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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의 끄적거림/원고

평화로 만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대안 성지순례의 시작(기독교사상 2023년 2월호)

by yunheePathos 2023. 2. 2.

평화로 만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대안 성지순례의 시작

 이윤희 고양YMCA 사무총장

 

평화로 만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_기독교사상(2023.1) 최종본(원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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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을 처음 방문했던 20098월 마지막 날 새벽을 잊지 못한다. 해외여행 경험이 적은 필자에게는 심문하듯 방문 이유를 꼬치꼬치묻는 입국 절차나 무장한 경찰들의 삼엄한 경비가 낯설었고 그것들은 필자를 위축시키기에 충분했다. 공항을 무사히 빠져나오자 마음에는 안도감이 들었고 예수의 땅을 밟아본다는 환상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그 환상은 베들레헴으로 가는 검문소(check point) 주변에서 들린 총성 한 발에 여지없이 깨졌다. ‘팔레스타인 한 소년이 이스라엘 군인의 총에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예수의 평화를 찾아가는 여정의 첫 기억이다.

 8-9m 높이의 분리장벽을 따라 걸으며 일상적인 통제와 죽음 앞에 노출되어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피부로 느꼈고, 그때마다 필자는 이곳에 왜 왔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난민촌의 담벼락마다 새겨진 젊은 청년들의 얼굴과 이름을 보며 위로의 기도를 나누었다. 레스타인 가정에 머무르며 벽마다 걸린 사진과 열쇠에 얽힌 가족의 슬픈 이야기를 들었고,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기독교, 이슬람, 유대인 단체들을 방문하여 평화의 비전을 듣기 시작했다.

 팔레스타인 어린이들과 시장 상인들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함께 생활하고 있는 미국, 독일 등의 메노나이트 공동체 여성들의 슬픈 경험을 배웠고, 검문소 쇠창살 안에서 2-3시간 동안 꼼짝 못하고 있는 새벽 출근길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눈을 마주보기 시작했다. 거대한 유대인 불법 점령촌과 관통도로의 위용에 놀랐고, 허름한 뒷골목 시장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먹고 마시며 땅을 잃어버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주일에는 팔레스타인 교회를 방문하여 평화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서구 미디어가 보여주는 선택된 사진과 영상이 아닌, 두 눈으로 직접 본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현실에서 그들의 삶과 눈물을 만났다.

 이러한 여정을 통해 필자는 두려움과 당혹에 휩싸인 첫날의 기억을 점차 평화의 순례로 바꿔갈 수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첫 만남은 팔레스타인이 한반도이고 한반도가 팔레스타인임을 알게 해주었고, 신앙의 자리가 어디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강렬한 힘이 되었다.

 한국교회의 상업화된 성지순례

 한국에서는 매년 6만 명 이상이 성지순례를 떠난다. 이스라엘관광청은 지난해에 목회자, 여행사, 항공사 등을 초청하여 이스라엘 성지순례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설명회를 갖고 20196만 명 수준의 한국 성지순례시장을 2025년까지 12만 명 규모로 확대할 것임을 밝혔다.1

 최창모 교수의 지적처럼 이제 성지순례는 은퇴 목사들의 전유물에서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상품이 되었다.2 한국 성지순례객의 수가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정도이다. 이처럼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이스라엘관광청의 주요 고객이 되었다. 이렇게 정형화된 코스를 따라 진행되는 수동적인 방식의 상업화된 성지순례에 문제는 없는가 묻게 된다. 성서의 이스라엘과 현재의 이스라엘은 다르고, 과거의 예루살렘과 지금의 예루살렘이 같지 않음에도 그 땅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애써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성지순례를 통해 평화를 말하기보다는 오히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정당화하는 일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성지순례가 팔레스타인과 이슬람 사회에 대한 편견과오해를 증폭시키고 강화하는 일에 앞장서는 것은 아닌가? 많은 질문이 한국교회 앞에 놓여 있다.

 성지순례를 떠나는 한국교회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땅과 이곳 사람들을 어떤 신학적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성지는 현장에서 읽는 성서이다. 성지순례는 편견에서 벗어나 새롭게 성서를 읽는 평화의 눈을 찾는 일이 되어야 한다. 팔레스타인 성공회의 아틱(Naim Ateek) 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성소의 중심은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도덕적인 삶이다.” 이 말은 한국교회의 성지순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 소개할 대안 성지순례거룩한 땅을 찾고자 하는 한국교회 성지순례에 대한 하나의 질문이자 응답이다.

 대안 성지순례의 필요성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Desmond Mpilo Tutu) 대주교는 자국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에 눈을 감고 있던 세계 시민사회와 교회에 이렇게 말했다. “만약 당신이 불의한 상황에서 중립을 주장한다면, 당신은 억압자의 쪽에 서는 것이다. 코끼리가 쥐를 밟으려고 할 때 당신이 중립이라고 말한다면, 쥐는 당신의 중립에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분쟁이 끊이지 않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땅으로 성지순례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직면하는 현실을 생각할 때 투투 대주교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한국교회가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현실을 직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여호수아가 가나안 땅에서 원주민들을 모두 죽여 없앤 것처럼,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 사람을 모두 몰아내야한다.’는 강력한 정치적 기독교 시오니즘이 신앙의 바탕에 있고, 가나안 정복과 십자군 전쟁, 북미 대륙의 원주민 학살과 인종차별에 대해 눈을 감거나 오히려 이런 사건들을 선택된 백성과 약속의 땅이라는 성장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대안 성지순례는 이러한 한국교회의 현실을 돌아보며 평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여정으로 새로운 성지순례를 제안한다. 대안 성지순례는 성서를 다시 평화의 눈으로 읽자는 제안이며 교회의 성숙을 찾아가는 성찰의 길이다. 이를 세 가지로 나눠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대안 성지순례는 한국교회의 성지순례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그리고 동-서아시아의 평화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팔레스타인과 이슬람 사회에 대한 편견과 오해만을 더 깊게 하고 정복과 확장중심의 극단적 기독교 시오니즘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는 제안이다.

