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2일, '팔레스타인과 한반도, 한국 기독교평화운동의 과제' 세미나(오후 2시 ~5시, 한국YMCA전국연맹 회의실)에서 주제 발표를 맡아주셨던 박성원교수님께서 주제발표문을 정리하여 다시 보내주셨습니다.
제국들의 지구정치와 팔레스타인
박성원 (오이코스생명물결 대표)
팔레스타인 문제는 한반도 문제와 마찬가지로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모를 아주 난해한 문제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같은 분노, 같은 분석, 같은 호소, 같은 대응, 같은 임시방편적 해결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근원적인 해결이 없으니까 결국 이번 전쟁도 유도전쟁-휴전-대화-합의 등으로 이어지더라도 한시적일 뿐 사태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죽어나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민중들밖에 없다. 이 문제에 대해 세 가지 관점에서 얘기를 해 보려고 한다.
한 가지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은 철저히 제국의 전술적 틀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제국의 지구정치의 관점에서 살펴보려 한다. 다른 한 가지는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결자해지”로 갈수 있는 압박전략(에큐메니칼 대응 포함)을 생각하려고 한다. 물론 팔레스타인 문제를 위한 해결책에 연대, 지원행동들을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은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이것으로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세 번째는 진정한 민주주의에 이를 수 있는 새로운 민주시민정치의 문제 제기이다.
먼저 제국의 지구정치의 전술적 논리를 한번 살펴 보자. 많은 사람들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중요한 열쇠는 미국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세계의 분쟁지역 상황전개에 대한 흐름을 좀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외전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미국의 대외정책의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차 대전 직후 미 국가정책기획부 부장을 맡았고 이른바 냉전체제의 설계자로 불리우는 조지 캐넌(George Kennan)이 수립한 ‘미 국가전략에 대한 비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것이 미국의 세계지배전략의 기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건의 핵심적 내용은 이것이다: “미국의 궁극적인 세계전략은 군사주둔을 통해 경제적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The ultimate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is to preserve and strength the US economic influence on world market through military presence), 즉 미국의 국가전략의 궁극적 목적은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것이고 그 수단으로 미군의 개입 및 주둔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건 아주 오래된 문건이지만 2차 대전 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 미국이 군사개입을 하는데 늘 적용되어 왔던 원칙이다. 불량국가(Rogue State)의 저자로 유명한 윌리엄 불름(William Blum)이 쓴 “희망 죽이기”(Killing Hope)란 책에 보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군과 CIA가 한국전쟁, 아프칸, 이라크 전쟁과 같은 대규모전쟁부터 시작하여 파나마의 노리에가(Noriega)라든지 하이티의 장 버트랑 아리스티드(Jean-Bertrand Aristide)축출과 같은 정권교체에 개입한 것이 총 57건인데 거의 모든 세계분쟁의 이면을 이해하는데 이 원칙이 결정적인 열쇠가 된다. 전쟁의 목적은 세계시장지배, 그 수단은 군사적 개입이다. 미국이 어느 지역에 군사개입을 할 때 자유수호니 인권신장이니 민주주의 수립이니 평화니 하는 것을 내 세우지만 그것은 내 세우는 명문일 뿐 속셈은 여기에 있다.
제국은 이런 큰 틀의 전략적 목표아래 그 때 마다 세부적인 전략적 작업을 한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있을 때 마다 이른 바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최고위원회가 할 수 있는 블루 리본 패널(Blue Ribbon Panel), 혹은 불루 리본 위원회를 통해서 전략을 짠다.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2년 1월까지에도 미국의 핵 미래에 대한 블루 리본 위원회( Blue Ribbon Commission on America's Nuclear Future)가 가동된 바 있다.
2000대를 앞둔 시점에서 국방부, CIA, NSA(미국국가안전보장국) 등 미 정부 내의 모든 안보 관련 부서들로 구성된 테스크 포스팀이 참여한 중요한 불루 리본 패널을 운영했다. 여기에서 '국가전략을 개척하기 위해서; 안보 유지와 자유를 촉진시키기 위한 협력’이라는 불루 리본 패널 보고서가 나왔다. 이 문건은 아프카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등 2000년대에 들어와 일어나고 있는 지구정치적 사건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길라잡이이다.
