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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의 끄적거림/원고

평화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팔레스타인 이야기

by yunheePathos 2017. 4. 7.

"당신들 경찰이지?"
"우린 경찰 아니야. 외국에서 온 봉사자야."
"필요없어. 돌아가!"


아이들이 이렇게 격렬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이들의 분노를 막연히 이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그럴 수 있겠다...' 그러나 분노하는 아이들과 눈빛을 마주하면서 '내가 이 마을을 모르고 왔구나', '이 아이들의 마음을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이 마을의 아이들의 마음, 그들이 갖고 있는 분노가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오늘도 등교하는 학생들의 안전문제를 생각하며 40분을 걸어 찾아간 Silwan의 한 무슬림 마을. 마을은 올리브산에 맞닿아 있지만 관광객들의 발길은 미치지 않는 곳입니다. 이 마을에는 유대인들이 섞여 살고 있고 종종 유대인들과 마을 주민들간의 갈등이 있으며, 유대인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군인들에 의해 학교 등교길이 차단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마을을 찾아가는 시작은 시골 마을을 찾아 가듯 시원한 아침 공기에 흡족해 하며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올리브 산에서 마을을 찾아 들어가는 길은 차 한대가 지나가면 사람이 피할데가 없을 정도로 좁았고, 차가 나타나면 부리나케 처마 밑으로 비켜야 했습니다. 그것은 지나가는 차와 인사를 서로 정답게 나눌 수 있는 생각지 않은 잔 재미를 선사하기도 하였습니다.


지나가는 차량과 세번의 인사를 나누고 도착한 학교 앞. 대부분 아이들의 반응은 친절히 인사를 나눠주고 이름도 물어보는 등 즐거운 등교길이었습니다. 그러나 몇몇 머리 굵은 사내 아이들의 반응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카메라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고 자신의 마을과 학교를 찍은 것이 있으면 삭제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리고 학교 앞에서 떠날 것을 요구했습니다. 막무가내로 이스라엘 경찰이라고 하거나 경찰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실강이를 할 수 없어 난처해할 때 지나가는 사람들에 의해 아이들이 학교로 가는 듯 하였지만 다시 내려와 똑같은 요구를 반복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40분 여 정도 학교 앞에서 아이들과 인사도 나누고 실강이도 하다(아이들이 밀기도 한다) 뒤돌아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돌아서 오는 길에 돌을 던지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돌 던지는 실력이 엉성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은 무엇일까? Silwan은 1967년 이스라엘에 점령당한 이후 동예루살렘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1980년 이스라엘 정부에 의해 편입되었으며 이스라엘 정부는 이곳을 주인없는 땅으로 만들어 유대인들과 유대인재단 등에 팔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986년 이후 끊임없이 유대인들의 정착을 추진하다 1991년 본격적으로 정착촌을 만들기 위한 유대인 운동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2004년 50 가정 이상의 유대인 가족들이 이 마을에 정착을 했고 이스라엘 군인들과 함께 나타난 집 주인에 의해 자신이 판 적도 없는 집을 내놓고 나와야 하는 팔레스타인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2014년에는 7개 건물에 25가구의 유대인들이 더 마을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물론 이 마을의 유대인 정착촌은 국제적으로 불법으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내려오는 길에 무슬림 마을 골목길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마을 한복판에 자리잡은 유대인 가정집들이 들어서 있는 6층 건물을 찾아가 봤습니다. 찾기는 쉬웠습니다. 지붕에 방범 카메라가 있는 깨끗한 건물을 찾으면 됐으니까요. 마침 그 건물 입구를 지날 때 차고가 열리며 유대인 몇몇이 나왔습니다. 그들의 허리 춤에는 권총과 탄약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들은 무슬림들에게 맞서 자신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유대인조직을 만들고 자경단처럼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누가 누구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정당한 일일까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지금 피해를 감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질문하게 됩니다. 유엔 등 온갖 국제기구와 정부들이 불법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이스라엘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에 항의하는 사람들만 잡혀가고 가족이 해체되는 일들을 경험한다면, 그냥 오고가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조롱이 그들의 마음에서 싹트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이런 아이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그리고 이슬람을 악의 종교로 치부하는 이들에 의해 평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를 묻게 됩니다. 마치 북한을 악의 세력으로, 척결의 대상으로 규정하며 평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평화를 만들 수 없듯이 말입니다. 팔레스타인이나 한반도에서 악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같은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팔레스타인 이 평화를 만나는 방법, 그 길을 찾는 것은 이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길에 평화의 길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기까지는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것이 한반도 평화를 만드는 길이기도 하리라 생각합니다. 다음에 가면 아이들과 정다운 인사를 나눌 수 있을까 기대해 봅니다. 한반도에도 평화의 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말입니다.(2.22)


* Silwan은 55,000여 명이 살고 있는 Old City에 인접해 있는 지역으로 고대 무덤 위에 지어진 마을이라고 한다. 사진 두장은 wiki에서 다운 받은 사진이다. Silwan 문제를 다루고 있는 웹사이트가 있네요. http://www.silwanic.net #대안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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