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YMCA운동과 모금
이 윤 희
한국YMCA 생명평화센터 사무국장
* 2014년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군산 청소년수련관에서 개최된 '제2차 YMCA 모금코디네이터 양성과정'에서 9월 17일 발표된 내용이다.
우리가 서 있는 자리?
지속가능한 YMCA운동을 위해 검토해야 할 분야와 논제는 다양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집요할 정도의 지속적인 토론이 만들어지지 않고 일회적인 논란으로 그치고 있다. 또한 총체적 인식과 통합력의 약화로 인해 각각의 사업이나 영역으로 매몰되는 경향성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단편적이고 분절적인 난제들이 되어 풀기 어려운 엉킨 실타래처럼 우리 앞에 던져져 있다.
지속 가능한 YMCA운동을 위한 재원 마련이라는 문제도 이 중 하나다. 재정적인 측면에서 YMCA운동은 90년대 초 이후 외원(外援)이 단절되고 공간(회관)을 중심으로 하는 수익사업의 한계도 분명해지는 상황이다. 더구나 90년대 중반 이후 회원(Membership) 운동과 볼런티어(Volunteer) 운동의 장점도 점차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이와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구YMCA의 외형적 규모는 급속히 커지고 있다. 2000년대 이후 YMCA는 정부(중앙, 지역)의 복지 서비스 전달체계로써의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1) 이의 결과로 수탁기구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고 이에 따라 지역Y의 수도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 서비스 전달체계로의 편입은 사업의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지역Y의 자립적 운동의 재정적 토대는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역Y 자체가 정부의 서비스 전달체계와 동일시되면서 경영이 강조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다양한 서비스 전달체계로의 편입은 이것의 순기능과는 별개로 결국 회원과 볼런티어에 기초한 YMCA운동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악순환2)을 초래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또한 1990년대 말 이후 YMCA운동의 새로운 지도력을 생산, 공급할 수 있는 기제를 상실했던 상황과 맞물려 지도력의 고령화와 관료화를 강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은 복지와 정의에 관한 YMCA운동의 사상적 전통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YMCA연맹은 개발협력의 문제에서 에큐메니컬운동의 원칙으로 ‘정의’와 ‘지역 民의 참여’를 강조해 왔다. 정의는 복지로 제한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의와 참여의 문제는 YMCA의 역사에서 주창해온 개발협력의 원칙이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YMCA운동을 위한 모금운동’은 결국 YMCA 운동의 핵심 비전을 찾는 일이며 이를 통해 지도력의 재생산에 기여하며 회원과 볼런티어 운동의 활성화 그리고 이를 위한 물적 토대의 마련에 관한 것이다. 이를 위해 YMCA 운동의 형성원리가 무엇인지부터 다시 확인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YMCA운동과 모금운동의 관계를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YMCA 모금 운동론’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YMCA 모금운동의 첫 걸음을 위한 단상들을 토론용으로 제안한 초고다.
1. 사회운동의 형성원리를 찾아서3)
‘비영리단체의 모금과 경영’이라는 화두 앞에서 운동의 형성원리를 왜, 다시금 말해야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항상 질문하듯 ‘왜’, ‘어떻게’라는 질문을 기억하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고 알맹이를 싸고 있는 껍데기가 본질인 듯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너무나 많이 보고 있지 않은가?
총체적 관계로서의 사회와 구체적인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운동의 형성원리를 찾고자 한다면, 운동의 구성 요소를 밝히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운동은 이념, 조직, 사업 그리고 재정이 기본 구성 요소다. 조직은 사람과 조직체로 구분할 수 있으며 운동의 형성원리는 이처럼 다섯 가지 측면에서 다뤄질 수 있다.
운동은 진리를 추구한다. 진리는 강제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빛을 발하여 퍼진다. 진리는 스스로 증명하는 힘을 갖고 있다. 말씀은 스스로 존재한다. 따라서 진리는 스스로 운동한다. 이념은 진리의 한 단면이며 현실을 비추는 빛이다. 이념 없는 운동은 없다. 이념이 없는 운동은 뿌리가 약한 나무와 같으며, 이념이 없는 조직은 친교 동아리일 뿐이다.