이 문건의 내용은 미국이 21세기에도 세계지배를 계속하려면 초기 10년간(2001~2010년)의 신세계질서를 어떻게 짤 것인가로 요약된다. 원칙은 조지 캐넌의 전략과 완전히 동일하다. 즉 ‘세계 어느 곳에서든 미국의 안보와 영향력을 위협하는 세력을 허용할 수 없으며, 이 같은 세력이 발견되는 경우 즉시 그 요인을 제거하고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것이다. 세계전략 차원에서는 인도의 경제적 영향력을 증대시켜 러시아, 중국 수준의 동반자로 삼는다거나 중국과 새로운 차원의 군사전략협의체를 만든다든가 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인도로 하여금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토록 하는 한편 중국의 군사력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미국이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이용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이용해 온 것은 오래된 일이다. 미국이 최근 아베의 헌법 재해석의도를 지지하고 나온 것은 중국견제가 목적일 것이다. 최근 중국은 일본과 미국을 견제하는데 한국을 이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시진핑의 한국방문은 이 차원에서 된 것 같고 이에 일본은 남한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을 이용하는 것 같다.
앞의 문건에는 미국의 개입이 필요한 분쟁지역에 대해 세 가지 대응방식으로 개입한다고 되어 있다. 그 세 가지 방식은 ‘조성’(Shape), ‘대응’(Respond), ‘준비’(Prepare)이다.
첫째 ‘조성’(Shape)은 특정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그것을 미국의 목표에 맞게 조건을 만들어간다는 이다. 사례로 코소보사태를 들 수 있다. 코소보에 인종갈등이라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그것을 계기로 미국의 숙원사업이었던 발칸반도에 대한 군사개입을 국제사회가 요청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이라크전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미국이 국제사회 여론몰이를 해서라도 이라크를 침공하려고 한데는 깊은 이유가 있었다.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것을 빌비로 미국이 걸프전쟁을 일으켰는데 이유는 냉전체제 이후의 세계질서의 재편이었다. 다시 말하면 사회주의권의 붕괴라는 오래된 숙제를 풀고 아랍세계를 본격적으로 요리할 필요가 있었다. 걸프전쟁이 끝난 후 미사일방어체계(Missile Defense System)이슈를 띄우며 신무기산업을 일으키려고 계획했는데 세계에 경제위기가 닥치니까 주춤하다가 2003년에 다시 이라크전쟁을 일으킨다.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받아내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라크침공을 감행한 이면적 이유는 미국이 2차 대전후 이른바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퀸시협약(Quincy pact)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세계 최대 유전 채굴권을 양도받았는데 그 계약기간이 2005년에 끝나기 때문에 이라크의 유전들을 장악하기 위함이었다. 명분은 대량살상무기나 생화학무기의 색출을 내세웠지만 전쟁이 끝난 후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그러니 그것은 명분일 뿐 목적은 다른데 있었음이 확실해졌다. 상황을 제국의 이익에 맞게 조성해 나갔을 뿐이다.
둘째 전략인 ‘대응”(Respond)은 분위기를 조성해놓은 가운데 적절한 사태가 발생하면 이를 놓치지 않고 바로 대응하는 전략이다. 그 예로는 아프카니스탄 침공을 들 수 있다. 미국은 9.11테러가 나자 배후로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끌던 알카에다를 지목하고 이를 색출하기 위해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한다. 그래서 우리는 9․11 터지고 나서 미국이 아프간 폭격을 결심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9.11 테러가 나기 전인 1999년 6월 미 국무부 차관이 파키스탄에서 탈레반의 압둘 잘릴 외무장관을 만나 빈 라덴을 인도하라고 요청한다. 탈레반으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요구였다. 이것은 공격의 명분을 만들어 가기 위함이었다. 미국의 아프간 전쟁 계획은 이미 2001년 7월에 완료되어 있었고, 9․11 이전에 작성된 불루 리본 패널 보고서에는 아프가니스탄 폭격이 이미 들어가 있었다. 9․11 훨씬 이전부터 미국은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아프간 전쟁이라는 목표로 한 발자국씩 다가서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마침 9.11사태가 나니까 거기에 대한 ‘대응’(Respond)으로 아프카니스탄 침공을 감행한 것이다.
셋째 전략인 ‘준비’(Prepare)는 상황의 발생이나 예견과 관계없이 제국의 계획을 사전에 준비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2000년대 중반에 우주개발정책(National Space Policy)를 발표한 바 있고 이미 언급한대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의 핵 미래에 대한 불루 리본 패널을 열었는데 이런 계획들이 모두 ‘준비’(Prepare) 전략에 해당한다. 미국이 냉전체제 이후에 끌고 나오다가 여러가지 변수로 아직 제대로 밀어부치지 못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체계(Missile Defense System)도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제국은 세계 어디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지 시간과 공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미 갖추고 있는 일관된 목표에 따라 대응한다.
