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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의 끄적거림/원고

평화와 희망을 심는 올리브나무;2023년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에 대한 하나의 이해

by yunheePathos 2023. 11. 24.

평화와 희망을 심는 올리브나무

- 2023년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에 대한 하나의 이해

이윤희 고양YMCA 사무총장 / 올리브나무평화한국네트워크 코디네이터
 

참여연대 「복지동향(2023 12월호)」 인터뷰(2023.11.20.)
- 인터뷰 및 정리 : 김지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 인터뷰를 진행해주시고 정리해주신 김지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김지원님이 정리해주신 글에 몇 가지 정보를 보태 수정, 보완한 것이다. 실린 원 글은 아래 링크페이지를 참고.
평화와 희망을 심는 올리브나무-2023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평화에 대한 하나의 이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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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참여연대 지하에는 신발 3천 켤레가 모였습니다. 신발들은 11월 17일 보신각 광장에 가자 지구에서 사망한 이들의 이름과 함께 놓였습니다. 압도적인 모습이 연출됐지만, 이는 지난 한 달 동안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1/5도 되지 않는 숫자라는 점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습니다. 유니세프는 가자지구가 수천 명의 어린이에게 무덤이 됐고, 남은 모든 이에겐 산 지옥이 됐다고 말합니다. 그곳이 무덤이자 지옥으로 남아서는 안 됩니다. 이스라엘 정부가 더 이상의 학살을 중단하고 즉각 휴전에 응하기를 촉구합니다.

이 아픔에 지금 깊이 공감하기 어렵더라도, 우리와 무관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과 꾸준한 관심을 이어갔으면 합니다. 상황을 정확히 알고 오해를 푸는 것이 이런 노력의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 팔레스타인을 위해 올리브트리 캠페인, 대안 여행 등을 추진하신 고양YMCA 이윤희 사무총장님을 만나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상황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고양YMCA 사무총장 이윤희입니다. 2008년부터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팔레스타인 민民들이 땅을 지키고 생존할 수 있도록 올리브나무심기캠페인(Olive Tree Campaign)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균형감 있게 볼 수 있도록 팔레스타인 지역 민民들과 함께하는 대안여행(Alternative Tourism), BDS(Boycott, Divestment and Sanctions) 캠페인 등을 시민사회와 종교계와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 이스라엘-하마스 무장갈등 상황을 중심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역사를 큰 맥락에서 설명해주세요.

