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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성지순례, 대안, 평화여행

십자가를 질 수 있나?

by yunheePathos 2017. 4. 7.

"십자가를 질 수 있나 주가 물어보실 때 죽기까지 따르오리 저들 대답하였다." 한국 교회에서 많이 부르는 찬송가의 일부이다.


예루살렘 Old CIty에는 예수의 골고다 십자가 길의 이야기로 구성된 14처가 있다. 성지순례자들은 헤롯의 재판정이 있던 곳으로 부터 시작해 14처까지 그 길을 따라 순례를 한다. 이곳은 그 중 제 5처로 알려진 곳이다. 십자가를 지고 가던 예수가 고통스러워 하며 구레네에서 온 사이몬(시몬)에게 십자가를 대신 지게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지금 프란체스코 수도회가 운영하는 작은 교회가 만들어져 있고 그 벽에는 관광객들이 손을 얹고 기도하고 입맞춤하는 상징이 되어 있는 곳. 보기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거쳐 갔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예수는 왜 하고 많은 사람 중 하필 시몬에게 십자가를 대신 지게 했는지 궁금하다. 자상하게 십자가를 질수 있는지 묻지도 않는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죽기까지 따르리라던 제자들이 십자가를 대신 지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리고 뜬금없이 그 십자가 지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던 시몬의 마음도 궁금하다. 그것이 죽는 길일 수 있음을 알았을텐데도 주저함 없이 말이다. 오고 간 그 마음은 모르겠지만 결국 부활의 시작과 끝, 종시(終始)는 예수에 의해 이루어지되 그 과정은 사도들이 아닌 사이몬과 같은 평범한 이들이 예수의 십자가 길에 참여함으로써 이뤄진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이곳에 손을 대지 않았다. 한국 교회가 많이 부르는 찬송가만큼이나 '십자가를 질 수 있나'라는 그 부름에 한국 교회와 개신교인들이 흔쾌히 응답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항상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의 십자가는 목회자의 전유물이 된 듯하고 신앙인들의 십자가는 목회자들의 말씀이 된 것 같기 때문이다. 이것은 소위 진보나 보수, 뭐라고 불리더라도 목회자들에게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길을 잃어버린 한국 개신교. 예수는 지금도 그의 십자가 길에 사도들이 아닌 사이몬과 같은 이들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Old City에 나가는 날이면 항상 들리는 곳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기도와 입맞춤을 보고 돌아선다. 시몬의 마음을 찾아서.


하나의 팁. 금요일에 이곳에 손을 대고 기도하면 효험이 더 좋다고 한다. 미국 목회자가 알려줬다.(2.21)


#팔레스타인 #기독교 #대안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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