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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큐메니컬, YMCA/YMCA

세월호 참사로 친구들을 잃은 청소년들의 입장문 (청소년YMCA)

by yunheePathos 2014. 5. 11.


세월호 참사로 친구들을 잃은 청소년들의 입장문


안녕하세요. 저희는 청소년YMCA전국대표자회입니다. 2014년 4월 16일 신나게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과 일반 승객분들이 태운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습니다. 우리는 모여서 살아 돌아오기를 기도했지만 결국 우리들의 친구였던 안산청소년YMCA TOP아카데미 회원 5명의 장례식을 치뤘고 아직도 차가운 바다에 있는 1명의 친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첫 번째 참사로 인해 목숨을 잃은 단원고 친구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와 함께 많은 이야기와 꿈을 나누었던 수많은 친구들을 잃었습니다. 선실에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지켰던 친구들이 우리의 곁을 떠났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밝게 웃던 친구들이 보고 싶습니다. 그 절망의 바다에서 나오지 못했던 단원고 친구들과 여행객들께 죄송하고 미안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친구들의 명복을 빌며 그 두려움과 고통의 시간을 떠나 편안한 곳으로 갔기를, 부디 하늘에서는 이러한 고통을 겪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친구들아 많이 힘들었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것 뿐이라서 미안해. 그리고 지금까지 연락 많이 못 해서 미안해. 더 많이 만나고 더 친해지고 싶었는데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슬퍼. 너희들이 못다 이룬 꿈, 너희 들이 꿈꾸던 생명 평화의 세상을 우리가 꼭 만들어 볼게. 또 너희들을 희생시킨 사람들을 찾아 꼭 진실규명을 할게. 다음에 우리가 만날 땐 좀 더 좋은 세상에서 만나자. 그때는 좀 더 친해졌으면 좋겠어. 고마웠고 미안하고 사랑한다. 잊지 않을게. 친구들아.

 

두 번째로 이제 우리의 또 다른 가족이 되신 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친구의 부모님은 우리의 부모님이십니다. 신나게 인사를 하며 잘 다녀오겠다던 아들, 딸들이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하셨을 친구들의 부모님이십니다. 잘 다녀올 줄만 알았던 우리 친구들의 부모님들은 아마 평생을 가슴으로 기다리실 것입니다. 우리는 유가족분들 옆에서 같이 슬퍼하는 일 밖에 할 수 없어 죄송하기만 합니다. 장례식장에서 오히려 저희를 위로 해주신 손길을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또 다른 가족이 되겠습니다. 자랑스러운 친구들을 추억하며 슬픔과 위로의 자리에 함께 있겠습니다.

 

또 다른 가족이 되신 부모님. 우리들은 함께 했던 친구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또 매년 4월이 돌아오는 자리에 부모님 곁에서 함께 슬퍼하겠습니다. 그리고 살아 돌아와 준 친구들아. 너희 때문이라고 자책하지 말아줘. 누구보다도 슬픈 거 알아. 하지만 너희가 계속 슬퍼하는 것을 보면 떠난 친구들이 더 슬퍼 할꺼야. 너희가 친구들의 꿈을 다시 살려줘야 친구들도 기뻐 할꺼야. 언제든지 우리가 함께 할게. 살아 돌아와줘서 정말 고마워.

 

세 번째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알게 된 우리나라의 진짜 모습을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바라봤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세계경제 20위에 K-pop으로 널리 알려진 자랑스러운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사고를 통해 다시 바라본 한국사회의 모습은 겉과 속이 달랐습니다. 배가 침몰하기 전까지는 분명 모든 승객들이 탈출할만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전부 빠져나오지 못했을까요? 왜 전부 살아남지 못했을까요? 세월호의 선장은 승객에 대한 자신의 의무를 버리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며 잘못된 정보 전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습니다. 무책임하게 배를 버린 선장을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선장만이 무고한 시민들을 죽였다고 봐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믿었던 우리나라의 정부는 늑장대응에 국무총리는 중요한 시기에 사퇴를 선언하였습니다. 현 정부는 사고에 대한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하고 문제의 원인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고만 있습니다. 박대통령은 한참 뒤늦게, 국민들의 여론이 심각해지고서야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과를 받을 수 없습니다. 선장을 비롯해서 대통령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이번 사고를 대하는 우리나라의 어른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안전사고에 대해 체계적으로 예방하고 대책을 세우고 책임지는 믿음직한 정부의 모습을 보여줘야만 할 것입니다.

 

사과는 눈을 보고 진심을 다해서 하는 거라고 어릴 때부터 배웠습니다. 사과 대신 수학여행, 소풍, 현장체험의 금지라는 이상한 대책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지요. 친구를 잃은 우리들에게, 자식을 잃은 부모님께 제대로 사과하고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물어 보아주세요.

 

네 번째로 우리 청소년들은 세월호 사고에 대해 절대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나이가 어리다고요? 아니면 청소년들은 뭘 모른다고요? 한국사회에 촛불을 가장 먼저 든 것도 우리 청소년이었습니다. 우리 친구들은 꿈을 꿀 수 있는 자유가 있었고,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무책임한 정부는 이를 놓쳤습니다. 이 사고을 이용해 새로운 법을 만들고 생각없이 술판을 벌인 정치인과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는 박대통령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단원고 학생들 뿐만 아니라 교사분들, 학생들을 살리고 빠져나오지 못한 승무원, 아르바이트생까지 모든 탑승자 중 실종자 1명 없이 다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한 구조대원분들과 구조를 돕고 있는 어민들의 안전 역시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거짓을 알리는 언론과 시간이 지나 관심이 시들해지기를 기다리는 어른들을 믿지 않겠습니다.

 

우리 모두는 탑승객 전부를 찾을 때까지 또 그 이후에도 절대 관심을 거두지 맙시다. 먼저 간 친구들을 위해 또 이런 나라에서 살아가야할 우리들을 위해 다시는 이런 슬픈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함께 움직입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같이 이야기하고, 너무 커서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없다고 미리 포기하지 맙시다. 우리가 먼저 생명평화의 촛불을 듭시다.

 

잊지 않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2014년 5월 10일

 

청소년YMCA전국대표자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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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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