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YMCA 정기총회 개회예배 설교
2020. 1. 31. 오후 6시, 고양YMCA 친교실
고양YMCA 정기총회 개회예배 설교로 첫 인연을 맺어주신 김경환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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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제목 : 하나님 나라
성구 : 누가복음 17장 20-21절
말씀 : 김경환목사 (일산 동녘교회)
<뿌리가 살아있는 나무 이야기>
얼마 전에 교우로부터 화분을 하나 얻었습니다. 집에서 키우던 화분인데 잎사귀가 다 떨어지고 가지가 말라서 버릴려고 한쪽 구석에 두었었는데 제가 심방을 갔다가 그 화분을 보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보니까 다 죽지 않은 거 같아서 어떻게 할 거냐고 여쭤봤더니 버릴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교회로 가지고와서 물을 정기적으로 주고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얼마 전부터 싹이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아직 이 친구가 무슨 나무인지 몰라요. 그런데 다시 싹이 나기 시작해요. 뿌리가 죽지 않았다는 겁니다.
여러분 잘 보십시오. 뿌리가 죽으면 제아무리 잎사귀가 무성해도 그 나무는 죽습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아직 뿌리가 죽지 않은 겁니다. 뿌리가 죽지 않고 살아있으면 겉이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있어도 결국 다시 잎이 나고 싹이 돋고 생명이 살아납니다. 뿌리가 살아있으면 나무는 절대 죽지 않습니다. 그래서 뿌리를 돌보는 일은 신앙과 삶과 생명의 근본입니다.
<Y의 뿌리-하나님 나라를 살아가는 Y의 길>
말씀을 준비하면서 잠깐 Y의 뿌리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18세기 영국에서는 요한 웨슬리에 의해 감리교운동이 시작됩니다. 감리교의 특징 중의 하나는 기독교의 사회화입니다. 이전까지의 기독교 주된 관심주제는 주로 개인의 구원에 대한 주제였습니다. 교회는 구원의 방주였고 유일한 구원의 통로였습니다. 그러나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급격히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었고 이로 인한 도시빈민, 아동노동, 비인간적인 노동환경, 도덕적 윤리적 타락으로 인하여 사회가 몸살을 앓게 됩니다. 감리교는 당시 국교였던 성공회가 이러한 문제들에 침묵한 채 교회의 문턱을 더 높게만 쌓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내건 슬로건은 “세계는 나의 교구다”라는 슬로건입니다. 세계를 모두 정복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고통에 대해 우리는 기독교인으로써 무한 책임을 진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거리로 탄광으로 공원으로 시장으로 심지어 공동묘지에까지 가서 설교하고 복음을 전하고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고아원을 세우고 노예를 해방하면서 가난한 자들과 소외된 자들과 함께 하는 감리교 운동을 전개합니다. 이들의 구원론은 구원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라고 하는 것은 개인의 변화와 거듭남, 성찰과 사랑을 통해 시작되지만 그것이 그가 딛고 살아가는 사회 안에서 성화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신앙운동이 미국의 대각성 운동에 영향을 주고 사회복음주의운동으로 이어지는데 그 중의 한사람이었던 찰스 피니라고 하는 사람의 영향으로 영국 YMCA의 창립자인 조지 윌리암스가 Y를 창립하게 됩니다.
<기독교의 사회화>
그런 의미에서 Y의 뿌리는 “기독교의 사회화”입니다.
나 혼자 구원받는다고 해서 그게 구원의 완성이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는 모두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금 신종코로나로 전세계가 난리가 났습니다. 박쥐에게서 시작되었다고도 하고 지구환경위기로 인한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나서 그렇다고도 합니다. 환경학자들은 이러한 바이러스뿐 아니라 수천, 수만 년 전에 빙하가 되어 얼려있던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인류생존을 위협할 슈퍼바이러스들이 출현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인류역사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지구 환경이 산업화 이후 200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산업화의 영향으로 생겨난 모든 공장, 기계, 기술의 영향으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홍수가 일어나고 한쪽에서는 건조해서 산불이 일어나고 인간이 환경 파괴를 멈추지 않으니까 자연 생태계가 급격히 몰락하고 있고 결국 생태계의 파괴는 인간에게 다시 말할 수 없이 큰 재앙으로 페이백 되고 있습니다. 내가 교회 가서 구원받았다고 구원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영을 가진 이들이 먹고 쓰고 노동하고 정치하고 법을 만들고 살아가는 구석구석에서 예수님께서 꿈꾸신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가는 것이 구원의 완성입니다.