뜻(이념)을 세운 사람이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이 사업을 만들며 이를 위한 재정적 뒷받침이 운동을 확장한다. 뜻을 세운 사람이 운동의 본질이자 실체이다. 이념과 사람이 운동의 시작이며, 운동의 내용이며 핵심이다. 조직체와 사업은 그 형식이며 재원은 수단이다. 내용이 형식을 규정하며 또한 형식과 수단이 내용을 규정한다. 내용과 형식은 따라서 하나이다.
우리는 하나의 운동을 평가할 때 사업이나 조직, 재정 등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실체적 접근은 이념과 사람을 통해 평가하는 것이며 그것의 실현체로서 조직과 사업을 평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것이 진리가 진리이게 하고, 진리가 운동하게 하는 방식이다. 온전한 운동이다.
2. 운동과 재정
우리의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는 우리의 우물이 있는가? (이념과 비전)
깊은 바다에 배를 띄우고 우리의 유토피아를 찾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가장 먼저 우리가 구해야 할 것은 깊은 바다다. 물이 없으면 배를 띄울 수 없기 때문이다. 깊은 물은 운동체에게 있어 이념과 비전과 같다. 운동체는 깊은 비전과 이념이 필요하고 이에 바탕한다. 가고자 하는 목적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푯대이자 가늠자이며 평가의 제일의 잣대이다. 얇은 물은 머나 먼 고난의 유토피아로 우리를 인도할 수 없다. 아무리 크고 화려한 배라 할지라도 물이 없으면 띄울 수 없는 이치처럼 이념과 비전이 없으면 그 아무리 돈이 많고 무수한 사람이 모인다 하더라도 운동을 만들 수 없다. YMCA라는 배가 띄워진 바다의 정체는 무엇인가? 우리에게 우리의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는 우리의 우물이 있는가? 우리의 생수는 우리의 우물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사람을 끊임없이 구하고 찾는 것은 예수운동의 숙명(운동체와 사람)
그 깊은 물에 띄워진 배는 YMCA라는 조직체이며 배를 만들고 운영하는 선장과 선원은 YMCA의 회원이며 이사이자, 간사이며 지도자이다. 선장과 선원들의 일치된 협력과 단결이 깊은 물에 띄워진 배를 움직이는 기본 동력이다. 이들은 함께할 보다 많은 승객을 찾고 끊임없이 승선을 요청한다. 그 승객이 우리가 호흡하는 지역사회이며 시민이다. 우리는 우리의 유토피아를 향해 끊임없이 함께할 사람을 구하고 찾아가는 세상에 보내진 편지이자 그리스도의 향기이다. 예수의 삶을 살아가는 지속적인 운동체의 숙명과 같다. 우리의 생수를 함께 공유하는 사람, 우리의 우물을 함께하는 사람, 그것이 유지, 전문 지도력을 포함한 회원이다. 우리는 우리와 함께할 사람을 끊임없이 구하고 함께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가? 이것이 없다면 모금도 없다.
기본 동력과 은혜로운 바람(재정과 모금, 회원과 기부자)
재정은 무엇일까? 깊은 바다에서 우리가 만든 배를 띄우고 일치·단결하여 우리의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과정에 재정은 무엇일까? 그것은 앞서 말한 배를 움직이는 기본 동력에서 찾아야 한다. 배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노동으로부터 배가 움직이듯 YMCA를 만들고 기대하는 사람들로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이 재정에서도 기본 동력이다. 회원, 이사, 간사, 지도자들의 몫이다.
그렇다면 모금은 무엇인가? 바람과 같은 것이다. 배를 움직이는 기본 동력이 선원과 선장의 노동으로부터 시작한다면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원활하게 움직이게 돕는 것이 바람이다. 세상이 주는 은혜이다. 우리가 깊은 바다에 띄운 배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바람을 맞이한다면 얼마나 큰 은혜이고 축복이겠는가? 회원과 기부자의 차이다. 회원이 된다는 것과 기부자를 구한다는 것의 차이이다.
