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 동역자들과 수다모임에서
간사됨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다. 2021. 1. 7
친구들과 함께 줌으로 한 달에 두 번, 지난 12월부터 수다모임을 시작했습니다. 후배 친구들의 권유로 시작한 모임입니다.
오늘 신년모임으로 원주 김익주님이 준비하고 진행을 맡았는데 '변화를 주제로 한 신년인사', '청소년운동 관련 계획하고 있는 일들', 'Y 간사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 모임에서 나눴던 '간사됨'에 대한 것과 제안 두 개를 메모해봅니다.
1.
모든 간사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며 회원들에게 보내는 서신과 새해를 기획하는 신년사를 작성해보자고 제안드렸습니다. 사업들에 대한 소개가 아니라지역사회와 회원, 그리고 나를 중심으로 변화를 위해 어떤 Impact를 가졌었는지 변화를 중심으로 말입니다. 또 올해는 이를 위해 갖고 있는 계획이 무엇인지에 대해 작성해보고 가능하면 나눠보고 아니면 혼자라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입니다.
2.
'간사됨'이란 질문은 Y 간사면 누구나 간사학교에서도 고민하고, 일상에서도 토론되는 주제입니다. 저는 'PATHOS'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제 모든 계정이 언제부터인가 Pathos입니다. 아마 10년이 조금 넘은 듯합니다. 무엇에 대한 열정, 지향에 대한 온 힘을 다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행하는데 감당해야할 수고와 어려움. 즉 무엇에 대한 열망(가치와 목적에 취한 열망)과 함께 이를 위한 고난을 기꺼이 감당하고자 하는 마음, Pathos의 환상에 취하는 것이 첫번째입니다.
둘은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동기, 그 힘으로 사랑과 겸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사랑과 겸손이 과연 모티브가 될 수 있을 것인가 회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와이의 목적문에 '사랑과 정의~~~'라는 문구가 서광선박사님의 제안으로 들어있긴 하지만 추상적인 사랑이 과연 무슨 힘으로 다가올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랑'과 '겸손'이 제가 말하고 싶은 Pathos의 모티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큰 말과 행동에 비해 사랑이 없는 사람을 보게되고, 앞뒤의 모양이 다른 사람들을 경험하게 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제가 나이의 흐름을 못이기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사랑이 없으면~~'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거울없이 취한 사람들을 보며 만든 제 거울인 것 같습니다.
셋째는 이것의 결과물이자 표현물로 간사의 자질로 지금, 가장 손에 꼽고 싶은 것은 '친교의 능력'입니다. 모든 에큐메니컬운동의 모임이 'Koinonia'와 'Diakonia'를 핵심으로 말하고 있지만 자치하는 소모임 중심의 Y 활동은 특히 가치와 목적에 취한 열망과 이를 기꺼이 감내하고 수고하고자 하는 사랑과 겸손 그리고 이의 발현체로서 친교회가 가장 기본적이자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기구와 시청년회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전업활동가와 회원들이 무엇보다 이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모이고 흩어지기에 힘써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친교의 능력'은 소통의 원천이고 관계의 힘이자 자신의 삶을 스스로 주관하고 결정하는 내적 영성의 충만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자신의 삶을 살피며 향기로 피어나는 오늘의 와이 간사에게 필요한 능력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랑과 겸손 부재의 썩은 향기가 우리에게 베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어쩌면 회원부재의 원인이 이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3.
마지막으로 스스로 항상 돌아보기도 하는 주제입니다만, 'Y운동 본연의 씨앗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입니다. 나에겐 '그리스도인이란 누구인가? 또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동의어이기도 합니다.
'본연', '근본'이라는 말이 '종시(終始)'가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관념적 유토피아에 의한 이데올로기로 파괴적 동기만을 생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충분히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신운동체로서 과정의 여정에서 만나는 YMCA운동은 항상 이에 대한 질문을 그 도정에서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문제를 충분히 대면하면서도 모든 활동 공간에서 이에 대한 씨앗을 보전하고 싹을 틔우기 위한 수고를 격려하며 이에 대한 잠정적 동의를 구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됩니다.
쉬이 잊혀지거나 힘이 없는 슬로건으로만 우리에게 있다면, 그것은 포기되어야 하고 폐기되어야 할 명제이자 원칙일 것입니다. Y를 포함한 모든 정신운동체와 조직은 어려운 시대적 조건에서 당대가 던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民)의 노력으로 만들어지고 그 역할을 감당해왔습니다. 코로나19로 YMCA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회 누구도 시민사회운동을 이 사회의 기본 인프라이자 원천으로 보전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나 회원운동체로서 YMCA는 모든 부분에서 어렵고 힘든 상황입니다. 당장 내일이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현재일 것입니다.
이럴 때 일수록 조직 내 어느 한 부분에서는 이토록 어렵고 힘들었던 시기에 모든 조직이 만들어지고 정신운동이 일어났다는 것을 기억하며 Y운동의 존재 이유와 방식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던진 질문이 문명사적 전환의 사회적, 생태적 충격일 뿐만 아니라 이에 걸맞는 Y를 상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제안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여파, 충격파가 아닌 Y에게 직접 던진 코로나19의 질문을 찾고 응답해야 합니다. 중견 책임 간사로서 이런 노력을 치열히 해가는 후배 동역자들을 사랑하고 이런 고민을 지속해갈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요청이기도 합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 충실하고 도전하는 자치하는 삶이 Y 간사일 것입니다.
이윤희 고양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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