이 제국의 세계지배전략이 팔레스타인 사태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 크게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중요한 방향타를 미국이 잡고 있기 때문에 이 시각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작게는 부시가 말한대로 미국의 편에 충실하게 서서 미국과 궤를 함께 하는 종속제국(sub-empire)들도 이 전략을 상당히 모방해서 사용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제국을 중심한 세계의 지정학적 구도를 잠깐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냉전체제 후의 세계의 지정학적 축은 미국을 중심한 서방세계, 아랍세계, 중국으로 금융, 경제, 정보, 군사, 정치, 문화 모든 면의 지구정치가 이 축을 중심으로 이루어 진다. 여기에서 중동은 아랍과의 각축장이 되고 남미는 미국의 직접적 각축장이 되고 있고, 아시아, 특히 동북아는 중국과의 각축장이 된다. 아프리카는 과거에는 유럽제국들간의 각축장이었는데 부분적으로 유럽과 미국의 각축장이 되었고 최근에 와서는 서방과 중국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미국의 지구제국아래에는 여러 종속제국이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데 영국, 유럽연합, 이스라엘, 일본, 사우디 아라비아 같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제국과 종속제국들의 구사전략이 거의 같은 패턴을 따라서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팔레스타인 사태도 거의 같은 틀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은 2008년, 2012년, 그리고 이번 사태로 세 번째로 이어지고 있다. 2008년 12월 1차 가자 침공시 지상군 투입으로 1400여명 이상의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했고 사상자 2/3 이상 대부분이 어린이와 노인을 포함한 민간인이었다. 2012년 2차 가자 침공으로 174여명이 사망했으며 이번이 세 번째이다.
그런데 세 번의 침공에 숫자나 세부사항은 다소 다르지만 패턴은 거의 같다. 이스라엘 사람이 실종되거나 살해 되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수배, 체포, 구금, 고문 등이 이루어지고, 그 다음에 이스라엘의 폭격과 지상군 공격으로 이어집니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의 저항이 일어나고 극심한 피해가 발생하면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에 대한 성명이 이어지고 이집트 같은 중간자를 동원해 중재하고 협상하고 휴전하고 봉합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최근의 이스라엘의 침공은 주로 하마스와 파타간의 협력(2014년)이나 하마스가 정권을 잡거나 잡으려는 시점(2008년), 국제사회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2012년, UN 참관회원국 승인) 등 국내외 정치적 여건의 변화 필요성이나 하마스의 약화나 붕괴, 고립과 분열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 일어나는 사건을 이용해 자기들의 정치적 목적을 조성, 대응, 준비해 나가는 것이다.
이번 사태도 이 구조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길라드 샤에르, 에얄 이프란, 납달리 프렌켈 등 이스라엘 청소년 셋이 실종된 것은 6월 12일이었다. 이스라엘은 18일 동안 수색 구출 작전을 편다.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수천 가구를 수색하고 수백 명을 체포하고 조사했다. 드디어 7월 1일 시체를 발견한다. 그런데 사실은 아이들이 실종된 그날 이스라엘은 이미 아이들이 죽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실종된 그날 이스라엘 119인 100번에 “그들이 날 납치했어!“(“hatfu oti”)란 길라드 샤에르의 다급한 음성과 곧 이어 “머리숙여!”란 소리와 총성, 신음소리, 총소리, 그리고 아랍어로 노래하는 소리가 녹음되었다고 한다. 그날 밤 납치자들이 버린 아이들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스라엘 당국은 이 상황을 대대적인 팔레스타인 공격을 위한 조건으로 조성해 나가고 대응해 나갔다. 벤쟈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수상은 즉각 아이들의 죽음에 대한 함구령을 내렸다. 기자들이 소문을 들었지만 이스라엘국가안전부(Shin Bet)가 언론통제를 했다. 대중여론을 위해 네탄야후는 철저히 아이들이 살아있는 것으로 하고 수색작전을 계속했다. 대중들의 슬픔과 분노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시위, 기도회가 국내외로 확산되고 실종아이들의 어머니들이 계속 TV에 나오고 이 중 하나는 제네바 유엔에서 실종아이 귀환을 호소하기도 했다. 전 세계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을 향한 아랍세계의 테러로 규탄했다.
