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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팔레스타인과 한반도 평화

피억압민의 자존감과 얼굴이 보이는 팔레스타인 대안무역

by yunheePathos 2016. 10. 15.

그동안 잊고 있던 팔레스타인 산 와인 맛을 한 와이너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 물론 팔레스타인에 도착해서 첫번째로 한 일은 시원한 타이베를 찾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이번에 새로 알게된 사실은 팔레스타인 산 수제맥주 Shepherd의 맛이 일품이라는 것이다. - 그동안 팔레스타인 산 와인을 수입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얼굴있는 거래' 구명기 대표가 이번에 작정하고 공정무역으로 팔레스타인 산 와인을 수입하기로 결정하고 생산업자를 만나는 자리에 함께했기 때문이다.


직접 Beit sahour로 데릴러 온 와인 생산업자를 따라 1시간 넘게 차를 타고 이동한 카톨릭교회의 농장과 공장은 관광객이 없다면 한마디로 시골의 고즈넉함과 수도원의 조용함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런 곳에서 와인을 맛 본다는 것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포도 밭과 와인 생산 공장을 둘러보고 와인 생산을 위한 전 과정을 일일히 눈으로 보고 듣고 냄새 맡아보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런 저런 포도주를 시음하고 있을 때 마침 영국에서 방문한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와 함께 시음회에 또 참가하게 된 이중의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시음인지 와인 바인지 모를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했다. 특히 이번에 맛본 와인 중 포도가 아닌 석류로 만든 와인이 있었는데 그 맛이 깔끔하고 향이 특별히 좋았다.


Beit sahour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생산업자와 나눈 대화는 팔레스타인이 처한 현실의 한 단면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왜 팔레스타인 지역에 사무실과 공장을 두지 않고 이스라엘 지역에 사무실과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사무실은 베들레헴과 이스라엘 지역 두 곳에 두고 있고, 생산공장은 이스라엘 지역에 두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팔레스타인에서 생산된 포도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와인이지만 미국과 유럽의 일부 소비자들이 팔레스타인 표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로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공장이 있으면 언제 닫히고 열릴지 모르는 검문소(Check point)와 장벽에 가로막혀 상품 입출하가 자유롭지 못해 수출 일정을 제대로 맞출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팔레스타인 생산지 표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Bethlehem을, 이를 원치 않는 소비자들에게는 이스라엘 지역명을 라벨로 부착한다고 한다.


이들에게 공정무역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많은 와인이 교회 미사용으로 수출되지만, 유럽과 미국 소비자들의 요구나 이스라엘과의 관계에 따라 생산지가 바뀌고 팔레스타인의 브랜드와 노고의 댓가가 인정되지 않는 현실이라면 소위 공정과 대안을 생각하는 무역은 이를 바꾸거나 정당한 인정을 확장해갈 수 있을까? 팔레스타인과 관련해 '얼굴있는 거래'가 생각할 수 있는 대안무역은 팔레스타인 지역명이 표기된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을 수입함으로써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그들의 노동 가치에 대한 인정을 확장하는 일일 것이다. 한마디로 피억압민의 자존감과 얼굴이 보이는 대안무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의 정치적인 문제로 부정당하기 쉬운 현지 생산자의 노동의 가치와 브랜드에 대한 인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지역이라는 생각을 갖게된다.


무지몽매하고 무지막지한 사람에 의해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평화의 길이 막힌 기막힌 한국사회의 현실이 팔레스타인의 장벽과 함께 overlap된다. 팔레스타인과의 대안무역 역시 언제든 이스라엘에 의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경제협력에서 고려해야 하는 여러 정치적 요소들을 극복해 가는 것이 중요하듯, 팔레스타인과의 대안무역에서도 고려해야할 정치적 요소 또한 겹쳐 보이기도 한다. 남북경협이나 팔레스타인 대안무역은 항상 경제적 협력뿐만 아니라 정치적 요소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일방적인 필요에 따라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자 하거나 노동의 가치에 대한 정당한 댓가와 인정, 국가적 자부심과 존중이 결여된 경제협력이나 무역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 의해 남북경협은 소위 퍼주기라는 비난과 함께 단절의 아픔을 겪고 있고, 평화의 길을 만들던 개성공단이 한 순간에 막히게 되었듯이, 팔레스타인에서는 팔레스타인 노동자와 국가가 보이지 않는 얼굴없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무역이라는 이름으로 팔레스타인 노동자에 대한 부정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시장 질서라는 이름으로 일방적 이익을 누리고자 하거나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편승하는 단기간의 이익의 편리함을 찾아서는 안된다.


모든 갈등과 점령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평화의 바람이 오고 가는 길을 여는데 대안무역과 경제협력 활동이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어렵더라도 시장질서의 일방적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힘과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편승한채 단기 이익을 찾아 헤매는 이들과는 분명 달라야 할 것이다. 땅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평화의 희망을 만들어가는 일들이 대안무역을 통해, 남북경협을 통해 일어나야 할 것이다.


* 사족 : 나는 와인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비싸다는 선입견도 있지만, 저렴한 대중적인 포도주만 먹어봐서 그런지, 맛도 그닥 내 입에 맛는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팔레스타인에서 만난 포도주. 3년 전 '얼굴있는 거래' 구명기 대표와 팔레스타인을 방문했을 때, 술을 못하던 그가 갑자기 맛이 좋다고 팔레스타인 포도주를 권했던 적이 있었다. 나는 당시 처음 맛본 아락(Arak)과 라멜라(Ramallah)에서 생산되는 팔레스타인 맥주 타이베(Tybeh)에 흠뻑 빠져 있을 때였다. 아락은 팔레스타인 친구들이 물이나 음료수에 혼합해서 먹는 것을 보면서 그 신기함과 맛에 반했고, 타이베는 팔레스타인 ATG 에서 일하는 Dafer의 초대로 골목길을 돌아돌아 찾아 들어갔던 카페의 분위기와 그 맛에 흠씬 젖어 있던 때다. 맥주는 정말 우리나라 맥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얼굴있는 거래 구명기 대표는 당시 포도주를 공정무역으로 수입하기 위해 나한테 시음 테스트를 하도록 유혹한 것인데 그 맛이 일품이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난 와인과 함께 맥주 수입을 강력히 추천하고 있는 중.. 타이베와 쉐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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