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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의 끄적거림/숨

온라인이 사람을 바쁘게 만드는 구나.

by yunheePathos 2010. 7. 22.

그동안 페이스북, 트윗, 미투데이, 블로그(모임 블로그), 웹멜 등 온라인을 통한 만남의 기제들을 갖고 이래 저래 무엇에 쓸모있는 물건인가 탐구(?)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와중에 '스마트폰 과부'라는 기사도 나왔는데, 같이 사시는 분 왈 "스마트폰 이혼남"이라는 말은 없냐고 하더구만요. 이런 구박 속에 하여튼 서로 연동도 해보고, 여러 어플도 사용해보고 하면서 블로그와 트위터을 기본으로 페북과 미투를 연동해서 사용해 보기로 한다. 고난 속에 희망이 있다는 이상한 꿈을 갖고. 물론 내 트윗질로 페북을 도배하는 행위는 절대하지 않을 작정이다.

트윗과 페북을 심난하게 생각했던 이유는 정보네트워크나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기대도 물론 있었지만, 손가락이 가볍지 않은, 온라인 상에서 쉽게 말을 못걸었던 스스로의 무거움에 대한 반감에서 시작했다. 아주 공적이고 객관적인 것으로만, 그리고 서술형의 글로만 단련된(?) 손가락질과 말질이 너무나 무겁고 어렵다는 생각을 해왔다. 물론 이것이 갖는 장점도 있지만, 그리 창의적이지도 기민하지도 않다는 생각에 트위과 페북의 물결에 나를 적셔보기로 한 것이다.

3주 주말동안 푹 젖어 살았던 트윗질은 그래도 좀 적응하는 편이지만(사실 다른 트윗터리언들의 글에 생각을 보태는 수준에서, 그리고 RT 수준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같이 하자고 그 난리를 펴면서 시작했던 페북은 아직도 그놈의 공식성과 객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것에서 조금이라도 도망가기 위해 페북 개인 페이지를 만들었지만, 그것까지 운영하기에는 너무 벅차고!! 우선 순위에서 밀려가고,, 방치. 어찌하오리까. 개인과 집단을 거의 동일시하며 많은 시간을 그리 보내왔던 나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온라인에서의 활동을 이성적으로 그리고 현실에서 적극적으로 개척(?)해왔지만, 익명의 바다에서 나를 쉽게 드러냄은 아직도 어려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블로그다. 트윗질로만 내 생각을 표현하기도, 페북으로 생각을 정리하기도 쉽지 않은 공간에서 개인 블로그를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 이것이 문제다. 그동안 뭐 색다르게 개인의 생활과 생각들을 따로 정리할 필요가 거의 없었다. 그건 노트나 좋은 머리(?)에 메모하면 되었으니..그리고 회의록이나 일들을 정리하면서 객관화된 언어로 표현, 모임 블로그에 올리면 되었으니.

그런데 내가 원하기도 한 바이지만, 가벼운 손가락질의 필요성이 생기고 이에 따라 내 개인 블로그를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가 다시 고민으로 등장한다. 만들어놓고 또 깡통. 그래도 약간은 분리하기로 작정해본다. 집단에서. 그리 쉬울지. 이 블로그도 개설한지 얼마인지 며칠인지도 모르겠다. 개설 당시 달랑 글 하나.

하여튼 온라인이 사람을 무척 바쁘게 만든다. 술 한잔의 대면을 좋아하고, 술자리 대화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고달픈 일이다. 왜 그리 바쁘게 그 많은 소식을 듣고 알아야 하는지, 모르면 뭐가 어떻다고. 꼭 내 생각을 표현해야 하는지.. 잠잠히 침묵 속에 진리도 있는 것인데. 느림과 자치,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자칭 아나키 예수쟁이인 나에게는 너무나 빠름을 강요당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온라인이 갖는 새로운 만남의 원리들이 우리 안에 구현되며 만들어지고 있고, 그것이 문화로 형성되어 가는 시점에서 이것에 또 편승해보기로 작정한다. 그래서 깡통이 될 망정 개인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이것 땜시 나로 인해 누가 손해를 보는 사람있나? 이것이 몇 번째인가?


<<충남 공주 계룡산 도예촌에서 여유작작. 5/2. 출연진 : 함께사는 가족 3인과 행인 2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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