우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를 한번 짚어보고 싶습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이야기할 때 보통 ‘분쟁’, ‘갈등’, ‘전쟁’ 같은 용어를 쓰는데, 그것보다는 ‘점령’, ‘식민지’, ‘독립’, ‘저항’이라는 용어로 바꿔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갈등이라고 하면 두 당사자 간의 목표나 정서들이 충돌하는 어느 정도 동등하게 느껴지는 충돌로 이해가 되는데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상황은 이스라엘과 제국의 국제패권 질서 재편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땅이 식민지화된 역사적 맥락으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스만제국이 지배했던 땅은 1, 2차 세계대전을 거쳐 모두 독립국가로 성립되었습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땅만 유대인들에 의해 점령당했고, 그 역사가 지금까지 75년간 이어지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가자지구의 지금의 상황에 대해 “집단 학살/홀로코스트가 진행 중이며, 이는 팔레스타인인을 제거하고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민족 중심적 우월주의 파시스트이자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로 변화시키기 위한 75년 프로그램의 일부"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과 가까운 이야기를 해보면, 하마스는 무슬림형제단의 팔레스타인 지부였습니다. 무슬림형제단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하마스의 전신 조직은 그 땅을 떠날 수 없었던 민民을 위해서 교육, 복지 서비스(병원, 학교) 등의 지원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 사건으로 인해 팔레스타인의 무슬림형제단이 하마스라는 조직으로 바뀌게 됩니다. 첫 번째 사건은 1987년도에 일어난 1차 인티파다(Intifada, 민중봉기)인데요. 인티파다는 19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집니다. 두 번째 사건은 이집트에 있었던 무슬림형제단이 불법화된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사건으로 무슬림형제단 대신 하마스(Hamas, 이슬람 저항조직)가 1988년도에 만들어집니다. 1차 인티파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독립을 위해 비폭력 평화행동으로 진행됐습니다. 대부분 세금 납부 거부 투쟁을 하거나 시장에서 상점을 운영하지 않는 등의 활동을 펼쳤습니다. 그런 행동이 3~4년 정도 지속된 결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한 국제적 노력이 진행됐고, 1993년도 1차 오슬로 협정이 체결되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오슬로 협정은 ‘땅과 평화를 교환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이스라엘이 점령했던 땅에서 물러나고 그 땅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함으로써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공존하는 평화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당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80% 정도는 오슬로 협정에 대해 지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오슬로 협정에 대해서는 평가가 다양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기대는 말 그대로 ‘땅과 평화가 교환’되는 것 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서안 지역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고, 팔레스타인이 국가로 건립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실제로는 서안지역(West Bank, 요르단 강 서쪽에 있는 둑,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에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점령촌이 더 확대되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1990년대 초반에 20만여 명이었던 불법 정착촌(Illegal Settlement)의 유대인들이 현재는 97만 명에 이르게 됐죠. 서안지역 땅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350만 명 정도인데, 이에 1/3에 해당하는 약 100만 명의 유대인이 불법 정착촌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인구밀도도 엄청 높을 수밖에 없죠. 점령지에 정착촌을 만드는 것은 UN법상 불법입니다. 오슬로협정 체결 이후에 기대했던 평화는 오지 않고 불법 정착촌만 확대된 것이죠. 또한 정착촌에 사는 유대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이스라엘 군인들의 일상적인 침탈과 군 기지 건설과 주둔/점령이 확대됐습니다. 이런 식으로 점점 땅을 빼앗기게 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오슬로협정, 국제사회를 불신하게 됐습니다. 이는 2006년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당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맡고 있던 파타(PATA)를 이기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권력이 하마스로 이양되어야 하는 국면을 맞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미국까지도 이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를 두고 일각에서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파타)와 하마스의 내전이라고 표현하는데, 사실 내전이라기보다는 이스라엘-미국의 국제 패권질서가 온건한 세속주의 정당인 파타를 대신할 하마스를 인정하지 않아 발생한 것입니다. 결국 국제 사회로부터 정당한 권력 이양을 부정당한 하마스는 가자지구(Gaza Strip)로 쫓겨나게 됩니다.

그 결과 가자지구는 2007년부터 분리장벽(인권차별장벽)으로 봉쇄됐으며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되는 세상에서 가장 큰 감옥이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가자지구의 실업률은 40%~70%에 달하고 있습니다. 2017년도 UN의 실태보고에 따르면. 가자지구는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라고 표현되고 있습니다. 깨끗한 물도 부족하고 연료도 없는 땅이 됐으니까요. 이와 함께 서안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실질적인 지배도 더욱 강화되고 심각해졌습니다. 11,00여 명의 정치범이 이스라엘 감옥에 구금되어 있고, 2021에는 어린이인권단체, 공정무역농민단체 등 6개의 NGO가 불법화되었으며, 200개의 불법점령촌과 150여개의 OUTPOST가 건설되는 등 서안지역의 96%를 실질적으로 점령, 지배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올해 10월 이전에만 167명의 서안지역 사람들이 살해를 당했고, 이스라엘군과 불법 정착민들에 의한 일상적인 처벌에 노출(7월, Jenin, 탱크와 드론 등을 앞세운 이스라엘 군인들에 의한 48시간 침탈 등)되어 있었습니다.

▢ 지금 사태에 대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집권당인 파타는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나요?

