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탈핵을 위해 노력해온 재일 한국인 김신명 선생님께서 합천 피폭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 합천비핵평화대회(8월 5일-6일)에 참석하던 중 불행스럽게도 뇌손상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계십니다. 재일한국인으로서 한국 민주주주의를 위해 평생 도움의 손길을 놓치지 않으셨던 최승구선생님께서 김신명 선생을 돕기 위해 한국의 친구들에게 쓰신 편지를 나눕니다.
YMCA 회원들이 이 분들과 따뜻한 손길을 나눌 수 있기를 기도하며 글을 공유합니다.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특히 일본에서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항상 한국 시민사회와 함께하고자 노력하시는 분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 8월 6일, 합천에서 쓰러진 재일 김신명에게 배우다.
최승구
8월 6일, 한국의 히로시마라는 합천에서 김신명이 쓰러졌다. 하후두암의 수술로 좁아져 있는 기관에 이물질이 걸려, 20분간 심장 정지. 의식은 돌아오지 않고 현재 서울 녹색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왜 일본 국적을 가진 전직 공립 고등학교 교사로 노부아키라는 일본 이름으로 살았던 김신명이 40세가 되어 공적 사적으로 한국 이름을 쓰기 시작했는가, 왜 김신명은 이날 합천에 있었는가?
1945년 8월 6일, 미국은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했다. 미국은 일본이 더 싸울 능력도 없고 항복에 이르렀음을 알면서도 전후 핵무기에 의한 세계 지배를 위해 굳이 비인도적이고 불법인 원폭 투하를 했다. 천황은 국체 수호를 이유로 쓸데없이 전쟁 종결을 지연시켰고, 8월 9일 두번째 원자폭탄이 나가사키에 투하되었다. 그런 가운데 두 곳의 군사 시설에서 일하던 많은 한국인이 피폭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피폭자 70만명 중 한국인은 7만명이며, 그중 4만 명이 사망했다. 살아남은 피폭자의 다수는 가난한 합천 출신이었다. 합천에서눈 현재에 이르기까지 피폭 2세, 3세가 유전에 의한 질병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 정부에 의한 법적 지원은 없고 일본 정부 쪽에서도 한국인 피폭자에 대한 사과, 보상은 없다. 한국인 피폭자의 높은 사망률은 일본어가 서툴고 조선인이라서 물도 음식도 얻지 못하고 병원에 이송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민지주의는 지배받는 인간을 억압하고 상처를 주면서 동시에 지배하는 쪽의 인간성을 왜곡한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은 중국에 패배하고 미국에 항복했다. 그러나 미국의 원폭 투하로 항복한 것은 아니다. 원폭 투하로 미군의 목숨이 구해지고 한국이 해방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원폭 투하를 정당화하는 이런 역사인식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원폭 투하를 "어쩔 수 없었다"라는 역사인식은 핵발전을 수 긍하는 생각과 통한다.
원산 출신인 김신명의 아버지는 빈곤하게 살았고, 일본에서 배우고 싶다는 소원을 가지고 혼자 일본에 건너가 조선인 차별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출신을 숨기고 전기회사를 세워 일본 여성과 결혼하여 자녀 4명을 키웠다. 김신명이 20세까지 아버지가 조선인임을 몰랐던 까닭이다.
그러나 정시제(야간) 고등학교에서 학생들과 절차 탁마하면서 어떠한 차별도 없는 교육 실천에 힘써 온 그는 40세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기미가요 재판 진술서에서)으로 한국 이름으로 살 결심을 한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기뻐한 것은 그의 아버지였다. 그러나 김신명은 "민족 회귀"에 그쳤던 것은 아니다. 민족주의와 국민국가의 틀을 뚫고 사회의 왜곡을 직시하고 인간답게 사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일본의 내셔널리즘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기미가요'의 강요에 반대하는 재판 투쟁에 참여하고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참배 위헌 소송과 안보법안 반대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그리고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격하고 가족과 함께 후쿠오카에 피난한 후, 후쿠시마 사고 원전업체 (히타치, 토시바, 미국 GE사)의 책임을 묻는 재판에 원고로 관여하고, 한일/일한 반핵평화연대 국제운동의 중심 멤버로 활약해 왔다. 김신명은 한국인 피폭자가 원폭 투하를 한 미국의 책임을 묻는 재판을 시작한 것을 알고 도와주고자 반핵평화 운동을 위해 방한했다가 쓰러졌다.
우리는 김신명의 삶에서 배우고 그와 함께 핵무기와 핵발전을 철폐하기 위해, 전쟁과 차별, 억압이 없는 사회를 목표로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될 것을 다짐한다.
재일교포 김신명을 도와주세요. - 반핵평화포럼과 피폭자 추모를 위해 합천에 왔다가 뇌손상으로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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