수 주 동안에 걸쳐서 이 상황이 계속되고 드디어 분위기가 조성(Shape)되자 7월 8일 대응(Respond)단계로 들어가 공습이 시작되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아이들이 이미 죽었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며 하마스의 서안지구 작전을 봉쇄하기 위한 명문으로 조성하고 대응하는 구실로 삼았던 것이다.
네탄야후는 1996년부터 99년까지에 이어 이번에 두번째로 집권했는데 이스라엘 보수연합정권은 결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 같다. 네탄야후는 지난번 집권때도 오슬로 협정을 사보타지했고 이번에 집권하고서도 아바스는 서안지구만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그와는 협상을 할 수 없다고 회피해 왔다. 그러면 팔레스타인에 연합정권이 탄생하면 협상에 임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하마스가 참여하는 팔레스타인 연합정권과도 결코 협상에 임할 수 없다. 그러면 이번에 하마스를 완전히 파괴하고 싶은 것이 네탄야후의 바램일진대 그렇게 될 수도 없겠지만 하마스가 완전히 와해되면 협상에 임하겠는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하마스가 와해되면 더 깨끗하고 선명하고 더 과격한 팔레스타인 세력이 가자를 장악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네탄야후는 왜 이 상황을 이대로 끌고 가는가? 이스라엘 우파연합정권이 결코 팔레스타인과 평화로 가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또 이렇게 함으로써 이스라엘 국민여론을 우파에 유리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하마스도 이번 전쟁에서 쉽게 물러설 수 없으리라고 본다. 그 이유는 이란이 지금까지 매달 2천만불을 하마스에 지원해 왔는데 하마스가 시리아 내전에서 수니 반군편에 섰기 때문에 이 자금지원이 중지되었고 이집트도 모르시(Morsi)가 이끌던 형제정부(Brotherhood government)를 축출한 쿠테타가 성공한 이후 터널을 봉쇄했기 때문에 하마스의 주 수입원이 차단된 상태여서 하마스가 재정적으로 어려워지기 지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는 하마스가 강경입장을 취하면 취할수록 팔레스타인의 대중적 지원을 받고 이럴 경우 해외로부터의 재정적 지원도 가능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2008년 희생자가 1200명, 2012년 희생자가 174명일 때 휴전과 협상이 이루어졌는데 이번에도 팔레스타인 희생자수가 400에 육박하고 과거 수천의 팔레스타인 구금자와 교환했던 일이 있는 이스라엘 군인 한 명을 생포했다고 하니 이제 협상에 들어갈 단계는 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절대로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한다.
근본적인 해결은 무엇이냐? 국제 사회 대부분의 생각은 오슬로 협정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오슬로 협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하냐?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역 잠식과정을 보면 이 시나리오는 제국의 지정학 개임이 계속되는 한 결코 이스라엘의 마음에는 없는 것 같다. 팔레스타인도 더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에 그 저항이 점점 전투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팔레스타인의 정서와 의지는 마무드 다르위쉬(Mahmoud Darwish)란 시인의 “가자를 위한 침묵”(Silance for Gaza)이란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그 무엇도 우리의 소리를 다른 데로 돌리게 하지 못할 것이다.
그 무엇도 우리의 주먹을 적들의 얼굴에서 떼어내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나라를 달의 동편이나 화성의 서편에 세우지 않을 것이다.
가자는 온 몸을 바쳐 거부한다.
굶주림과 거부, 목마름과 거부, 쫓겨남과 거부, 고문과 거부, 포위와 거부, 죽음과 거부
적들이 가자를 마침내 빼앗을 수도 있다. (폭풍이 섬을 덮치듯이… 그래서 모든 나무들을 쓸어버리듯이)
그들이 그들의 뼈를 부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탱크를 어린아이들과 여성들 속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가자를 바닷속으로, 모래 속으로 피 속으로 던져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자는 다시 속아서 침략자들에게 “예”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가자는 계속 폭발할 것이다.
그것은 죽음도 아니고 자살도 아니다.
그것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가자 방식으로 하는 선언이다.
가자는 계속 폭발할 것이다.
그것은 죽음도 아니고 자살도 아니다.
그것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가자 방식으로 하는 선언이다.