2007년 가자지역이 봉쇄된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세 번 침공했습니다. 침공 때마다 보통 한 달 가량의 침공이 이어졌습니다. 세 번의 침공을 통해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모두 5천여 명에 달했습니다. 이번에는 한 달도 안 됐는데도 오늘(11/23) 기준으로 14,319명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중 어린이가 5,650명, 여성이 3,500명입니다. 파괴된 건물 잔해에 깔린 사람들을 찾거나 구할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물과 식량 부족으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상상하기 어려운 지옥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상황임에도 파타는 사실상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말하지만, 하마스와 함께 이스라엘에 대항하거나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이 사안을 조정, 중재하라는 요청을 하거나 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팔레스타인 주민들 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하마스의 강경노선에 대해 강력하게 지지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가지지구와 서안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지옥을 경험하며 분노하지 않는 사람들 또한 없습니다.

이번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공격은 크게 네 가지의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4차 중동전쟁 이후 아홉 차례에 걸쳐 이스라엘에 의한 가자지구 침공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가자지역 사람들에 의한 이스라엘 침공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공격이 있었던 것입니다.
두 번째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가두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분리장벽이 그동안 붕괴된 적 없었는데, 이번에 붕괴되었다는 것입니다. 상징적 의미가 큽니다.

세 번째로는 지금까지 어떤 전쟁을 통해서도 한 번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의해 이스라엘 사람이 천명 넘게 죽은 적이 없습니다. 하마스에 의해서 이스라엘 남쪽 지역 주민 1천여 명이 죽었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이스라엘 정부 초기 발표는 사망자 1,400여 명, 그러나 1,200여 명으로 수정). 시간이 지나면서 이스라엘의 생존자와 군인들에 의해 이스라엘의 사망자 중 일부가 이스라엘 헬기와 탱크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증언이 이스라엘 경찰과 매체를 통해 나오고 있는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주장했던 도덕적 우월성의 논거들이 많이 허물어지고 있죠.

네 번째는 세계적으로도, 팔레스타인-이스라엘에 국한해서도 지금 상황은 민주주의의 후퇴와 국제 시민사회, UN 등 국제기구의 역할 상실을 극명하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시민들은 극우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막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고, 팔레스타인도 2006년 총선 이후, 어떤 형태로든 간에 민주적인 독립정부 구성을 위한 노력들을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민주적 통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사법주에 관한 기본법 개정’) 극우 세력이 지금 이스라엘 정부를 구성, 운영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도 그 주민들의 의견을 통합하고 조정하는데 실패하고 있습니다. 국제 시민사회와 국제기구 측면에서는 그동안 이스라엘에 관해 300여 건의 UN 결의안이 만들어졌지만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사망자가 느는 걸 보면서 인류에 대한 공동의 믿음과 책임, 사랑과 신뢰의 기반이 붕괴되는 위기에 놓였다고 생각됩니다.


▢ 현재 가자지구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1만 명을 넘었다는 마음 아픈 소식을 들었어요. 정말 많은 인권침해가 있을 것 같은데요. 현지의 구호 상황은 어떤가요
?