그래서 기독교의 사회화를 주창하면서 와이가 지켜온 소중한 뿌리들이 있습니다. 제1회 YMCA세계대회가 1855년 8월 20-24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데 그 파리대회에서 YMCA운동의 핵심 정신, 가치가 합의됩니다. 첫째가 기독성이요, 둘째가 청년성이요. 셋째가 개방성입니다.
<Y의 뿌리1 - 기독성>
Y의 뿌리는 철저히 기독성에 두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그 사랑은 경계가 없어서 때로 위험합니다. 그 사랑은 철저히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고 있기에 사회 변혁적이기도 합니다. 그 사랑이 시대적, 사회적 아픔을 담고 있기에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기도 합니다.
Y가 나라를 잃었을 때는 역사의식을 고취시키는 교육들을 많이 하더라구요. 한국 초기 Y회장이 헐버트인데 그분은 서양인의 몸으로 한글을 서양에 소개하기도 했던 분이고 한국민의 우수성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 역사책을 직접 집필해서 출간하기도 했던 사람입니다. 그런 분이 Y를 이끄셨어요.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 나라를 잃었어요. 나라를 되찾으려면 독립운동을 해야 하는데 독립운동을 하는데 돈도 있어야 하고 무기도 있어야 하고 다 있어야 하는데 그 근본이 뭐예요. 건강이잖아요. 그래서 일제시대 국내에서 Y에서 했던 일중에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지덕체를 가꾸는 일입니다. 그 중의 하나가 체력을 키우는 겁니다. 그래서 자료를 보니까 농구, 배구, 탁구, 육상경기 이런 운동들이 전부 Y를 통해 소개되고 보급되고 정착되더라구요. 체력이 국력인 겁니다.
일제 침탈로 농촌이 피폐해져갈 무렵에는 농촌살리기 운동을 하구요. 전쟁으로 인하여 수없이 많은 가정이 깨지자 고아와 젊은 부녀자들을 교육하고 돌보는 일을 합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도시빈민 청소년들을 위한 일들을 하구요. 90년대 이후 사회의 이슈가 다분화되면서 Y역시 그 운동성이 다양해집니다. 정치 경제 사회 환경 인권 지역화 공동체 등 다양한 이슈들에 전방위적으로 참여하며 활동했습니다.
시대와 상황과 사회적 요청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 생명에 대한 깊은 애정 - 을 가지고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변화하며 진화하며 그 기독성을 유지해 왔습니다.
<Y의 뿌리2 - 청년성>
Y의 두 번째 뿌리는 청년성입니다. 노년이 포용성이라고 한다면 젊음은 저항성입니다. 살아있는 생물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나무가 어느 순간 자라지 않으면 죽습니다. 살아있다는 건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서로 끊임없이 주고받고 순환하기 때문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순환하면서 태어나고 자라고 죽고 돌아가고 다시 태어나고를 반복하기 때문에 자연은 살아있고 그 건강성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암이 생기는 이유는 세포가 죽지 않기 때문입니다. 순환을 멈추고 변화를 멈추면 그건 죽어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적당히 건강하게 잘 싸우는 부부가 건강합니다. 싸우지 않고 사는 부부들을 잘 보십시오. 아주 드물게는 이상적인 부부들도 있지만 대부분 한사람이 한사람에게 눌려서 포기하고 살아갑니다. 문제는 없는 듯 보이지만 누군가는 몸과 마음이 병듭니다. 건강한 부부들은 매일 매일 싸우는 듯 보이지만 그 자잘한 다툼을 통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고 서로의 맘을 알고 그러면서 이해의 폭도 사랑의 폭도 넓어지고 그러면서 더 건강해집니다.
세례요한도 예수님도 목회를 시작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선포하신 것이 “회개하라 하나님 나라가 가까웠느니라”였습니다. 회개는 메타노이아 길을 바꾸는 것입니다. 매일 매일 안주하고 퇴보하는 삶에서 길을 돌이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청년성은 변화를 위한 저항성입니다. 옳지 않은 것에 저항하고 낡은 것에 저항하고 날마다 시대의 변화에 맞게 자기 옷을 갈아입는 것입니다.