회원과 기부자는 우리가 세상에 끊임없이 열려있을 때 그리고 구하고자 할 때 만들어지는 신뢰와 사랑 안에서 만들어진다. 기부자로부터 시작하여 회원이 된다. 회원이 된다는 것은 우리 운동의 목표이기도 하다. 기부자를 만드는 것보다 회원이 되는 것이 열 배, 백 배 더 어려운 일이다. 우리의 생수와 우물을 공유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지속적이고 관계적이며 타자적이고 공동체적이다. 기부자는 우리의 생수와 우물을 공유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일에 일시적인 관심이나 개인적인 또는 집단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을 때 가능하다. 기부자가 회원이 되는 것도 힘들지만, 기부자의 첫 기부를 받아내는 일은 더욱 어렵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기부자보다 회원이 되는 것이 더욱 쉽다. 그러나 우리의 회원은 구성원과의 관계에서도 맺어진다.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단순 참여자로도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아마도 YMCA 회원은 회원이기 보다 후원회원, 기부자의 범주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대부분일지 모른다. 실제 우물을 공유하는 회원이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누구를 회원으로 할 것인가? 누구를 기부자로 할 것인가? 누가 회원인가? 우리가 묻고 따져야 할 일이다. 다만, 회원에 의한 재원, 기본 동력이 없다면 모금이라는 바람을 순풍으로 맞이한다 해도 그 힘을 견디기 못하고 배가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튼튼한 선원이 있는 배가 순풍의 은혜를 입을 수 있다. 튼튼한 선원을 만들어 노를 저을 생각을 하지 않고 바람만을 찾아다니는 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상상해볼 일이다. 우리를 즐겁게 할 바람은 어디서 불고 있는가?
역풍을 헤아릴 줄 아는 지혜(정의와 윤리)
그러나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 역풍이 항상 도사리고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이것을 분별하는 것이 정의이고 윤리이자 책임감이다. 깊은 바다를 생각하지 않고 배의 주인을 찾지 않으며 단지 어느 쪽으로 부는 바람인지도 모른 채 바람 길만을 잘 찾아 돛을 세울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본다. 이들은 결코 배를 띄울 수 없으며 유토피아를 향해 나갈 수 없다. 우리를 인도할 수 없다. 역풍을 헤아릴 줄 아는 지혜, 우리에게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다.
지금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잘 살필 수 있는 사람, 깊은 바다와 그 위에 띄워진 배 그리고 그 구성원과 바람의 방향까지도 잘 살필 수 있는 사람.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온전한 운동가일 것이며, 선장과 선원의 역할일 것이다. 얇은 물에 띄워진 배를 규모가 크고 화려한 배를 만들고자 한다면 그 배는 그 덩치를 견디지 못하고 침몰할 것이다. 또한 튼튼한 선원이 없는 배를 향해 부는 바람만을 찾아 헤맨다면 그 배는 그 바람에 파괴될 것이다. 모금으로 재정을 해결할 수 있다거나 몇 가지의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YMCA운동은 1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채 과거와 현재, 미래를 향한 교차점을 어디에 만들고 있는가?
3. 모금과 관련한 YMCA의 현재에 대한 단상
조직원론에 충실한가? - 비전과 목표
YMCA운동은 사상적으로는 청년(Young/Youth) 에큐메니컬(Ecumenical) 운동체로 자기를 규정하고 있으며 사회 사상적으로는 볼런티어 정신(Volunteerism)에 기초한 어소쉬에이션(Association) 자치(Autonomy) 운동체로 설명된다. 이것은 세상이 주는 평화가 아닌 하나님의 평화(나라)를 주장했던 초기 예수운동의 복음적 전통에 따른 것이며 사회를 보는 기본 관점이기도 하다.
즉, 이것은 근대 시민사회 형성 과정에서 개념화된 것이기도 하나 정신사적으로 세상의 통치 질서(국가)가 없는 사람(노예)들의 삶의 질서이자 자치(자기 통치)의 원리이기도 하다. 또한 개인과 공동체(Community)에 대한 YMCA의 관심은 서구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에 따른 것4)이기도 하나 개인(인간)과 제도의 통합적 혁명을 추구했던 ‘가나안 해방의 여정’과 ‘하나님 영성 운동’의 전통이기도 하다.
어느 것에 관심할 것인가에 따라 미국 중심의 근대 YMCA운동의 전통에 의지할 것인지, 아니면 초기 예수운동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왔던 해방과 자유를 향한 운동의 연속선 상에서 YMCA운동을 위치 지을 것인지 결정될 것이며 이에 따라 YMCA운동에 대한 이해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아마도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YMCA운동에 대한 다양한 이해는 이 두 축 안에서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회원을 찾고 기부자를 구하는 것의 시작은 조직의 시작과 현재에 대한 자기 미션과 그에 따른 과제가 분명할 때 가능하다. 우리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의 합의를 갖고 있는가? 또는 어느 수준에서의 다양성과 통합성을 갖고 있는가? 질문하게 된다. 이것은 결국 YMCA운동의 Text와 Context라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요청되는 끊임없는 대화와 응답의 자리가 어디에 있는가의 본질적인 질문이다.