구호상황을 더 어렵게 하는 장벽들과 점령 상황에 대해서 먼저 조금 더 말씀드릴게요. 2009년에 팔레스타인의 그리스도인들은 ‘카이로스팔레스타인선언(Kairos Palestine Document)’을 발표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198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의 경험을 토대로 무장투쟁에서 벗어나 국제 사회의 정의로운 지지와 평화 협력을 통해 독립을 호소를 하고자 했습니다. 남아공에서 인종차별 문제를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보이콧 운동으로 철폐했듯, 이스라엘의 점령도 보이콧 운동을 통해 철회될 수 있도록 국제 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남아공의 보이콧 운동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참여했던 서구 정치세력이 팔레스타인의 보이콧 운동에 대해서는 반유대주의라고 비판하며 법적으로 금지하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시민사회의 BDS운동, 올리브트리캠페인, 대안 여행 등의 평화적인 대응에 국제사회가 반유대주의적이라고 동의하지 않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안 지역과 가자지구, 모두 분리 장벽으로 봉쇄되어 있습니다. 사실 분리 장벽은 중립적 언어고 이스라엘은 ‘안보 장벽’이라고 표현하고, 팔레스타인은 ‘인종차별 장벽’이라고 합니다. 이 장벽은 700km에 달하는데 마을과 마을을 관통하여 세워져 있어요. 이 장벽 때문에 팔레스타인 마을공동체는 파괴당했습니다. 불법 점령촌에 살고 있는 유대인만을 위한 전용도로(관통도로)도 문제입니다. 약 200개의 불법 점령촌을 연결한 유대인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도로입니다. 이러한 관통도로 때문에 도로 건너편에 있는 팔레스타인 농민 소유의 농장도 가지 못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도 있습니다. 도로를 건널 수 있는 지점에서는 이스라엘 군인이 허가를 해줘야 갈 수 있는 검문소(Check Point)가 설치되어 있는데, 개방 여부는 전부 이스라엘 군인들 마음에 달려있습니다. 올리브 농장을 불 태우고 땅을 빼앗거나 가옥을 파괴하고 구금하는 등의 처벌과 침공(일명 잔디깍기) 이외에도 체크포인트 등 일상적인 인간적인 수모 등에 의한 인권 침해와 생존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UN 조사관에 따르면, 가자지구에 필요한 하루 최소 필요 양이 트럭150대~200대 정도라고 합니다(정상적으로는 500대 분량이 필요). 가끔 가자지구에 들어가는 트럭행렬에 대한 영상만 찍고 제대로 된 긴급구호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병원도, 학교도, 난민촌도 이미 폭격을 당했습니다. 170만 명 이상이 집을 잃고 난민이 되었고, 대부분의 주택은 파괴된 상황입니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봉쇄로 10월 이전에도 이미 외부 지원이 없으면 살기 힘든 공간이었습니다. 지금은 이스라엘의 폭격과 침공으로 굶주림으로 고사될 수밖에 없는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팔레스타인이나 이스라엘에서 인권 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은 지금 어떤 상황이고 무엇을 최우선으로 노력하고 있나요?


25천톤(히로시마 핵폭탄 2개에 달하는 파괴력)에 달하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UN 관련 기구의 직원들도 100명이 넘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민간단체 활동가들은 대부분 가자지구를 떠날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대량 학살과 점령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한 노력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서구의 시각에서 비춰지는 영상과 정보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진실과 정보를 전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그러나 사실 밖에서는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미국에 사는 유대인 청년들이 미국 워싱턴DC에서(11월 4일) 이스라엘에 의한 대량학살과 전쟁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였고, 이 캠페인에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 중 10만 명이 거리 행진 대열에 참여했습니다. 이를 주도한 그룹과 참여자 대다수가 청년들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봅니다. MIT 대학생들은 정학조치라는 위협 속에서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유대인 역사가, 스톡턴 대학의 홀로코스트 및 집단 학살 연구 교수인 라즈 세갈(Raz Segal)은 ‘인종대량 학살(Genocide)의 교과서적 사례’(10월 18일)라고 비판하고 있으며, 미국에 살고 있는 40대 이하의 유대인 중 40%가 이스라엘을 ‘인종차별국가’로 인식(2021년, 미국 유대인선거연구소)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미국에서 팔레스타인의 권리에 대해 이와 같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블링컨 미 국무부장관처럼 유대인 시오니스트임을 당당히 밝히며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그리고 한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젊은 유대인들과 국제사회가 나서서 이스라엘의 점령과 학살을 반대하는 캠페인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다양한 영역에서 이에 대한 토론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7일에 있었던 유엔총회에서는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가자 결의안’이 채택(찬성 120 개국 : 반대 14개국(이스라엘, 미국, 동유럽 4개국-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헝가리 / 라틴 아메리카 2개국-과테말라, 파라과이, 태평양의 6개의 작은 섬나라)되었습니다. 미국인 66%가 "가자 지역에서 휴전과 폭력 축소를 요구"(10.22, Data for Progress poll 조사)하고 있습니다. 국제 시민사회의 움직임에 그나마 희망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한국 시민사회는 피식민지와 내전을 경험했고 이것을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으로 극복해온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시민사회에서는 더더욱 ‘강자의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니라 ‘약자의 관점에서 평화’를 말하며, 약자의 손을 잡고 문제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시민사회는 팔레스타인을 막연히 머나먼 남의 일로만 볼 수 없습니다. 지정학적 국제패권질서 속의 분쟁의 시좌에서 보면, 팔레스타인과 한국은 같은 아픔을 갖고 있습니다. 한반도와 팔레스타인은 모두 동-서 아시아의 양 끝에서 국제패권질서에 의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평화 또는 분쟁의 시소게임 안에 함께 있습니다. 공동의 노력과 연대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국제 사회 속에서 아파하는 민民들과 약자의 연대를 만드는 일에 한국 시민사회가 노력할 때,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국제 시민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더 넓고 깊게 확장해 갈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올리브나무 심기 캠페인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어떤 역사와 의미를 가진 캠페인인지 소개해주세요.


