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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성지순례, 대안, 평화여행

팔레스타인 체크포인트(check point)에서

by yunheePathos 2017. 4. 7.

오늘은 새벽 3시부터 부산을 떨었습니다. 아침 출근 길 체크포인트(check point)에 가보기 위해서입니다. #팔레스타인 에 처음 왔을 때 베들레헴에서 예루살렘으로 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CP 300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닭장 차에 갇힌 것처럼 화장실도 갈 수 없이 옮짝달삭 꼼짝도 못하고 긴 통로에서 2시간 이상을 견뎌야 하는 그 광경. 그것은 차마 어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슬프고 참기 힘든 심정이었습니다. 그때가 새벽 4시경이었습니다. 출근하기 위해 그들이 나서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어떨까.. 비가 내리는 새벽 기온이 한국의 겨울 날씨처럼 매섭기만 한 가운데 도착한 CP, #Qalandiya (라말라 방향에서 예루살렘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다)는 한산하기만 했습니다. 아마도 비가 많이 와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이 많은 팔레스타인들이 출근을 안하는 듯 했습니다. 비가 안오는 평상시에는 밖에까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CP 입구에 서서 문이 적절하게 열리고 운영되고 있는지를 봅니다. 그리고 오고 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남자들은 친절하게 'Welcome', 'Good Morning'을 외칩니다. 어떤 분은 눈짓으로만 인사를 나누는 분들도 계십니다. 또 어떤 분은 아침식사로 갖고 온 빵을 나눠주기도 합니다. 여성 분들은 보통 무덤덤하게 보고 지나갑니다.


추위에 손과 발이 얼고 얼굴이 빨간하게 달아오를 때 쯤 한 분이 CP에서 뒤돌아 나옵니다. 뒤돌아 나오는 분에게 그 이유를 묻습니다. ID가 복사본이라 통과가 안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돌아가서 다시 와야 한다고 합니다. 어떤 분은 통과 검사를 받는데 비가 많이 와서 오늘 일이 취소됐다고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어떤 분은 출근 시간이 8시인데 왜 이리 빨리 가냐고 대기하라고 해서 다시 되돌아나온다고 합니다. 일찍 출근해 쇼핑을 하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출근 시간에 맞춰 다시 오란다고 합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해 이에 적합한 질문지를 영어와 아랍어로 준비해 갑니다.


통과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체크를 하기도 합니다. 체크할 수 있는 용지를 준비해 중간 중간 매시간마다 지나가는 분에게 부탁을 드립니다. 얼마나 걸렸는지 체크해 건너편에 있는 친구에게 전달해달라고 말입니다.


사람들은 줄을 서 있다가 문이 열리면 열심히 뛰어가 줄을 섭니다. 그리고 호주머니에 있는 모든 것을 꺼내고 검색대를 통과해야 합니다. 지문인식 조회도 해야하고요.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이것을 이스라엘은 안전을 위해 취하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합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존감을 꺽고 순치하는 길들이기라고 합니다. 어떤 무력도 가질 수 없는 서안 지역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 안보하곤 전혀 상관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700Km에 달하는 9M 높이의 장벽으로 둘러싼채 총을 들고 검문하는 사람들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새벽이면 빵보따리를 들고 헐레벌떡 옷을 벗어야 하는 사람들 중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요?


6시가 좀 넘어 Black & White라는 인권단체 자원봉사 두 분이 나와 사람들에게 뭔가를 나눠줍니다. 궁금해 받아보지만 다 아랍어로 되어 있어 되돌려줬습니다. 인권관련 안내와 전화번호 등이 적힌 안내지라고 합니다.


오늘은 너무나 추웠습니다. 서 있는 내내 가만히 있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팔레스타인 도 추울 수 있는 나라임을 알게됐습니다. 정말 추웠습니다. 아마 마닐라에서 직접 왔다면 얼어죽을 뻔 했을지도 모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두 국가 정책을 포기하는 듯한 합의를 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사람이 추우면 따뜻한 불을 찾듯 갈등이 심화될 수록 평화를 갈망하는 열기가 더 뜨거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따라서 어느 순간 위기도 극에 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네 독립의 역사가 그렇듯이 말입니다.


숙소에 돌아와 따뜻한 찻물에 몸을 데피는 시간이 이리 행복할 수 없습니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 또한 추운 팔레스타인이 아닌 따뜻한 팔레스타인에서 이런 행복이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2.16)


 #대안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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