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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큐메니컬, YMCA

고목에 꽃을 피우기 위한 생명의 힘이 있는가? 신화와 전설로는 변화의 힘을 만들 수 없다.

by yunheePathos 2011. 2. 20.
고목에 꽃을 피우고 싶어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욕망인가? 새로운 묘목을 키우고, 가꿔가는 것이 빠르고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닐까? 숫하게 혼자 묻고 답하며 갈등하기도 하고, 나를 헤메게도 하는 질문이다. 어쩌면 숙명처럼 안고, 당위로 응답하며 살아온 질문이다.

왜 고목에 꽃을 피우려 하는가? 고목은 고목일 뿐인가? 고목은 새로운 생명의 씨앗을 잉태하지 못하는가? 진정 고목은 썩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사변과 같은 이 말들이 나에게는 나의 생각과 일상을 지배하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런 질문들로 떠난 이들도 많고, 나를 뼈아프게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나에게 고목은 무엇인가? 2천년전 예수로 부터 시작한 기독교에 대한 사랑으로 예수쟁이가 되었고, 혁명적 예수의 삶에 빠져 평신도 기독운동에 삶의 둥지를 만들기 시작하며 일하게 된 YMCA. 예수쟁이로 살아간다는 것도, 더구나 YMCA 활동가로 살아간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새롭게 생명을 키워야하는 거대한 고목으로 가슴에 자리하고 있다. 

왜 하필이라는 질문 속에서. 왜 예수쟁이어야 하는가? 왜 YMCA이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문제에 대한 응답을 유일하게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 갖는 질문이 아니다.)

어쩌면 한반도라는 이 땅에 위치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것도 나에게는 또 다른 고목에 꽃을 피우기 위한 노력이지 않나 싶다. 

수 많은 사람들이 고목의 새싹을 위해 노력해왔고, 또 실망의 뒷 그림자를 남기고 떠나기도 했으며, 새로운 새싹의 터를 위해 그 고목에 도끼질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그 고목에 둥지를 틀고 적당한 햇빛과 그늘을 향유하고자 고목의 마지막 생명수를 뽑아먹고 있는 사람들의 광기가 더 눈에 보이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무엇도 수 천년을 이어왔다 해도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이다. 종시(終始). 끝이 있어야 분명한 새로운 시작이 있다. 예수의 시작도, YMCA의 시작도 다 그 시대의 마지막을 이어 태어났고 그 힘이 지금을 있게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언젠가일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소멸의 길 또한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또 하나의 사실은 그 고목이 영원할 듯 노래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그 고목은 이미 신화와 전설의 창고에 묻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도 고목 위에 앉아 마지막 생명수를 빨아먹고 있지만. 마치 예수를 죽인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른 채 예수를 죽인 것 처럼. 그들은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 채 영원을 노래하며, 소멸의 길로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와 YMCA를 보면서 갖는 내 질문과 느낌은 예수도, YMCA도 고목이 되었다는 것이고, 이 고목이 새로운 생명수를 갖고 있는가?, 아니면 소멸의 길로 들어서 있는 것인가? 이제 신화와 전설의 창고에 쳐박혀 있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고목이 새로운 씨앗을 틔우기 위해서는 고목이 피어났던 생명의 힘이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 복음(福音)일 수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우리가 시지프스와 같이 흘러간 물로 방아를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게된다. 분명한 사실은 신화와 전설이 새로운 세상에 대한 영감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현실을 바꾸는 힘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역사가 아닐까? 

또 하나, 고목의 새싹은 자체가 갖고 있는 생명의 씨앗 뿐만 아니라 햇빛과 바람과 비와 구름과 또 그것이 딛고 있는 토양과 온갖 곤충들, 나비와 벌, 온갖 우주 삼라만상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의지 뿐만 아니라 주위와 상생의 도를 걷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YMCA와 기독교가 고목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대부분이기도 하고, 또 반대로 그것에 도끼질을 하고 있는 분들도 많지만, 그 고목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왔던 사람에게 그 고목이 갖는 생명의 힘과 함께 상생해야 할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함석헌 선생이 한반도를 고난의 역사로 말씀하시며, 그 고난으로 인해 한반도가 세상에 던져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와 힘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말하신 바 있다. 그것이 한반도의 축복이라 했다. 나는 다만, 이 고목 안에 있는 생명의 힘과 고목을 둘러싸고 있는 지혜와 힘을 찾아봄으로써, 세상에 던져진 질문에 응답할 수 있는 답변의 한 자락을 훔쳐볼 수 있기를 소망하고, 이것으로 새로운 새싹의 작은 터가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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