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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성지순례, 대안, 평화여행

팔레스타인 Qalandiya 체크포인트

by yunheePathos 2017. 4. 6.

Witness로 참여하는 것은 못할 일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현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멀쩡한데(최소한 겉으로는) 잘못하면 제가 먼저 이상해질 것 같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완벽한 무력감과 절망감 그리고 찾아오는 슬픔.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움을 호소하지만 듣는 것 이외에 당장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무력감은 견디기 어려운 일입니다.


오늘은 아침 7시에 숙소를 나와 버스를 타고 #Qalandiya 체크포인트에 갔습 니다. Old City에서 40분 정도의 거리입니다. 금요일은 이슬람의 휴일이기에 새벽부터 서두를 필요가 없었습니다. 금요일 아침,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CP에서의 단편적인 일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무슬림들은 금요일이면 Old City 내에 있는 모스크(mosque)인 엘 아크사(Al Aqsa)로 가기 위해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Qalandiya로 나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체크포인트 대기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체크포인트 문을 너무 늦게 개방하고 매우 느리게 검사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합니다.


#체크포인트 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많을 때면 대기실 밖으로까지 길게 줄을 서야 합니다. 그리고 CP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첫번째 철책라인(3개 라인이 있음)에 들어가야 합니다. 여기까지 들어가는데 30~40분이 걸립니다. 1차 철책라인은 15m 정도인데 이곳을 나가기 위해서는 라운드로 된 철책 회전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이 문은 바로 옆에 있는 컨트롤 박스 안의 이스라엘 군인들에 의해 문의 개폐가 이뤄집니다. 이 문의 개폐는 검문소 안의 사정과 이스라엘 군인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어떤 병사는 10분, 15분에 한번씩 문을 여는가하면 어떤 병사는 5분마다 아주 짧게 열기도 합니다. 15분마다 열때는 대략 90여 명의 사람들이 3개 라인을 통과하고 5분마다 열 때는 20여 명 정도가 통과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기실이 협소하기도 하고 빨리 통과하기 위해 최대한 밀착해 있다가 회전문이 열리면 많은 사람들이 나가려고 합니다. 이곳을 통과하는데도 30~40분이 걸립니다. 1차 철책라인에 들어서서 검문소를 통과할 때까지 화장실을 갈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뒤돌아 나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1차 회전문을 거쳐 나가면 검문소 앞에서 대기해야 합니다. 검문소는 비행기 입출입 심사대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공항의 서비스를 상상하면 안됩니다. 이곳은 1차 철책라인과 비교하면 밀집도가 덜한 편입니다. 통제의 편리함을 위해 1차 철책라인과 문을 설치한 것 같습니다. 검문소를 통과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겉옷을 벗고 쇠가 있는 모든 것은 검사대 위에 올려놔야 합니다. 여성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신발에 혹여 지퍼라도 있으면 벗어야 합니다. 그리고 맨발로 검사대를 지나 이스라엘 군인들의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출입허가증이나 ID를 제시하고 지문인식을 합니다. 혹여 ID에 문제가 있거나 전산 에러가 있으면 출입허가가 안돼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까다로운 군인을 만나면 이것 저것 물음에 답해야 합니다. 시간이 하염없이 지납니다. 그래도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기다리는 것 밖에 없습니다. 검문소로 들어가기 위해서도 라운드 회전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한번에 3명 정도가 나갑니다. 문이 돌다 갑자기 멈춥니다. 그러면 저 같은 초보자들은 라운드 철 회전문에 걸리기도 합니다. 이곳을 통과하는데도 그날 검문을 하는 병사들에 따라 다르지만 오늘 아침은 30-40분이 걸렸습니다. (외국인들은 지문 인식이 없고 대신 여권과 비자확인으로 대신한다.) 이렇게 팔레스타인들이 검문소를 통과하는데는 1시간 30분에서 길게는 2시간 정도 걸립니다. 11시 40분 경 거의 모든 사람들이 빠져나갔을 때 1차 철책라인에서 부터 시작한 검문 통과 시간이 1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철책라인 안에서 움직이기 힘들정도로 최대한 밀착되어 있는 사람들을 보면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마치 영화에서나 봤던 한국 전쟁 때 마지막 배를 타기 위해 떠나는 피난행렬과 같은 모습입니다. 값싼 애국주의를 자극한다고 비판하면서도 눈물짓던 국제시장의 함흥부두 장면이 떠오릅니다. 임산부도, 나이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도,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도, 어린아이들도 구별이 없습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어린아이들을 무등을 태워서 철책라인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그러나 철책라인 위에는 철조망이 있어 아이들이 걸릴 위험이 큽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철책라인 안에서 서 있다 떠밀려 다칠까 조바심내고 철조망에 끼여 다칠까 걱정합니다. 아이들은 그 지루한 시간에 보채거나 울지 않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들이 대견하다고 해야 하나요 아님~?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인도주의적인 조치를 위한 문이 하나 따로 있습니다. 첫번째 철책라인 좌편으로 이런 분들을 위한 문이 있습니다. 몸이 아픈 사람, 나이드신 분들, 임산부, 유아, 어린이들을 위한 문입니다. 그러나 문은 굳게 잠겨 있습니다. 양 발에 의족을 하신 분이 문을 열어달라고 합니다. 대꾸가 없습니다. 그 분이 이스라엘 군인이 있는 컨드롤 박스 안으로 전화를 부탁합니다. 전화를 합니다. 이스라엘 군인은 무전을 합니다. 그리고 대답합니다. "NO". 이유가 없습니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가 항의를 합니다. 그래도 응답이 없습니다. 이번에는 다리 한쪽이 완전히 절단된 분이 호소합니다. 그래도 응답은 동일합니다. 그 분들이 해결해줄 수 없느냐고 합니다. 철조망 밖에서 다시 그 군인을 큰 소리로 불러봅니다. 이유라도 알려달라고 말합니다. 휠체어가 아닌 이상 안된다고 합니다. 철책라인을 따라 가라고 합니다. 이제 갓 돌도 안된 것 같은 아이를 태우고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에게도 안된다고 합니다. 그들은 모두 망연자실하며 지난 주에 됐던 것이 왜 안되냐며 40분 정도 이 문 앞에 서 있다 철책라인의 인파 속으로 사라집니다. 지난 주에는 열렸던 이 문이 이번 주는 안열립니다. 그 이유는 모릅니다. 그저 그렇다고 하니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기도하는 것 이외에는 말입니다.