올리브트리캠페인(Olive Tree Campaign)은 2002년도부터 팔레스타인에서 시작된 활동입니다. 올리브트리캠페인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땅을 지키고 생존을 지지하며 청년들의 미래를 팔레스타인 땅에서 찾을 수 있도록 국제적인 지지를 보내고 참여하는 평화행동입니다. ‘부재자 재산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법은 3년 동안 농사를 짓지 않는 팔레스타인인의 땅을 이스라엘 정부가 국유화한다는 내용입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식민화 방식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내쫓으면서 주인없는 땅들이 많이 생겼고 그걸 정리하기 위해1950년도에 만들어진 법인데, 아직까지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 법을 이용해 서안, 가자지구에 불법 정착하는 유대인이나 이스라엘 군인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주요 농작물인 올리브나무를 없애는 방식(나무에 불을 지르거나 포크레인으로 파내거나 자르는 등의 행위 또는 농사짓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총을 쏘는 등)으로 농사를 못 짓게 하고 땅을 빼앗아 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청년들은 팔레스타인에서 땅을 지키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희망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가자지구를 포함한 팔레스타인의 이런 상황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이상 비폭력 평화행동에만 의지할 수 없다는 청년들, ‘성난 젊은 사자들’ 같은 그룹들이 새롭게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법이나 앞서 말한 분리장벽, 관통도로, 점령촌 유대인, 이스라엘 군인 등에 의해서 팔레스타인 농민이 땅을 빼앗기는 상황을 국제사회의 협력으로 방지하고 팔레스타인과 함께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지지와 희망의 연대를 보내는 캠페인입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청년들이 최소한의 삶의 기반을 갖도록 해주려는 노력입니다. 올리브나무를 키우고 가공해서 공정무역을 하거나 예술작품을 만들거나 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매년 Area C(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되어 전면적으로 지배하고 관할) 지역에 4만~5만 그루가 심겨지고 있고, 1년에 두 차례(2월에는 올리브 나무심기, 10월에는 올리브 열매 수확) 국제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에는 세계 30여 개 국가에서 매회 100여 명이 참가해 교류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2020년도부터 시작돼 3차년도인 지난해에는 헤브론과 나블루스 두 지역에 1,671그루를 지원하였습니다. 올해년도에는 2천 그루를 목표로 후원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 침략 상황이 지속되면서 많은 뉴스가 나오지만 보도사진이 주는 이미지만으로는 전쟁의 실상이 얼마나 끔찍한지 제대로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큰 안타까움을 느끼더라도 금방 잊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아픔에 더 귀 기울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쉽게 잊지 않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아까 말한 바 있는 대안여행인 것 같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성지순례 등의 이름으로 1년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을 방문하는 수가 6만 여명 이상입니다. 이스라엘 관광청은 한국의 여행 방문객을 10만 명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이스라엘 중심의 관점에서 여행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안타깝게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테러리스트로, 위험한 지역의 사람이라는 인식을 더욱 강화하는 여행이 되고 있습니다. 직접 그곳에 가서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며 그들의 현실을 보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애달파하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고 들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와서 보라, 그리고 행동하자(Come & See, Act)’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국제 사회와 호흡한다는 관점에서 가보시면 좋겠습니다. 대안여행이 어렵다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땅을 지키고 생존 기반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올리브 나무 한 그루를 심는 데 참여하시면 좋겠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를 지지하거나 지원하는 기업체, 불법 점령촌에서 만들어진 물품, 등을 사지 않는 불매운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세요. 이것은 큰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우리가 손쉽게 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 선생님께서는 이 갈등이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모습으로 끝나길 바라시나요?

