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사
안재웅 목사
한국YMCA전국연맹유지재단 이사장
오늘 우리는 존경하는 조지송 목사님(87세)을 떠나보내는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이곳에 모였습니다.
이곳은 목사님께서 친히 터를 잡으신 곳입니다. 이곳은 목사님께서 “영등포산업선교회”를 세우신 곳입니다. 이곳은 목사님이 평생 정렬을 쏟아 일하신 곳입니다. 이곳은 노동자들의 요람이요, 민주주의 교육장인 동시에 노동조합과 생협 그리고 신협의 산실입니다.
이곳은 목사님께서 예배를 드리던 곳이요 노동자들과 성경공부를 하시던 거룩한 집입니다. 이곳은 한국기독교 사적 제8호 산업선교 발상지입니다. 이곳은 노동선교의 요람, 민주화운동 사적지라는 역사적인 큰 돌이 마당에 우뚝서있는 곳입니다. 목사님은 이곳에서 산선동지들과 노동자들, 청년학생들, 지역주민들, 소외계층 사람들의 권익과 복지를 위해 불철주야 일하신 곳입니다. 이곳은 온 세계 산업선교 종사자들의 메카이기도 합니다.
마치 꿀 송이를 찾는 벌과 나비들처럼 목사님은 가만히 앉아 계셔도 전국에서, 그리고 아시아와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연대하던 곳입니다. 목사님은 이제 그토록 사랑하시던 이곳을 떠나 영원한 하나님 나라로 입성하셨습니다. 우리는 한편 섭섭한 마음 금할 수 없지만 천국백성이 되신 목사님을 기쁜 마음으로 환송하며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조지송 목사님은 성품이 겸손한 신사로 존경을 받으며 평생 청빈한 삶을 사신 분입니다. 목사님은 노동자들과 같이 지내면서 고난 받는 예수의 모습을 똑바로 보신분입니다. 억압받는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신 예수의 가르침이 복음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파악하신분입니다. 목사님은 처음부터 부와 명예는 관심 밖이었습니다. 오로지 힘없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고난 받는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쓰신 분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힘이 어디서 나왔을까요? 아마도 “두려워 말라, 내가 세상을 이겼노라.”라고 말씀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또는 신앙의 힘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목사님은 유신독재시절 마치 골리앗을 상대하던 다윗처럼 세상을 이기신 그리스도 예수와 함께 우리를 싸움터로 나서도록 독려해준 분입니다.
고수는 통한다고나 할까요? 프랑스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던 피에리스 신부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저들은 사자요, 우리는 벼룩이다. 사자는 벼룩을 물 수 없지만, 벼룩은 사자를 물 수 있다. 우리가 이긴다.” 목사님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부지런히 노동자들에게 학습을 시키고 벌떼처럼 달라붙어 갑질하는 정계, 재계, 노동계, 교계를 바꾸도록 힘을 보태신 분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모든 일들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마음에 간직하고 목사님의 뒤를 묵묵히 따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이런 다짐이 유족 박길순 사모님과 자녀손은 물론, 영등포산업선교회 동지들과 이 자리에 모인 우리 모두를 묶는 끈이 되어 하나님의 공의와 평화, 생명과 사랑이 넘쳐나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조지송 목사님 장례예배에 참석하신 조객 여러분들에게 하나님의 크신 위로와 축복이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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