한국교회 초기 만해도 교회가 사회변화를 주도해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교회가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통일을 이야기하고 있고 21세기 동북아 공정을 이야기하고 있고 젊은이들은 페미니즘, 다양한 성정체성을 이야기하고 있고 서로 다른 생각, 종교, 이념을 가진 이들과의 평화와 공존과 상생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교회는 여전히 자기 언어에 갇혀있고 자기들만의 교리와 문자적 성서이해에 갇혀서 담장 높이 벽만 쌓고 있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시대의 아픔, 젊은이들의 생각, 소수자들의 고통에 맘 문 열고 듣고 경청해야 합니다.
<Y의 뿌리3 - 개방성>
그래서 청년성은 개방성으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기독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회는 관계의 그물망입니다. 나 혼자 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종교인도 있지만 비종교인도 있고 기독교인도 있지만 불교인도 있고 이슬람인도 있습니다. 인류역사에서 가장 잔인한 전쟁은 종교전쟁이었고 지금도 사실은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전쟁 이면에는 종교, 인종 혐오가 베이스로 깔려 있습니다.
예수 운동은 엄밀히 성서적으로 말씀드리면 교회를 확장하는 교회성장 운동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운동입니다. 교회 성장을 외치는 교회성장주의는 정복의 역사를 불러일으키고 정복의 역사는 피를 부를 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목회 사역을 시작하시면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죽어서 가는 나라도 아니고 미래에 주어지는 어떤 선물도 아니고 지금 여기서 우리 가운데 이루어지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세상입니다. 사도바울 선생님 역시도 하나님 나라는 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와 평화와 기쁨이라고 고백합니다. 우리 안에 의와 평화와 존중과 배려와 상생과 기쁨의 세상을 이룰 수 있다면 그게 곧 하나님 나라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만가지의 얼굴을 하시고 삶의 모든 곳에 계십니다. 그래서 떼이앙 사르뎅이라고 하는 신부님은 “하나님은 농부들의 호미끝에, 학생들의 펜 끝에, 광부들의 곡괭이 자루 끝에, 밥짓는 여인들의 젖은 손 끝에 계심을 기억하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밥 짓는 여인이 어느 종교에 속해 있건, 어린 아이건, 할머니건 한국 사람이건 외국인 노동자건 그 여인이 생명을 살리는 먹을거리로 장난치지 않고 정성과 마음을 다해 짓고 있는 그 손이라면 그 손은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거룩한 손길입니다.
하나님은 기독교를 통해 역사하시지만 기독교안에 갇혀계시지 않습니다. 어린 아이의 웃음 안에도 계시고 한 송이 꽃 안에도 계시고, 생명을 일구는 텃밭 안에도 계시고 새소리 바람소리에도 계시고, 고통받는 자연, 학대당하는 여인들, 난민들 모든 곳에서 하나님은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 하나님과 더불어 하나님이 원하시는 공존과 평화와 상생의 하나님 나라를 가꾸어가는 게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운동입니다.
그래서 참된 기독인이라면 세상 모든 곳을 통해 다가오시는 하나님께 열려있습니다. 듣고 소통하고 연대하고 사랑하면서 함께 더불어 공존과 평화를 가꾸어갑니다.
Y는 시대의 아픔과 요청에 따라 진화했고 고통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계시다는 신념을 가지고 기독교의 사회화 곧 우리가 딛고 서있는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일구어 가는 길을 열어왔습니다. 그 뿌리를 잘 보살피십시오. 그 안에 길이 있습니다.
인자무적이라했습니다. 어진 사람은 적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질인자를 보면 사람인 변에 두 이자를 씁니다. 주역에서는 이 한자의 뜻풀이를 석 삼자가 변형된 형태라고 합니다. 석 삼자를 보면 위의 한일이 하늘이고 아래의 한일이 땅이고 가운데 한일이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 사람을 쏙 빼서 그 사람이 하늘과 땅을 감싸고 있는 것이 어질다는 의미라는 겁니다. 어진 사람은 하늘과 땅의 온 생명을 감싸 안은 하나님의 품을 지닌 사람입니다.
기독교가 있는 곳에 하나님이 있는 것이 아니라 넓은 큰 연대와 사랑과 존중과 평화가 있는 모든 곳에 하나님이 있다는 신념으로 이 고양시에서 하나님 나라를 귀하게 가꾸어가시는 Y가 되시길 빕니다.
#고양YMCA #정기총회 #개회예배 #설교 #김경환 #동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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