국제사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두 개의 국가가 평화적으로 건설되는 것입니다. 국제사회가 합의하고 있는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 상황으로 복귀를 하자는 것이고, 이것이 공식적인 국제 사회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이에 대한 지지, 동의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오슬로협정을 거친 이후에 이 두 국가론이 결국은 이스라엘의 점령을 확산시키는데 시간을 벌어주는 수단이 됐다고 평가되면서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습니다. 1국가론을 주창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두 국가가 아니라면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공식적으로는 1967년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 팔레스타인을 UN에서 독립 국가로 승인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복지동향 구독자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려요.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문제는 종교의 문제가 아닌 ‘점령’과 ‘식민지’ 문제라는 것을 꼭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렇듯 종교의 문제가 아닌데, 한국에서는 종교의 문제로 이해하는 분들이 유난히 많은 것 같습니다. 이것은 서구의 시각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 주류매체와 함께 기독교 특히 개신교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1948년 건국된 이스라엘은 성서에서 말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아닙니다. 현재 이스라엘 극우정부의 정치적 시오니즘은 유대교와 무관합니다. 종교 문제가 아니라 75년의 식민지 역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맥락에서 보아야 합니다.

한국은 특히 식민지와 전쟁을 경험하고 국제 사회의 지지를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실현한 역사가 있습니다. 한국 시민사회의 평화가 ‘제국의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닌 약자들의 연대에 의한 평화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더더욱 약자의 관점에서, 피해자의 관점에서 평화를 지지하고 관심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특히 종교계, 기독교계가 종교문제라는 오해에서 벗어나 최소한 국제법과 인권법에 근거해서 이 상황을 볼 수 있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이런 반복되는 폭력의 근본 원인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법을 수호하고 이스라엘의 16년간의 가자지구 불법 봉쇄와 모든 팔레스타인인에게 부과된 이스라엘 아파르트헤이트 시스템의 모든 측면을 종식해야 한다.", 국제앰네스티)

지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그저 안타깝고 아파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 땅에서 살고자 75년 동안 울부짖고 있는 팔레스타인 민民들의 애달픈 호소와 이스라엘 어린이의 평화는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평화라는 이스라엘 어머니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팔레스타인의 평화와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관심을 이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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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톡] 평화와 희망을 심는 올리브나무 - 참여연대 - 월간복지동향

이윤희 | 고양 YMCA 사무총장, 올리브나무평화한국네트워크 코디네이터인터뷰 및 정리 | 김지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얼마 전 참여연대 지하에는 신발 3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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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th About Palestine

Boycott, Divestment, Sanctions (BDS) Boycott, Divestment, Sanctions (BDS) is a Palestinian-led movement for freedom, justice and equality. BDS upholds the simple principle that Palestinians are entitled to the same rights as the rest of humanity. Israel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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