미국Y의 경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Y가 이해하고 있는 조직원론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Y는 한국Y가 유지하고 있는 간사 지도력의 크리스찬 멤버쉽(Christianity)를 포기한지 이미 오래이며 최근 들어서는 ‘YMCA’에서 ‘MCA'를 삭제하고 'Y'로 개칭한 바 있다. 그것은 모금을 위한 것이다. 미국Y는 매년 모금 순위 재단 중 6~7위로 매우 커다란 모금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Y는 현실적으로 한국Y와 이름은 같다할 수 있으나 그 정신적 맥락은 상이한 조직이 되었다. 두 국가Y 중 어느 Y의 길을 갈 것인지는 현재를 책임지고 있는 지도력에게 달려있다. ‘YMCA 모금 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와도 관련되는 질문이다. 이와 같은 미국Y가 세계Y를 물질적으로 리더십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볼 것인가도 아픈 질문의 하나다.
20세기 形 조직과 문화
YMCA운동은 한국 시민사회의 형성 과정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국제조직으로서 한국Y는 근대 국가 수립과 독립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족운동체였다. 그리고 집약적인 발전에 따른 자본화와 도시화에 따른 문제에 대응하는 유력한 수단이기도 하였다. 신문명과 새로운 가치 질서가 유입되는 창구이거나 국외의 지지와 지원을 이끌어내는 통로이기도 하였다. 문제가 분명하고 단순한 시대적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역량의 결집과 자원 분배의 효과적인 통제를 목표로 했던 관료적 시스템이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동일한 이유로 1 지역(시·군), 1 Y 조직 구성 원칙(관행적으로)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대도시의 경우 비대화된 관료적인 조직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100여 년 동안 형성된 YMCA운동의 역사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YMCA운동의 온전한 책임성과 다양성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비대화되고 관료화된 조직의 무기력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YMCA운동이 안 해본 운동도 없지만 제대로 해본 운동도 그리 많지 않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아닐까?
또한 다층화되고 중층화(복잡화)된 지구 정보사회에서 개인 네트워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다. 기존의 몇 몇 지도자에 의존하거나 관료적 통제 방식의 시스템으로는 내부 인적 자원을 관리할 수 없으며 그 조직 안에서 성장의 꿈을 키우지 못한다. 개인들의 자발적인 자율적인 참여를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그들은 자기 결정과 직접적인 행동, 그리고 관계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모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의 조직형태와 운영, 그리고 조직문화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 되지 않았을까? 정보사회에서의 개인의 능력과 참여 확대, 생활현장에서의 자율적이고 자치적인 민의 자기 통치 강화, 네트워크의 네트워크. YMCA 회원운동에 대한 끊임없는 토론에도 불구하고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금의 변화하는 현실에 조응하는 조직 형식과 운영, 문화에 대한 근본적 접근이 생략된 채 회원운동이라는 원론에서 맴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YMCA운동의 회원과 기부자
YMCA운동에서 회원이란 무엇인가? 회원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역할에 규정과 이를 형성하고 참여하는 과정과 방법, 역할에 대한 논의는 대단히 중요하다. 회원이 YMCA라는 네트워크 안에서 자치와 참여, 자기 통치와 협력의 질서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는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다. YMCA운동과 조직 안에 회원을 끊임없이 요청하고 자치의 규율을 확대하면서 전문 지도력과의 상호보완과 존중의 문화를 살려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결국 유지-전문 지도자 간 회원운동 안에서 용해되고 융합되는 조직문화의 형성은 조직의 형식과 운영, 문화에 기인할 것이다. 따라서 회원운동에 관한 토론은 조직형식과 운영, 문화와 깊숙이 연관되어 있으며 함께 토론되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회원과 기부자는 명확히 구분되면서도 자웅동체와 같이 공동의 DNA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회원과 기부자의 참여 방식 또한 구분되면서도 공통의 기반을 갖는다. 엄밀한 구분과 이에 따른 정책 프로그램 개발이 중요한 이유다.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YMCA운동의 근거라고도 말해지고 있는 회원들(기부자를 포함해)의 YMCA에 대한 만족도, 기대, 변화, 행복, 일체성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YMCA 회원운동과 정책수립의 요구만큼이나 이 작업은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일이다.