이 시에서 우리가 그 결연의 의지를 보듯이 팔레스타인의 생존의 존엄은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어디에 있으며 그것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 서두에 말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결자해지의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근대 팔레스타인의 모순을 누가 만들었는가? 그 모순은 서구 식민주의가 만들었다. 그 상황을 오늘 제국의 신식민제국의 주의가 계속 이어가고 있다. 1917년 당시 팔레스타인을 식민지배하고 있던 영국 수상 벨푸어가 팔레스타인에 유대국가건설을 약속하는 벨푸어의 선언을 발표한다. 근대 팔레스타인의 비극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이에 용기를 얻은 이스라엘은 1948년에 이스라엘 국가건설을 한다. 이후 이스라엘은 미국과 유럽의 후원을 받아 영역을 넓혀간다.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점령한 이후 미국은 이스라엘에게 1200억불 이상을 지원해왔다. 미증유의 군비와 경제지원이 정치적, 외교적 지원과 함께 제공되었다.
미국과 이스라엘간의 관계 못지않게 이스라엘과 유럽의 경제적 유착관계도 아주 긴밀하다. 유럽은 특히 홀로코스트의 잔영 때문에 반셈족 정서를 늘 경계하며 이스라엘 친화적 입장을 취한다. 경제적 부분은 더 긴밀하다. 유럽연합은 이스라엘의 최대 교역국이고 연간(2012년) 쌍방 무역이 400억불에 달한다. 유럽연합-이스라엘 무역협회는 이스라엘에게 유럽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득권을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기득권을 제공함에 유럽연합은 이스라엘에게 국제법 준수와 인권존중 및 민주적 원칙을 지킬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국제법을 가장 많이 가장 뻔뻔스럽게 어기는 나라이며 세계에서 가장 인권침해가 심한 나라중의 하나이다. 2000년부터 이스라엘군이 죽인 팔레스타인인이 6750명에 달하고 이 중에서 1380명은 어린이이다. 인티파타 기간 동안 이스라엘에 붙잡힌 팔레스타인들은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잔혹한 수형생활을 해야 했고 이스라엘의 보안기관에 의해 조사를 받은 팔레스타인인 가운데 85%가 고문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스라엘이 1967년부터 파괴한 팔레스타인 가옥수가 29,000에 달하고 사담 후세인 이외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용의자가 생기면 용의자의 집 자체를 파괴하는 나라가 바로 이스라엘이다. “나는 변호사이다. 그러나 나는 법을 반대한다. 특히 국제법을 반대한다.”라고 선언한 전 이스라엘 외무장관 치피 리브니(Tzipi Livni)의 선언에서 보듯이 이스라엘에게 법, 특히 국제법은 전혀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은 인권침해 국제법 위반을 하는 다른 나라에는 즉각적이고 엄청난 제재를 가하면서도 이스라엘에게는 한번도 그런 제제를 가한 적이 없다. 유엔도 북한에 대해 얼마나 제제를 남발했는가?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관대하기 이를 데 없다. 우여곡절끝에 유엔이 이스라엘 제재를 결의한다 하더라도 미국은 늘 여기에서 반대한다.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외에도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저질러온 팔레스타인에 대한 모든 공격이 국제법 위반이며 심각한 인권침해, 심지어 반인류적 행위인데도 국제사회는 이에 대한 정당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결자해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은 식민주의의 구조 속에서 오늘의 구조를 만들고 신식민주의의 선상에서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후견해 온 서방제국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본다. 내가 미국과 유럽연합이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결에 나서라는 것은 그들에게 자비를 구하는 것이 아니고 그들에게 정의를 요구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소위 정의와 평화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이스라엘-팔레스틴 문제에 제대로 정의를 세울 때 팔레스타인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한반도 통일문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늘의 분단체제에 일차적이고 지속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는 제국이 정의로운 평화로 이 문제에 접근하지 않고 계속 제국의 지정학적 게임 속에 두려면 이 문제의 해결을 결코 쉽지 않다.
문제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 및 국제사회가 정의를 세우도록 촉구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
먼저 나는 팔레스타인문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프르타이트 문제처럼 국제사회가 세계 시민사회의 힘을 결집해서 압박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것으로 충분치 않으며 국제사회가 더욱 이 문제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가자 지구 정치평론가 하이다 에이드(Haidar Eid)의 제안은 상당히 일리가 있다. 이것은 이스라엘을 압박함과 동시에 미국과 유럽연합을 함께 압박하는 형태로 가야 할 것이다.
