA의 선교사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뿌리가 YMCA 운동의 사상적, 신학적, 사회적 사상의 흐름과 연결이 되어 있다. YMCA의 정신적, 사상적 흐름은 개인주의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YMCA 운동을 사회 운동으로 보아야 한다. 3.1 운동에서 YMCA의 역할이 지금까지 YMCA가 갖고 있는 중요한 가치이며 정체성이다.
4.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인데, Y내적으로나 시민사회 관점에서 3.1운동100년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현재화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부탁한다.
3.1운동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정체성은 ‘민民’ 주도성이다. 민民의 참여로 국가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정상적인 나라가 된다. 앞으로는 그렇게 가야 한다. 정부의 말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민民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3.1운동을 기념하자는 것은 바로 ‘민民’ 주도성을 이야기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 3.1운동에서 YMCA가 가지고 있던 지평이 코즈모폴리턴(cosmopolitan), 범세계적이었다. 3.1독립선언서를 보면 대단히 코즈모폴리턴이다. 내용은 민족선언이지만 핵심은 코즈모폴리턴이다. 현재 우리가 일본 자체를 욕할 것이 아니라 일본으로부터 상처를 치유하는데, 일본으로부터가 아니고 우리 스스로 치유해야 한다. 화해는 승자가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화해의 조건을 갖고 우리가 해야 한다. 이 차원에서 내년 동경 올림픽이 있는데 일본 친구들에게 식민지 종주국과 피식민지 국가 사이에 그동안 있었던 갈등을 해소하는 세계적 컨퍼런스 대회를 하자는 제안을 했었다. 화해는 피해를 당한 사람이 하는 것이다. 또한 평화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경계선 없이 대동단결해야 한다.
이번 3.1절에는 세계의 평화운동 하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모여서 자주적, 자결적 민民의 힘으로 평화를 만들자는 선언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작업은 모든 피해자의 치유와 화해 과정 그것을 통한 정의의 상생관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수학적으로 평등한 것은 초보적인 수준이다. 올바른 상생 관계를 위해서 평화의 비전이 밑에서부터 올라와야 한다. 힘이 있는 사람이 평화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것을 신학적으로 말하면 예수의 평화운동이다.
5. 지난해 아시아 뿐만 아니라 글로벌한 차원에서의 평화, 그리고 민이 만드는 평화를 주제로 세계평화대회를 개최했다. 세계평화대회를 준비하는데 박사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성과가 무엇이고 어떻게 이어갔으면 하는가?
무엇보다 세계평화대회를 개최하는 시기가 시의적절했다.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단순히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자기들 이야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감동을 받았다. 실질적인 진지함이 있었다. 또 하나는 대회를 통해 나온 제안 가운데 항구적으로 시민 중심의 세계평화대회를 한반도에서 매년 계속 하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것은 세계 평화의 축을 만드는 것이다. 세계의 모든 평화운동가를 다 모아서 일종의 융합을 하는 것인데 그 농도가 아주 짙은 운동을 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YMCA가 교량 역할을 하면서 Global Circle of Peace를 만들어야 한다. 평화를 위해 말하고 저항하고 치유하는 예언자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드는 작업이다. 이번 세계평화대회가 이렇게 발전했으면 한다.
6. Y운동의 선배로서 직접 참여도 하시고 간사들 교육도 하시면서 YMCA의 사정을 잘 알고 계시기도 하지만 밖에서 YMCA를 객관적으로 볼 때 아쉬움이나 부족한 것, 좀 더 관심 갖고 집중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라고 보는가? 또한 YMCA 간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
YMCA가 이념, 사업연구를 통해서 YMCA 정체성을 3.1운동의 기본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서 보는 것이 좋겠다. YMCA가 민족사와 세계사 측면에서 종교, 국가, 사상, 이념의 틀에 매이지 않고 문화적 다양성을 초월하면서 평화운동을 해야 한다. 모든 생명체가 주체이며 모든 생명체의 상생을 위한 이념까지 확대해서 코즈모폴리턴하게 운동을 진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YMCA 스스로 ‘관官’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정돈해야 한다. ‘관은 민民을 따라오는 심부름 꾼이다.’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위탁 프로그램 관련해서도 위탁을 받되 그 정신적인 운동은 YMCA 스스로가 하는 것이다. 민관民官이지 관민官民이 아니다. 이 정체성을 분명히 하며 정부와 협치를 하되 주도는 민民이 해야 한다.
또한 현재 YMCA 간사 수준을 대학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대학원 수준으로 가기 위해서 YMCA 간사교육을 전문적으로 해야 한다. 만약 특수 대학원을 만든다면 YMCA 간사들은 꼭 1학기씩 해야 한다. YMCA가 전문적인 민의民意, 정부보다도 앞서가는 정책을 제시하고 만들어야 한다. 현재 YMCA가 그 작업을 만드는 기회가 왔다. 한국YMCA가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과감하게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재정이 필요할 텐데, YMCA를 사회적 재단으로 만들어 재정 구조를 크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우리가 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
YMCA가 앞으로는 북한에 보낼 일꾼을 모집해야 한다. 철저하게 전문적으로 기술 훈련을 받고 북에 가서 협력 활동을 해야 한다. 공식적으로 북한에 제안하고 들어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모든 YMCA 간사들이 ‘평화의 예언자’가 되길 바란다.
2019년 한국YMCA간사회(AOS 출판위원장 : 김종남 대전YMCA 사무총장) '푯대'지에 실린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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