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분쟁·갈등과 청년들의 삶'과 '평화를 일구는 청년들의 연대'라는 주제로 개최된 [청년·전문가 평화 ROUND TABLE
]에서 발표된 남기평 한국기독학생회운동총연맹(KSCF) 총무의 원고. "한·중·일·북 청년들의 상호이해와 평화 비전- 혐오를 넘어, 공감과 연대로"
[청년·전문가 평화 ROUND TABLE] 는 분쟁과 갈등이 청년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사회 청년들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고양YMCA 호크마미래사회연구소, 아시아의친구들, 희망의소리, 아시아태평YMCA연맹 등이 협력하여 2025년 9월 17일(수) 14:00~18:00, 킨텍스 제2전시장 307호에서 개최되었다.

한·중·일·북 청년들의 상호이해와 평화 비전
- 혐오를 넘어, 공감과 연대로
남 기 평(Nam, Kipyung) • 한국기독학생회운동총연맹(KSCF) 총무
동북아시아는 지난 세기 동안 압축적 산업화와 근대화를 경험한 대표적 지역으로, 그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회문제가 오늘날 각국에서 유사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청년 세대는 거품경제 붕괴 이후 거의 30년 가까이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여러 사회적 이슈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세대가 형성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헬조선’이라는 사회적 배경 속에서 ‘n포세대’가 등장했습니다. 중국에서는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린 ‘주링하우(90後)’ 세대가 출현했지만, 여전히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그 한계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북조선을 제외한 대만과 홍콩의 청년들도 상대적 빈곤과 구조적 양극화를 경쟁의 시작부터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동북아시아의 청년 세대는 무한경쟁의 환경 속에서 성장하였고, 극복하기 어려운 유리천장과 체념 속에서 포기와 무력감을 체화하며 살아갑니다.
한편, 한국, 중국, 일본, 북한은 서로 다른 정치 체제와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역사적 이해와 해석, 그리고 자국 중심적 이기주의와 결합된 인식은 청년층 사이에서 상대 집단을 혐오하는 극우적 정서를 부상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청년, 그중에서도 남성에게 이러한 극단적 이데올로기가 설득력 있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급격한 경제·사회적 변화 속에서 청년 세대가 경험하는 구조적 문제는 국가를 초월하여 공통적인 특징을 드러냅니다.
압축성장의 그늘과 청년세대
‘압축성장’은 단기간 내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한 동북아시아의 특성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입니다. 동북아시아는 다른 지역보다 신자유주의 논리에 충실하며, 이를 극한까지 밀어붙여 왔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산업화 과정에서 경제적 성과를 거두었지만, 청년 세대는 과도한 경쟁, 불안정 노동, 교육 부담 등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중국 역시 개혁·개방 이후 고도성장을 이루었지만, 청년층은 대도시와 지방 간 격차, 신자유주의적 불안정성 속에서 사회적 위치가 제한됩니다.
결국 압축성장은 경제 발전의 성과를 가져오면서도 동시에 청년층의 구조적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양가적 효과를 낳습니다. 이는 상대적 빈곤으로 나타나며, 청년들은 자신의 가난을 숨기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경우, 정치적, 경제적 고립과 제한된 성장 모델, 거의 불가능한 계층 이동으로 인해 청년층의 사회적 기회 구조가 심각하게 제약됩니다.
빈곤은 단순히 물질적 결핍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사회적 역할 수행을 제한하며, 개인에게 절망감을 안겨 줍니다. 세상에는 절대적 장벽이 존재하며, 이를 바꾸기 어렵다는 인식이 청년들 사이에서 일반화됩니다. 사람들은 서로의 노력을 ‘너무 애쓰지 마, 없어 보이니까’라는 식의 모멸로 맞닥뜨리며, 노력은 더 이상 미덕이 되지 못하고, 가난은 낙인이 됩니다. 그러나 무한경쟁과 생존 압박 속에서 취약성을 경험하는 것은 청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상대적 박탈감이 야기하는 심리적 빈곤은 물질적 결핍 못지않은 정서적 고통을 초래합니다.
사회적 불평등을 몸으로 체감하는 세대
청년은 종종 실패의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하는 존재로 규정됩니다. ‘노력’과 ‘기회’라는 담론은 이러한 구조적 압박을 정당화하며, 청년들로 하여금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이 가운데 주거 문제는 청년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작용합니다. 동북아시아에서 주거 문제는 특히 민감한 사회적 쟁점으로, 이를 극복하지 못한 개인은 사회를 염세적, 회의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청년층의 자립을 어렵게 만들며, 주거 불안정은 결혼·출산 등 사회적 재생산 과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중국 대도시 청년에게도 ‘집을 소유할 수 있는가’는 사회적 지위를 가르는 핵심 기준입니다. 따라서 주거 문제는 국가별 체제 차이를 넘어 동북아시아 청년세대가 공유하는 구조적 문제이며, 사회적 불평등을 몸으로 체감하는 주요 지점입니다.