참여 조직 과정의 非전문화
회원과 기부자의 참여 조직 과정에 갖고 있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가끔 어쩌다 한번 마주친 그대와 같은 어색한 관계는 아닌가? 사실 본인이 회원인지 여부도 인지하고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회원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일 년에 한 번, 또는 매달 1회, 금전출납기로만 머물고는 있지 않은가? YMCA 또한 회계 행정 파트의 한 부분이거나 소식지 등을 보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지는 않은가? 공동체에 기반 한 회원운동체로서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
회원운동과 기부자의 조직과 참여에 대한 공통성과 상이성이 있음은 앞서 말한 바 있다. 회원운동의 성패는 일선의 간사 지도력의 質과 조직문화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모금운동에 있어서는 조직 책임자의 인식과 역할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그것은 조직의 비전과 방향을 정립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할 막중한 책임과 이에 기초한 조직 내부(이사회, 회원 등)의 일치성과 참여, 기부자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관계망에 대한 강조일 것이다. 그러나 모금은 몇 가지 기능으로 해결될 수 없는 비전과 용기, 그에 맞는 윤리와 책임이 따르는 일이다. 아마도 그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다면 온오프라인 정보운동과 모금운동은 조직 책임자의 가장 중요한 직접적인 역할일 것이다. 이에 맞게 인력과 역할이 배치되어 있는가? 현실은 혹 가장 귀찮고 하찮은 일로 치부되고 있지는 않은가?
모금친화 形 조직? 연목구어(緣木求魚)?
회원운동과 참여, 자치 중심의 네트워크 형 조직과 모금친화형 조직은 충돌하는가? 충분한 토론이 필요한 주제이지만, 결론적으로 전혀 상충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YMCA 모금 기획자(모금캠페인 코디네이터)는 YMCA운동과 회원운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요청된다는 것이다. 모금 기획자들은 대부분 현장에 근거해 있기 보다는 현장과 기부자를 연결하는 역할에 있고 기부자의 요구와 네트워크에 충실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YMCA 모금운동은 운동과 모금 기획이 결합되면서도 기능상 구분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모금 캠페인 코디네이터는 최소한 간사와 같은 수준의 YMCA운동에 대한 이해도를 겸비하고 있어야 하며 모금운동의 최고 책임자는 YMCA운동에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현장의 경험과 요구에 기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사회 변화와 기부자의 요청에 민감해야 한다. 그리고 보편적이지만 내부적인 언어와 목적을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언어로 잘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YMCA 모금운동의 전문성은 무엇보다 最高를 요청한다. 많은 노력과 시간, 투자가 요청되는 대목이다.
또한 모든 지역 단위에서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조건의 차이를 고려하여 지역과 전국단위의 분담과 협력이 요청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인적 자원의 개발과 시스템의 조직화가 동시에 요청된다. 최소한 3년 이상의 인적, 물적 투자를 우리는 생각하고 있는가? 연목구어(緣木求魚). 일상적인 모금 캠페인의 협력과 기금, 지역재단, 네트워크 재단, 공제조합에 대한 검토가 요청된다.
몇 가지 잔상(殘像), 진정성과 경험치.
운동의 가치와 진정성을 무기로 모금운동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무엇보다 소중하고 중요하다. 그러나 오랫동안의 YMCA 활동 경험에서 배어낸 회원 관리와 모금의 경험은 시스템적 모금운동으로의 발전을 방행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모금과 관련해 많은 분들의 이야기에서 두 가지가 자주 회자된다. “내가 평생 회원관리와 모금을 해왔다.”, “운동의 가치와 진정성이 없는데 가능하겠는가? 이런 실무자를 구하기 어렵다”. YMCA운동을 열심히 하면 자연발생적으로 모금운동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의 한 반영인 듯하다. 그러면서 새로운 모금운동의 필요성과 시스템에 대해서는 일단의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다. YMCA운동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YMCA운동을 잘 모르면 YMCA 모금 전문가가 될 수 없는 것은 맞으나 지금의 YMCA운동이 YMCA를 모금친화적 조직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지는 않는다. 대단히 많은 목적의식적인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변화된 사회와 조직운영의 현실에서 새로운 조직과 문화의 형성은 목적의식적으로 준비되어야 한다. 모금과 관련해서도 검토해야 할 사안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의 언어 세계에 갖힌 채 시민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제한된 네트워크로는 조직의 미래를 말하기 어렵다.
