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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성지순례, 대안, 평화여행

신만이 아시겠죠. 왜 내 집이 파괴됐는지...50년 전에도 집을 잃고 쫓겨 나왔는데...." 팔레스타인 이야기

by yunheePathos 2017. 4. 7.

"이스라엘 군인들이 집을 무슨 이유로 파괴했나요?"
"모르겠어요. 신만이 아시겠죠. 왜 내 집이 파괴됐는지...50년 전에도 집을 잃고 쫓겨 나왔는데...."


아이 다섯과 함께 사는 집을 파괴당한 할머니의 독백아닌 독백이다. 오늘 아침 8시 30분, 이스라엘 군인 30명과 불도저 한대가 자할린 알타미나 커뮤니티 베두인(Bedoin) 마을의 집 한채를 부수고 갔다고 한다. 이 집은 베두인들이 이용하는 Caravan이다.


할머니는 망연자실해하며 보자마자 하소연을 시작한다. "왜 우리 집을 부쉈나?,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 23년 동안 사용하던 카라반을 바꾼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 마을을 둘러싸고 정착촌 4개가 들어서 있었고, 베두인 마을 앞으로 정착촌을 연결하는 도로 공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아마도 정착촌을 확대하고 도로 건설 과정에서 정착촌 사이에 낀 베두인 마을을 없애려고 하는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오늘 파괴된 집은 어쩌다 마을 입구에 있어 첫번째로 파괴된 것이 아닐까 또한 미루어 짐작해볼 뿐이었다. 이 마을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이미 3개월 전에 파괴된 집의 잔재를 발견할 수 있었고 산 등성이와 그 양 옆으로 총 4개의 정착촌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이 마을에 들어오는 철로 된 물건들은 물론 심지어는 식재료까지 철저히 검문을 당했고 철로 된 것들은 직접 따라와 그 필요성과 적합성을 따져보고 가기도 했다고 한다.


이 마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안내를 해줬던 택시 운전사는 한국에서, 미국에서, 핀란드에서 이와 같은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2달전 파괴 명령서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아무런 통보도 없이 이른 아침에 자고 있던 아이들을 내쫓고 집을 파괴하는 일을 말이다. 운전사는 이런 작은 파괴는 비일비재하며 한채 한채 힘없이 무너져 갈 것이고 결국 마을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을 건넨다. 그러면서 커다란 마을이 파괴되는 현장은 차마 볼 수 없다고 소리를 죽이고 있었다.


정착촌과 베두인 마을 사이, 한 산 등성이에서 베두인 목동의 소리에 집을 찾아가는 염소들이 너무나 평화롭게 보였고, 아이들은 외부에서 온 손님을 신기해하며 환영한다는 듯 부서진 잔재 위에서 신나게 뛰어 놀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나귀를 끌고 가는 베두인 아낙의 모습이 한없이 평온해 보이기만 하였다.


할머니의 쓸쓸한 독백처럼 베두인 사람들이 성서의 사람들로만 남을지, 아니면 집을 찾아가는 목동들의 염소와 아낙의 나귀와 같이 평화의 사람으로 남을지는 신만이 아는 일일까? 이 마을은 Old City에서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동예루살렘 지역이다.(2.21)


* 할머니들와 아이들의 사진은 허락을 받고 찍은 것입니다. #팔레스타인 #대안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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