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6.27. 부산 아스티호텔에서 개최된 '한국YMCA전국연맹 연찬회' 개회에배 설교/
- 사회 : 황치환 부이사장(연맹)
- 성경봉독 : 김용백 이사장(영천YMCA)
- 설교 : 김흥수 이사(연맹)

2025년 한국YMCA 전국 이사장·사무총장 연찬회 개회예배 설교
김흥수 이사(한국YMCA전국연맹)
‘예언’과 ‘질서’
A History of Medieval Christianity: Prophecy and Order는 제프리 버튼 럿셀(Jeffrey Burton Russell)이 저술한 중세 기독교사 연구서로, 중세 교회의 역사를 예언의 정신(spirit of prophecy)과 질서의 정신(spirit of order)dl라는 두 개념을 가지고 분석했습니다. 여기서 예언이란 말은 종교 창시자의 가르침, 그 가르침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뜻합니다. 질서는 교황제 같은 각종 제도, 교회법, 교리 등을 뜻합니다. 럿셀에 의하면, 이 둘은 상호 보완적이면서도 충돌하며 중세 교회의 변동을 이끌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1980년대 중반 무렵 외국에서 공부했습니다. 그 때 받은 두가지 질문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방콕에서 온 신문 기자 출신 여학생과 한 과목을 같이 들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왜 종교를 공부해요?” 이 질문은 YMCA 용어로 말하면 ‘목적’의 영역에 속하는 질문이었습니다. 럿셀의 용어로 말하면, ‘예언’의 영역에 속하는 질문이었습니다. 또 한번은 한 한인교회의 원로 목사님을 만났는데, 뭘 공부하느냐고 물으셔서 교회사 공부한다니까 언제 첫 교회가 설립됐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전세계의 교회사가들 중에서 이것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만, 그 목사님께서는 웃으시면서 교회가 언제 탄생했는지도 모르면서 무슨 교회사를 공부하느냐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회의 첫 ‘질서’에 관한 질문이었습니다. 답변은 못했지만, 저는 이때 기독교의 조직과 제도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언과 질서의 문제는 성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의 가르침과 병고침은 예언의 영역에 속합니다. 예루살렘 회의(행 15장)라든가 감독과 집사의 자격과 선정(딤전 3장, 딛 1장), 또 반복적인 의례(세례와 성찬)는 질서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YMCA에서는 이것을 “운동과 기구”, 또는 “목적과 제도”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다 중요합니다. 우리는 오늘 연찬회에서도 이 두 방향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입니다.
먼저 예언의 영역부터 말해보겠습니다. 오늘날 세계 차원에서 YMCA의 전통적인 아이덴티티, 기독교 아이덴티티가 도전받고 있습니다. 공산당 통제하에 있는 중국YMCA는 기독교청년회라는 명칭보다는 흔히 ‘청년회’라고 합니다. YMCA 공식행사에서 기독교 의례가 없습니다. 중국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YMCA운동을 전해준 서구 국가들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캐나다YMCA에서는 공식적인 행사에서 성서를 읽거나 예배, 기도가 없다고 합니다. 미국YMCA는 15년전쯤 명칭을 YMCA에서 ‘Y’로 바꿨습니다. 이것이 홍콩에서 열렸던 세계YMCA총회에서 알려졌고, 이를 문제 삼는 YMCA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캐나다YMCA와 일부 미국YMCA, 호주YMCA 등을 중심으로 세계YMCA 헌장에서 신앙고백적 언어를 삭제하려고 한 바 있습니다만, 한국, 독일YMCA 등의 반대로 실패했습니다. 한국YMCA는 북한에 YMCA를 재건하려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이 경우 북한에서는 기독교를 거부하고 있으므로 현재의 목적문은 재고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기독교적 아이덴티티 없는 중국이나 캐나다YMCA 헌장을 참고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Y연맹은 2010년 경에 지역YMCA 이사회 구성에서 이사 중 20%는 비기독교인이어도 좋다는 지침을 준 적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한국Y의 아이덴티티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기구와 조직의 문제는 현재 많은 Y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입니다. 지난 해 대구에서 열린 YMCA전국대회에 일부 YMCA 총대들이 불참한 것은 제도의 영역에서 일어난 문제입니다.