물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세계시민운동의 전략이 성공에 이르기가 남아공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을 압박하는 전략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압박전략에 있어서는 모든 방법이 동원되어야겠지만 이미 시행되고 있는 BDS, 즉 불매운동(Boycott), 박탈(Divestment), 제재(Sanction)운동을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제국과 유럽연합의 주체들에 대한 BDS운동도 같이 전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운동은 개인적으로 참여하면서도 의식확산과 여론형성에 있어 상당히 선언적이며 대중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운동이다. 내가 1986년 세계개혁교회연맹에서 일하기 위해 제네바로 갔을 때 월급을 받을 은행구좌가 필요했다. 나는 잘 모르고 스위스의 최대은행인 UBS에 계좌를 개설하고 그 번호를 WCC 인사국에 주었다. 그랬더니 WCC 인사국에서 하는 말이 WCC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거래하는 은행에 대해서는 BDS 정책을 가지고 있으며 이 은행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거래하는 은행이기 때문에 다른 은행 구좌를 개설해 오라고 했다. 나는 UBS에 찾아가 당신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거래하는 은행이기 때문에 거래를 중지한다고 선언하고 다른 은행구좌를 열었다. 이러한 개인의 권리를 사용함으로써 할 수 있는 정의평화운동들이 모여서 마침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분리정책이 종식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마지막 문제로 좀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하나를 제기하려고 한다. 진정한 민주주의에 이를 수 있는 새로운 민주시민정치의 틀이 무엇인가 하는 고민이다. 지금 팔레스타인-이스라엘문제에서 죽어나고 있는 것은 팔레스타인 민중들과 이스라엘 국민들이다. 양쪽이 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 민중들, 혹은 정의와 평화를 지향하는 이스라엘 국민들도 고통 받고 있다. 이스라엘에도 이스라엘을 비판하며 팔레스타인과의 평화를 갈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앞에서 본대로 이스라엘 우익연합정권이 들어서 자기들의 권력유지를 위해 전쟁의 수위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보았고 팔레스타인 역시 정치권력과 정치세력의 권력적 전략에 의한 팔레스타인 민중의 희생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물론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 그리고 이스라엘의 아파타이트 정권 축출 모두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수구세력에게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진보적인 통일운동 세력이 북한 민주화나 북한 민중해방의 문제를 거론하는데 조심해야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의 북한정치체제가 결코 민주적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어느 언론이 표현했지만 남한도 껍데기는 민주국가이지만 거의 현재 정권이 군주제와 알맹이는 군주게 국가와 비슷하다. 이 문제는 결국 민중대 권력의 문제이다. 이것을 어떻게 푸느냐 하는 것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수립하는데 아주 중요한 정치문제라고 생각된다.
국제연대도 마찬가지이다. 유엔은 제국의 시녀가 된지 오래여서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선 아무 것도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다. 따라서 국제연대를 위해서는 세계 시민운동의 힘이 결집되어야 한다. 세계사회포럼 같은 운동들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YMCA는 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는데 단순한 시민복지차원이 아닌 시민정치차원에서 이 문제를 심도 있게 성찰하고 운동전개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에큐메니칼 대응에 대해 한 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타이트 정권을 축출하는데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이 상당한 기여를 했는데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도 에큐메니칼 입장과 합당한 전략을 긴밀히 세울 필요가 있다. 이미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정부를 아파르타이트국가로 선언하고 신앙고백적 저항에 나서도록 부르고 있는 데서 보듯이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과 세계교회는 이 문제를 더욱 절실한 문제로 인식하고 복음증언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문제뿐 아니라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의 분쟁지역의 표면적 현상을 넘어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그리고 점점 더 심각해 지는 지구경제불의와 생태파괴, 핵무기, 핵발전 등 반평화적, 반생명적 제국의 세계지배전략에 대해 에큐메니칼 운동은 더 신학적이고 심오한 접근으로 “제국”문제를 신앙고백적 차원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WCC 중앙위원회가 낸 팔레스타인 성명서는 지극히 일반적이고 미시적이며 근본적인 접근을 하고 있지 못한 취약한 입장이라 생각한다. 유엔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서 세계 시민사회운동이 나서야 한다고 했듯이 교회와 WCC등 기성교회가 제대로 응답하지 못할 때 교회의 예언운동이 이런 세계정의, 세계평화, 세계생명운동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4년 7월 22일, 한국YMCA연맹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긴급세미나 기조강연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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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지구제국과 팔레스타인 YMCA강연 20140722.do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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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yunheepathos.tistory.com/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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