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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큐메니컬, YMCA/에큐메니컬

1973년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

by yunheePathos 2023. 4. 19.

1973년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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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

우리는 이 선언을 한국 그리스도인의 이름으로 발표한다.

그러나 한 사람이 삼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국민을 억압하는데 온갖 군사력과 정보 조직을 동원하고 있는 오늘의 상황 아래서 우리는 이 선언에 서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밝히기를 주저한다. 우리는 우리의 싸움이 승리하는 날까지 지하에 몸을 숨기고 입을 다물고 행동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월 이후 한국 국민이 당면한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은 우리 국민의 생활에 막대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여기에 그리스도인들은 한국국민으로서 오늘의 상황에 대하여 우리의 자세를 밝히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우리는 메시아의 나라를 찾아 세워야 한다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서 행동하지 않을 수 없다.

2차 세계대전이후 우리 국민은 조국이 남북으로 분단된 상황에서 수많은 고난과 시련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수탈을 경험해 왔다. 특히 한국 동난과 그 뒤를 이은 독재정권의 발호는 우리 국민을 견디기 어려운 비극 속에 몰아넣었다. 국민은 언제나 새롭고 평화스러운 사회를 누를 수 있기를 열망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독재의 절대화와 잔인한 정치적 탄압으로 말미암아 이러한 인간적인 사회를 회복하려는 국민의 희망은 처참하게도 부서지고 말았다. 지난 시월 십칠일의 이른바 10월 유신은 사악한 인간들이 그 지배와 이익을 위하여 마련한 국민에 대한 반역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먼저 한국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이처럼 사태를 판단하고 이 판단에 따라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몇 가지로 설명하고자 한다.

 

(1) 우리는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고 있다. 오늘 우리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승리할 것을 기대하는 감격이 아니다. 그것은 도리어 하나님을 향한 죄책에 대한 고백에서 오는 것이며 한국의 오늘의 상황 속에서 진리를 말하며 그것에 따라서 행동하라는 주님의 명령에서 오는 것이다.

 

(2) 한국 국민은 그리스도인을 쳐다보고 오늘의 주어진 상황에서 행동을 취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것은 결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을 대표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 국민이 우리에게 건 기대를 감당해 내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는 이러한 행동을, 길을 취하라는 국민적 독촉과 격려를 받고 있다. 우리는 우리 국민의 고뇌를 볼 때 이 사악한 시대에서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된다.

 

(3) 우리는 해방을 위한 이러한 투쟁에 참여할 때 독립을 위하여 일본 식민통치에 저항한 한국 그리스도교회의 역사적인 전통을 이어받게 된다. 우리는 우리의 교회가 결정적인 태도를 취하는데 있어서 흔히 용기가 부족하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신학적인 자세에 있어서 혁명적인 역할을 다하기에도 너무나 경건주의적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형제 몇 사람이 연약하다고 하여 실족하여서는 안된다. 우리 교회의 역사적 전통 속에 있는 강한 신앙의 의지 속에서 우리의 신학적 신념을 찾아야 한다. 오늘의 우리의 말과 행동은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 메시아의 나라에 대한 선포자인 예수, 우리들 사이에서 힘 있게 역사하시는 성령에 대한 신앙에 굳게 기초하고 우리는 하나님이 눌린 자들, 약한 자들, 가난한 자들, 멸시 받는 자들의 안식처가 될 것임을 믿는다. 우리는 또한 성령이 개인 생명의 부활과 성화를 위하여 활동하실 뿐만 아니라, 역사와 우주의 새로운 창조를 위하여 활동하심을 믿는다. 그러므로 이 역사적인 위기에 처하여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다시금 다음과 같이 우리의 신앙을 고백한다.

 

(1) 우리는 역사의 주인이시며 심판자이신 하나님 앞에서 이웃을 대신하여 고난을 겪고 있는 눌린 자들이 자유를 얻도록 기도하라는 명령을 받고 있다고 믿는다.

 

(2) 우리는 우리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가 유대 땅에서 눌린 자들, 가난한 자들, 멸시 받는 자들과 함께 사신 것처럼 우리도 그들과 운명을 같이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예수가 로마제국의 본디오 빌라도 앞에서 위에 있는 권세들에 향하여 진리를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도 담대히 진리를 선포하도록 부르신 것이라고 믿는다.

 

(3) 우리는 성령이 우리 성품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사회와 역사를 창조하시는데 우리가 참여할 것을 요구 하신다고 믿는다. 이 영은 메시아의 나라를 위한 영으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사회적, 정치적 개조를 위하여 싸울 것을 명령한다. 그러므로 이 같은 신앙에서 오늘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신념을 밝히고자 한다.

 

(1) 한국의 현 통치세력은 공법과 설득에 의한 지배를 무시하고 힘과 위협에 의해서만 지배하려고 한다. 우리의 공동사회는 약육강식의 집단으로 전락되고 있다. 하나님 이익에는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 세상 권세랑 하나님의 인간 사회에 정의와 평화의 질서를 세우기 위하여 국가 권력에 위임하신 것이다. 누구나 자기를 법 위에다 세우고 정의에 대한 하나님의 명령을 위반한다면 하나님을 반역하는 것이다. 우리의 동양적 전통에 있어서도 선한 통치란 지배자의 도덕적 설득과 덕에 의하여 이뤄지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국민을 칼로 정복할 수는 있어도 칼로 다스릴 수는 없다.