이런 예언과 질서의 문제는 YMCA만 고민하고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1970년대 이후 한국 사회는 유신체제, 군부독재와 민주화운동, 산업화와 빈부격차, 분단의 문제 등 위기 속에 있었습니다. 이 시기는 한국종교들은 현실 문제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를 가장 깊이 성찰한 시기였습니다. 종교의 역할이 “정신적 수행이나 영혼구원만으로 충분한가?”라는 질문이 종교 내부에서 제기된 시기였습니다.
불교계에서는 ‘돈오돈수, 돈오점수’ 논쟁이 있었고, 기독교계에서는 ‘개인구원 , 사회구원’ 논쟁이 치열했습니다. 이 논쟁에서 각기 전통 종교 내부의 정체성, 실천 방향을 둘러싼 사상적 갈등이 나타났습니다. 불교계는 한국불교는 어떤 수행 전통을 계승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 논쟁했습니다. 성철 스님은 1981년 『선문정로』에서 돈오돈수("단번에 깨닫고 단번에 닦음")를 주장하며 보조국사 지눌의 입장(돈오점수, 단번에 깨달았으나 점차 닦음)을 "이단사설"이라 비판했습니다. 성철은 깨달음의 완성도를 중시한 셈입니다. 다른 이들은 수행을 통해 고통받는 중생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개인구원-사회구원 논쟁의 쟁점은, 구원의 범위와 방식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 무렵 기독교인들은 “종교는 개인을 넘어 사회 문제에 어떻게 관여해야 하는가?”하는 고민에 깊이 빠졌습니다. 사회구원 용어는 1970년대의 용어가 아니라 우리 말로 번역
된 책 『신약사회론』(1929)에서 사용됐습니다. 이때 이후 우리나라 기독교인들 사회구원이란 개념으로 기독교의 사회참여를 생각했습니다. YMCA는 이미 1920년대에 농촌사업 등에서 사회구원론을 받아들였으며, 1976년에 만들어진 ‘한국YMCA목적문’도 이 신학노선에서 제정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도행전 17:26-27의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류의 모든 족속을 한 혈통으로 만드시고 온 땅 위에 살게 하시고 그들의 시대를 정해주시고 영토의 한계를 그어주셨습니다. 이리하여 그들이 하나님을 더듬어 찾기만 하면 만날 수 있도록 하셨으니 사실 하나님이 우리 각 사람에게서 멀리 떠나 계시지 않습니다.” (새번역)
사도행전 17장 전체는 바울이 아테네에서 설교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7:26-27에서 사도 바울이 펼친 논증의 첫 번째 결론은 하나님께서 인간의 존재를 규정하는 '시대와... 경계'를 정하셨다는 것입니다(17:26). 두 번째 결론은 하나님께서 인간 삶을 이렇게 질서 있게 하신 의도를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이 하나님을 찾아 헤매다가 더듬어 찾게 하려 함'입니다(17:27).
이 말씀에 근거해 보면, 한국기독교는 140여년 동안 한국이라는 땅에서 하나님을 더듬어 찾는 일을 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YMCA도 120년 넘게 한국이라는 땅에서 하나님을 더듬어 찾는 일을 해왔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한국YMCA는 조직과 제도를 통해, 목적과 사업을 통해 하나님을 찾아왔습니다. 이것이 한국YMCA의 전통이며, 앞으로도 우리가 무슨 사업을 하든, 무슨 프로그램을 만들든 그것들이 하나님을 더듬어 찾는 일이라는 고백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고백은 앞으로도 YMCA 지도자들의 고백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연찬회가 그런
시간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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