집은 본래 안전과 보호를 제공하는 물리적 공간이자,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무조건적 유대가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유대감은 점점 약화되고 있습니다. 21세기에 들어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경제적 요인만으로도 사적 관계가 단절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사적 관계의 붕괴는 사회적 불평등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며, 청년들에게 무력감과 무관심을 낳고, 정신적 고립과 사회적 관계망 밖으로의 배제를 초래합니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종종 ‘혐오’라는 형태로 타인에게 향하게 됩니다.
혐오는 돌고 돌아 자기혐오로
동북아시아에서 나타나는 혐오는 역사와 결합한 인종·민족 문제로 구체화됩니다. 이는 상호 이해를 가로막는 중요한 장벽으로 작용하며, 신자유주의적 논리와 결합해 ‘자기 책임론’이라는 형태로 정당화됩니다. 나와 다른 집단의 경제적 취약성을 그 집단의 능력 문제로 환원하며, 인종·민족적 차이를 고정화하고 양극화된 계급 구조를 재생산합니다.
한국 사회 내 이주민 청년, 북한에 대한 적대감, 일본 내 재일 한국인, 중국 내 소수민족 청년 등은 모두 혐오의 정동 체계 속에서 서로를 향한 혐오를 배설합니다. ‘우리’와 ‘타자’를 가르는 경계는 청년 세대에 깊은 상처를 남기며, 상대적 빈곤과 사회적 배제는 혐오를 강화하는 악순환을 낳습니다. 역사적 부정과 해결되지 않은 피해 경험은 여전히 인간 존엄을 훼손하고 차별을 조장하며, 문제를 계속 소환합니다.
혐오는 특정 행동에 대한 분노와 구별됩니다. 분노는 대상의 변화 가능성을 전제로 하지만, 혐오에는 기대조차 없습니다. 대상의 정체성을 부정적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대상의 행동이 달라져도 혐오 감정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결국 이러한 혐오는 ‘자기혐오’로 귀결되며, 반복된 낙인과 혐오 경험이 내면화된 결과로 나타납니다.
마치며
동북아시아 청년들은 각국의 역사, 정치 체제, 경제 구조 속에서 유사한 구조적 압박과 사회적 불평등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특정 국가나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지역 전체가 공유하는 구조적 현실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식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연결점을 마련해야 합니다.
역사적 갈등과 민족적 편견을 넘어서는 대화와 교육의 장이 필수적입니다. 과거사 문제나 민족주의적 감정은 쉽게 혐오로 이어질 수 있지만, 청년들이 서로의 현실을 공유하고 상호 입장을 이해하며, 사실과 경험을 기반으로 비판적 사고를 기를 때, 집단 간 편견과 오해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청년들이 협력적 사회적 참여와 공동 프로젝트를 경험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환경, 기술, 문화, 지역 공동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협력은 상호 신뢰를 쌓고, ‘타자’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줄이는 실질적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는 동북아시아 전역에서 청년들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는 대표적 과제입니다. 국경을 초월한 기후 협력 프로젝트, 재생 가능 에너지, 지속 가능한 도시와 농업 실천 등은 청년들에게 공동의 목표를 제시하며, 지역 평화와 연대를 실천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변화는 시작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자신의 가치를 재정의할 때 사회적 연결망이 넓어지고,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변화의 힘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는 타인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개인과 개인 간의 감정적 연결을 가능하게 하며, 각 개인에게 특별하고 고유한 서사를 부여합니다. 나아가 ‘나의 집단/내가 속하지 않은 집단’이라는 구도를 해체하고, 타자와의 동일시를 가능하게 합니다. 결국 혐오 대상으로 여겼던 집단을 사람 혹은 친구로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동북아시아의 미래 평화와 지속가능성은 결국 청년들의 공감, 연대, 협력적 행동, 그리고 기후 대응 실천에서 비롯됩니다. 이러한 과정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더 나은 삶의 조건을 마련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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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전문가 평화 ROUND TABLE] 국제 분쟁·갈등과 청년들의 삶
분쟁과 갈등이 청년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사회 청년들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청년·전문가 평화 ROUND TABLE]을 진행했습니다.(2025년 9월 17일(수) 14:0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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