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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성지순례, 대안, 평화여행

사라지는 베두인 학교와 마을

by yunheePathos 2017. 4. 6.

"2주 후에 #학교 를 없앤다고 합니다. 인근 4개의 #베두인 마을에서 170여 명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인데 대책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이제 20Km가 넘는 여리고로 2~3시간를 걸어서 학교를 다녀야 합니다. 저 길을 보세요? 위험한 저 길을 다닐 수 있는지."


최근 #예루살렘 인근 베두인 마을 중 큰 학교에 해당하는 한 곳이 파괴명령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차로 20~30분을 달려갔다. 안내하시는 분과 함께 길 건너 편에 내려 쳐다본 그 곳. 웬지 낯이 익어 보였다. 길을 돌아 걸어가며 '아, 지낸 해 왔던 곳이구나. 그 때 이 마을(Khan Al Ahmar) 대표는 다른 나라 자원봉사자들이 학교를 짓고 인근 아이들이 공부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이라고 자랑했었는데, 설마 그 학교인가?' 지난해 학교 자랑에 신나했던 마을 대표를 기억해 내며 조심스레 마을 입구에 들어섰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지난 해 만났던 그 분을 포함해 몇 사람들이 그늘막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예의 아랍의 커피와 차를 내놓는다. 그늘막에서 털썩 주저앉아 커피를 마시며 지난해 방문 이야기를 나누고 지난해 그가 미국을 방문했던 이야기들을 전한다. 그는 미국을 좋아하지 않는단다. 이스라엘과 정착촌을 지원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방문을 환영한다고 한다. 한국은 기억에 없다고 한다. 단지 혼다이 차만을 안다고 한다. 그리고 아주 가끔 한국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 이상 모르겠단다. 그러나 관광객으로 오는 사람들은 사진만 찍고 간단다. 그의 표현대로 하면, '그게 뭐?', 그게 다란다. 나같은 사람들이 있었나 보다.


그의 지금 걱정은 학교란다. 학교를 갑자기 부수겠다는 명령이 떨어졌단다. 이 학교는 인근 베두인 4개 마을에서 6살에서 14살에 해당하는 아이들 170여 명이 다니는 학교란다. 인근 베두인 아이들에게 유일하게 함께 공부하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란다. 학교를 파괴하는 명분은 도로를 넓힌다는 것이다. 그러면 학교에 대한 대안을 만들고 부수더라도 부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그는 질문한다. 학교가 없어지면 이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여리고나 예루살렘으로 학교를 다녀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예루살렘으로 들어갈 수 없는 아이들이 많아 대부분 여리고로 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도로를 가리킨다.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교통수단이 없기 때문에 차가 마음껏 속도를 내고 있는 인도도 없는 도로를 2~3시간 걸어다닐 수 있겠냐는 것이다. 아이들이 죽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단다. 이 마을에서 여리고까지 20km 정도 된단다.


그는 학교를 부수는 이유를 다른데서 찾고 있었다. 자신의 마을이 있는 지역은 이스라엘이 베두인 사람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고 싶어하는 우선지역(E1)이라고 한다. 그리고 아마도 건너편 정착촌 때문에 그렇지 않겠냐는 것이다. 학교가 인근 베두인 마을들이 모이는 중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그가 보여준 것은 학교 창문 옆에 설치된 이스라엘 정착촌의 빨간색 하수구 펌프였다. 그것은 건너편 산 위에 지어진 정착촌을 위해 만들어진 하수구 밸브였다. 그 밸브를 통해 가끔 가스를 배출하는데, 그때의 그 지독한 냄새는 인근 1km에 퍼진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을 바로 학교 옆에 설치했다고 한다. 그리고 정착민들이 떼로 몰려내려와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이라고 협박을 하거나 방목하고 있는 당나귀들을 아주 헐값에 잡아간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는 그의 집으로 초대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지난해 그의 마당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지난해 같이 찍었던 사진을 찾아본다. 그 시간을 함께했던 기철(#KichulLee)이와 그의 짝을 생각해보며, #팔레스타인 들과 베두인들에게 한국이 평화의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기도해 본다. 그들 공동체의 중심인 학교를 기억하며 다시 방문을 약속하고 돌아서는 그 길이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 이 학교(Tyre Schol)는 2009년에 이탈리아 NGO의 도움과 해외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EU의 도움으로 그동안 학교를 운영하고 나무를 심고 가꿔왔다고 한다. 학교는 타이어를 이용하거나 나무를 소재로 한 강의동, 카라반으로 지은 강의동과 운동장, 식당, 화장실 등이 있었다. 지난 해 보지 못했던 태양열 전지판도 설치되어 있었다. (2.25)


* 현대자동차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또 하나의 기억 https://goo.gl/iSwFpw

참고 : 지난 해 방문했던 기억과 사진, 베두인 이야기 http://yunheepathos.tistory.com/912


#대안성지순례 #성진순례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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