4. 몇 가지 일정, 계획?
지난 2011년 이후 수 차례 논의돼 온 ‘회원운동 정책 수립’과정은 중장기발전계획 TF로 수렴되어 그 역할이 맡겨져 있다. 또한 100주년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던 회원됨과 공동체와 참여의 문화확산을 위한 회원주간(날, 달)이 준비되고 있다. 회원과 기부자에 대한 정책이 엄밀하게 구분되고 논의되어야 한다. 생명평화센터 모든 사업의 핵심은 지역, 현장, 전국, 국제화에 있다. 네 가지를 하나의 면으로, 점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모금과 관련한 몇 가지 일정을 제안해 본다.
- YMCA 모금캠페인코디네이터 교육 지속 : 현재 3차 진행, 차기년도 권역별 또는 지역별 시행안 마련, 추진 가능성 검토
- 전국Y 모금친화형 조직으로 전환을 위한 연구자 모임(실무자, 외부 전문가 등) : 간담회, 토론회 등등
* YMCA운동과 모금 (시스템)
- YMCA 모금캠페인위원회 구성 : 모금 운동 기획 전문가, YMCA 활동가, 이사, 외부 기부자 그룹 등
* 모델 사업으로 모금 캠페인 기획, 추진(회원, 지역, 전국 단위 등)
- 지역Y 맞춤형 모금 멘토링 사업 : 차기년도 권역 또는 지역 모델링 사업 추진
- 회원과 기부자 예우/관리 매뉴얼 발간
- 모금의 윤리와 책임에 대한 YMCA 선언 제정
- YMCA 모금 브로셔 발간(년 1~2회, 상하반기)
- YMCA 기부자 데이 (기부자 초청 보고 및 감사)
모금은 돈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다. 당당한 요청과 함께 기부자의 나눔의 행복도 키워가는 일이다. 마음을 얻어내는 일, 돈을 모아내는 일,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여 기부를 하도록 이끌어내는 일은 용기와 능력이 필요한 일이다. 결국 YMCA의 비전을 올곧게 세우면서 변화되는 사회에 호응하는 조직과 운영 방식을 찾아가는 일이다.
1) 1990년대 이후 제3섹터로서의 시민사회론과 제한적인 지방자치의 실시, 민주적인 정부의 등장과 民의 자율에 기초한 생산적 복지 담론, 정부와 정당운동으로의 경도와 정부·시장과의 협력적 거버넌스(Governance)의 도입 등을 그 이유로 찾아볼 수 있다.
2) 회원과 볼런티어운동의 약화와 재정 자립의 토대의 위기는 YMCA를 정부 서비스 전달체계로의 편입을 촉진시키고 지도력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으며 이것이 결국 다시 YMCA운동의 토대 자체를 위협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3) ‘YMCA운동의 형성원리를 찾아서-말씀은 스스로 존재한다.‘ 서론 중에서 (한국YMCA전국연맹과 성공회대학교의 공동 협력 과제 모색을 위한 워크숍’(2013년 10월 5일)에서 “YMCA운동의 형성원리와 시민사회운동의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한 내용을 ‘YMCA운동의 형성원리’와 관련된 부분만을 수정, 보완한 글이다)
4) 근대 이후 자본주의와 함께 성립한 개인의 자유는 법 인격의 자유를 의미한다. 세상은 물질만능의 경쟁과 불안한 삶으로 사람들을 몰아가며 공동체적 인간의 몰락을 재촉하고 있다. 모든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내몰며 법 인격(개인)의 자유를 위한 국가 기능은 강화되고, 구체적인 한 인간(개인)의 자유를 위한 기능은 축소된다. 사실 한 사람으로서의 개인은 무기력한 존재로 기존 질서에 순응하거나 편입되기 위한 경쟁에 참여할 권리밖에 없다. 현대 사회의 개인의 자유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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