그래도 이곳에도 사람사는 재미가 있습니다. 철책라인으로 들어가는 양 옆에 합법적인 세치기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도착한 순서와 상관없이 이런 분들이 철책라인 안으로 먼저 들어갑니다. 사람들이 뭐라하지 않습니다. 물론 몇몇 다른 사람들도 세치기를 합니다. 그러면 뒷편에 줄을 서 있는 사람 중 한두사람이 큰소리로 한번 부르고 맙니다. 그들은 서로 형제라고 합니다. 이렇게 그들은 두시간이 넘는 시간을 아옹다옹하면서 시끌벅적한 인산인해를 이루며 체크포인트를 건너게 됩니다. 이들의 제일 뒤를 따라 건넜습니다.


오늘 아침 CP Qalandiya에서 4시간 동안 이들과 함께 서 있기도 하고 앉아 있기도 하며 지켜본 모스크로 가기 위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입니다. 아마도 매주 금요일이면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것입니다. 그러나 평일도 출근하기 위한 사람들로 새벽 3시부터 이곳은 북적거립니다. 일제하 식민지 우리네 민족의 경험이 이와 같았을 것입니다. 매일 매일의 수모에도 저항할 수 없는 무력감에 스스로를 파괴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에 강력하게 저항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이런 일이 일상으로 굳어져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그들은 "No good"이라고 말합니다. 신앙을 지키기를 원하고 그 자유를 말하는 이들에 의해 기도를 위해 가는 길이 이리 험난하다면 억압하는 그 신앙은 무엇이고, 그럼에도 기도의 행렬을 이어가는 그 신앙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아무런 감정없이 하나의 체험처럼 이것을 보는 성지순례객들의 신앙은 무엇일까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아마도 이런 일상으로부터 가슴 안에 쌓이는 무력감을 떨쳐내기 위한 무엇인가를 생각할 것입니다. 과거 칠레로 갔던 난민처럼 이국으로의 난민이나 아니면 가까운 요르단이나 레바론으로의 이민? 아마도 이스라엘이 원하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땅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하는 그들은 기도이외에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보입니다. #평화 를 소망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기도말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우리가 기도하듯이 말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에 무관심한 4대강국의 정부와 그 시민들에게 평화를 위한 우리의 호소에 귀기울여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의 반만큼이라도 이들의 호소에 귀기울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한국 기독교의 변화와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내는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평화를 위한 이런 #기도 의 물결이 만나고 응답이 커질 때 팔레스타인에도, 한반도에도 평화의 불씨가 커지리라 생각합니다. 팔레스타인과 #한반도에 평화를! 이것이 세계 시민사회에 기여하는 한국 #기독교 의 역할일 것입니다.(2.25)


#대안성지순례 #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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