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자메이카 일정을 결정하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도 그렇고 일정을 만들기도 그렇고요. 지난 번 팔레스타인 일정은 친구들의 경제적인 도움이 큰 힘이 되었었죠. 그리고 팔레스타인 평화운동을 상징적으로나마 YMCA가 시작하고 있었던 단계이기도 했기 때문에 이번에 비해 결정이 쉬웠습니다. 또한 한국 기독교의 변혁을 생각하고, 제국질서 하의 민의 평화운동을 생각하는 이에게 있어 팔레스타인 평화운동은 이념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어떤 형식이든 진행해야 한다는 소신도 뚜렷히 갖고 있던 상황이기에 시간과 비용을 내기가 지금에 비해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기대한 만큼 팔레스타인에 대해 관념적인 추상성을 벗어나는 작은 경험을 갖게 됐고, 일감을 분명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와 함께할 친구들이 생긴 놀라운 10일이었죠. 10일 동안 24시간을 함께하며 이런 저런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것은 아주 좋은 친구맺기 일정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이번 일정은 그런 Y 내부의 흐름에서나, 대외적인 흐름이나 기대되는 뚜렷한 성과가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갖고 있는 개인적인 판단과는 무관하게 말이죠. 내가 갖고 있는 판단은 크게 두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와이가 국내외 에큐메니컬운동의 의제를 수렴하고 의제를 세팅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시기적으로 2013년 WCC 총회가 부산에서 개최되는 시점이기도 하고, Y운동 기반자체가 어쨋든 한국 기독교의 토대를 벗어날 수 없다는 문제의식입니다. 더구나 기독교가 사실 개신교를 말하는 것이지만, 개독교라는 비판에 직면해서 누구도 개신교를 신뢰하지 않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고, 그것은 결국 와이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주객관적인 상황에서 와이가 에큐메니컬 운동체로 자기 위상과 역할을 분명히 잡아가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런 흐름에서 이번 국제에큐메니컬평화대회(IEPC)는 차후 세계총회의 주제와 흐름을 잡아가는데 대단히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내 에큐메니컬운동에게도 그렇고요. 아쉽지만 아직도 와이에 이런 제안을 하고 있는 그룹이 없는 것이 현실적인 상황입니다. 몇몇 에큐 지도자들이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현실 기구를 담당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무슨 이야기인가 싶은 주제인 것 같습니다. 와이가 에큐운동체로서 다른 사람들이 손을 잡아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에큐운동의 모태로서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자기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죠. 이런 과정을 거쳐 한국 개신교에 대한 책임있는 세력으로 와이의 역할 찾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KCNPP를 통해 협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평화운동도 와이 입장에서는 이런 요청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험과 배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향후 2-3년의 활동이 에큐운동체로서 와이 흐름과 역할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지난해 부터 이야기되어온 UN국제평화대학에 대한 뜬 구름을 걷는 일입니다. 제주도 다락원을 활용한 국제평화대학을 유치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의 현실성을 타진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평화대학 석좌교수로 있는 토수힌박사를 통해 이야길를 나눠왔습니다만, 가능성과 현실성, 타당성, 필요성에 대한 종합검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되지도 않을 일을 갖고 시간을 낭비할 수도 없고, 막연한 생각으로만 기획을 하기도 쉽지 않은 시점이라는 판단입니다. 만약 지금 생각처럼 UN평화대학이 아시아권의 평화운동단체와 인적구성으로 유치 가능성이 있다면 여러가지 부분에서 상승효과가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기대만을 갖고 시간과 에너지를 더 이상 낭비할 수 없다는 판단인 것이죠.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기획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공식적으로 협의한 바는 없지만- 이것은 가능성 검토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논의할 수 없는 것이었고, 아직은 아이디어 수준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필요성에 대해서는 기대 또한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이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고, 이를 위해 UN국제평화대학을 방문하는 일정입니다.
이 두가지가 운(?) 좋겠도 다 같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이번 일정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가지 이유만으로도 모금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에 대해 그리 많은 동의가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첫째는 막연한 선언으로만 존재하는 것이고, 둘째 또한 막연한 기대로만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선배님의 말씀은 이런 난감한 저에게 큰 용기를 주셨습니다. "이번에 자메이카에 오죠? 돈이 없어 못오면 모금이라도 할려고 했었는데!" - 진작 말씀 좀 주시지..아이구..다 결정되고 난 다음에. 하지만 다음을 위해 저축해 뒀습니다. 하하.. 윤희는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죠. 무슨 종결자 같네요.- 아주 큰 용기였습니다. 어려운 살림에 흔쾌히 일정과 비용을 허락해준 남부원선배와 또 다른 이 분의 말씀을 위로와 격려삼아 자메이카 방구석에 앉아 있답니다.
그러나 사실 큰 부담을 갖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비행기를 타면 입과 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오감을 넘어 육감으로 생존을 해야 하는 저질 윤희라는 것이 하나의 부담이고, 둘은 목적하고 기대했던 기대가 불투명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야할 길이기에 갔고, 와야 할 길이기에 왔다는 것이 지금까의 삶이었듯, 이번 일정 또한 그런 것이라 봅니다. 불투명하지만 가봐야 할 길!
이런 부담에 아마도 이런 잡글을 생산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쨋든 선후배들의 도움으로 5월 13일(금요일) 오후 5시 40분 비행기로 떠날 수 있게되었습니다. 이날 일정은 무척이나 힘든 일정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개최되는 목적과 사업연구협의회를 1박2일 마치고, 또 바로 그날 대학Y 실무자연수-아 넘 힘들었어요-를 맘은 진정으로 열정으로 차고 넘쳤지만, 설렁설렁 마치고 출발한 일정이기에 그랬고, 혹 챙겨야 하는 일감이 무엇일까라는 부담만으로도 큰 무리가 있는 일정이었습니다. 목적과 사업연구협의회는 크게 할일은 없지만, 어쨋든 성과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심리적으로 컸던 것 같습니다. 대학Y 실무자들과 또 한사람 한사람 친교를 나누고 삶을 함께하는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쉽지 않은 것 같구요. 어쨌든 선후배들의 도움으로 일감 정리하고 떠 날 수 있었습니다. 무척 힘들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거겠죠..
전체 여행경비를 줄이기 위해 이래 저래 들리는 일정으로 눈물나는 경비절감(?)을 감행하고 6월 5일 돌아가게됩니다. 여행 일정이 무척 깁니다. 넘 길다.. 그만..하여튼 엄청 힘든 일정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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