 

(2) 한국의 현 통치세력은 양심의 자유와 신앙의 자유를 무너뜨리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물론 침묵의 자유도 없다. 그리스도 교회는 예배, 기도, 집회, 설교 내용, 성경의 가르침에 있어서 부당한 간섭과 억압을 받고 있다. 그리스도 교회는 물론 다른 종교 단체들도 국민의 양심을 옹호하는데 그 역할이 있다. 양심을 파괴하는 것은 가장 사악한 행위다. 한국 교회가 통치세력의 간섭과 억압에 대하여 신앙의 자유를 지킨다는 것은 한국 국민의 양심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다.

 

(3) 한국의 현 통치세력은 국민을 지배하기 위하여 대중기만과 조작 또는 세뇌 작용을 조직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언론 기관은 지배체제의 선전수단으로 전락하여 국민에게 사이비 진리와 근거 없는 허위를 전달하고 있으며 국민을 기만하기 위하여 정보를 통제하여 조종하고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진리에 대한 증인으로서 언제 어디서나 기만과 조작의 어떠한 체제도 깨뜨려 버리기 위하여 싸워야 한다. 왜냐하면 진리를 말한다는 것은 곧 메시아의 나라를 선포하고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4) 한국의 현 통치세력은 무자비하게 효과적인 수단을 써서 정치적인 반대자, 비판적인 지식인 나아가서는 무고한 국민들을 파괴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활동하는 중앙정보부는 나치스나 스탈린 치하의 비밀경찰을 방불케 한다. 국민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위협과 협박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때는 그들에게 연행된 채 행방을 알 수가 없다. 우리는 하나님이 인간을 육과 영으로 창조하신 것을 믿는다. 메시아의 심판의 날, 육은 영과 함께 부활한다. 우리는 인간의 몸이 범할 수 없는 것임을 믿는다. 인간의 몸을 강제로 범한다는 것은 살인적인 행위다.

 

(5) 한국의 현 통치세력은 강한 자가 가난한 자를 수탈하는 오늘의 경제체제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 특히 가난한 도시, 노동자들과 농민들은 가혹한 수탁과 사회적 경제적인 부정으로 희생을 당하고 있다. 한국의 이른바 경제적 발전이란 가난한 사람들에게 대한 몇 지배자 몇 사람의 음모의 결과이며, 우리의 환경에 대한 가혹한 재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극단적인 비인간화와 부정의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하여 싸워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역사에 있어서 가난한 자들이 부유해지고 눌린 자들이 보호를 받고 모든 백성이 평화를 누리게 되는 메시아의 나라가 실현되는 과정을 증거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6) 지금 남북의 정권은 통일의 대화를 단지 그들 자신의 집권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구실로 삼고 한국 민족의 국토 통일에 대한 열망을 배반하고 있다. 남북은 진정한 화해를 이룩하려는 민족적 자세를 확립하여 우리 민족 전체가 참다운 공동체를 수립할 수 있도록 깊이 모색하여야 한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지난 날의 쓰라린 싸움에 대한 경험, 이데올로기와 정치, 경제제도의 차이를 넘어서고 국민을 억압하는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통일을 실현할 수 없다. 여기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행동을 선포하여 호소한다.

 

(1) 19721017일 이후 국민의 주권을 전적으로 무시한 채 제정된 법률, 명령 정책 또는 독재를 위한 정치적 절차를 우리는 한국 국민으로서 단호히 거부한다. 이 땅에 민주주의를 부활시키기 위하여 온갖 형태의 국민적 연대를 수립하자.

 

(2) 이 투쟁을 위하여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신학적 사고와 신념을 심화하고 신앙적 자세를 분명하게 하며, 눌리고 가난한자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는 복음을 널리 전파하며 말씀에 서서 조국을 위하여 기도함으로써 교회를 새롭게 하자. 우리는 우리 선인들이 걸어온 가시밭길을 되새기면서 필요하다면 순교도 불사하는 신앙의 자세를 다짐하여야 한다.

 

(3) 우리는 세계 교회를 향하여 우리를 위하여 기도해 줄 것과 우리와의 연대감을 더욱 공고하게 해 줄 것을 호소한다. 세계의 그리스도 교인들의 우리에게 대한 격려와 지원을 통하여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공동적인 유대를 계속 확인하여 주기를 바란다.

 

우리의 주님, 메시아 예수는 유대 땅에서 가난한 자들, 눌린 자들, 멸시 받는 자들의 사이에 계셨고 그들과 함께 살으셨다. 그는 로마 제국의 대표자 본디오 빌라도 앞에 담대하게 서시었다. 그리고 진리를 증거하시는 도상에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셨다. 그러나 백성들을 해방하기 위하여 죽음에서 일어나 변화의 능력을 보여주셨다. 우리는 오늘, 주님의 발자취를 따라 갈 것을 결의 한다. 그리하여 주님처럼 소외당한 동포들과 함께 살면서 정치적인 압박에 저항하고 역사의 개조에 참여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이것만이 우리의 사랑하는 조국, 한국 땅에서 메시아의 나라를 선포하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주님의 한량없는 은총을 믿고 기원한다.

 

 

1973520

한국 기독교 유지(有志) 교역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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