두 번째로 대안 성지순례는 예수와 함께 그 땅에서 살아 있는 돌’(벧전 2:5)로 살아왔지만 지금은 잊힌 사람들이 되어버린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들의 부름에 대한 응답이다.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들은 카이로스 팔레스타인 문서”3를 통해 아랍 세계에도 그리스도인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세계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함께해 주기를 호소하고 있다. 또한 서구 주류 신학이 더 이상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점령을 인정하는 도구로 전락하지 말 것을 요청하며 팔레스타인에 직접 와서 현실을 보라고 제안하고 있다.

세 번째로 대안 성지순례는 팔레스타인 BDS 캠페인’4에 대한 응답이다. 팔레스타인 서안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점령을 인정하지않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경제적인 조건와 생존을 지지하고 옹호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대안 성지순례의 시작점이다.

대안 성지순례의 의미: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들의 요청(Kairos Call)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들은 세계 교회가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평화에 기여하는 동반자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대안 성지순례와 관련된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들의 목소리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안 성지순례의 의미를 알아보고자 한다.5

(1) 진실을 말할 때가 왔다. 고난받는 팔레스타인 민족의 가슴속에서 우러나는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말씀을 전할 때가 왔다. 우리는 전 세계 교회를 향해 와서 현실을 보라고 호소한다. 우리는 여러분을 평화와 사랑과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순례자로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해서 우리의 참된 현실을 여러분에게 전할 것이다. 여러분은 이 땅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민족의 삶과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이 땅에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를 적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인해 고통당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에 대한 일부 신학자들의 편견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소명은 하나님의 말씀이 죽음이 아니라 생명의 근원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2) 새로운 개념의 성지순례를 시도하는 여러분은 정의로운 여행자들이다. 순례를 통해서 성지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억압 아래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이들의 삶 속에 희망을 심는 동시에 경제활동을 돕는 일이다. 팔레스타인의 열악한 경제상황처럼 관광산업은 이스라엘의 압박으로 인해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관광산업발전을 위해 팔레스타인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모든 팔레스타인 지역의 경제활동을 심각하게 규제하고 있다.

(3)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과 부활의 장소인 성지에 2,000여 년간 살아온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들의 존재는 기독교와 그 전통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간 수백만 명의 순례자들이 성지를 찾아왔지만, 신앙인들의 교제라는 중요한 경험을 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4) 성지순례의 결정은 뜻깊은 여정의 시작이다. 성지순례가 처음이든 아니든, 예수가 걸었던 그 길을 걸을 때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 여정은 고통과 폭력 앞에 무기력하게 노출된 우리들에게 평화의 열매를 나눌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다줄 것이다. 여전히 우리에게는 용기 있는 신앙인들의 도움과 헌신이 필요하다. 새로운 방식의 성지순례는 우리들 삶 속에서 어떻게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될 수 있는지를 알려줄 것이다.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들의 노력, ATG-Palestine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들은 성지의 역사, 문화, 정치에 대한 비판적 교육과 여행, 성지순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민간단체 ATG(Alternative Tour Group)1995년에 시작하여(1997년 창립)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6 ATG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보편적 인류애를 향한 새로운 개념의 성지순례’, ‘정의와 평화를 위한 순례로 규정하고 있으며,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친 협의회7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의 성지순례를 위한 지침서등을 발간했다. 202211월 이들은 창립 25주년을 기념하여 세미나를 개최하고 세계 각국의 기독교 관련 단체들에 ATG-Palestine과 함께하는 대안 여행 그룹을 조직해줄 것을 촉구했다. ATG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1) 문화, 역사, 정치,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역의 훈련된 가이드가 이끄는 투어

(2) 지역주민, 사회 지도자, 공무원, 정치인, 학자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및 이스라엘 사람과의 만남

(3) 팔레스타인 가정에서의 숙박 등 지역 생활 경험 및 교류

(4) 무슬림, 그리스도인, 유대인 인사와의 만남을 포함한 종교 간 만남

(5) 성지순례 참가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프로그램 등

 

성지순례자들에 대한 ATG-Palestine의 권고

ATG는 성지순례자들이 매일의 삶에서 모욕과 분노, 절망과 갈등을 경험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위로하기를 바라며, 성지를 찾는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존엄성과 자유로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안 성지순례가 되기를 요청하고 있다. 이를 위해 ATG는 성지순례자들에게 아래와 같이 권고하고 있다.

(1) 팔레스타인 여행사나 안내자에게 부분 혹은 전체 일정에 관한 가이드 받기

(2)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들의 체험적이고 신학적인 성서 이해에 주의깊게 귀 기울이기

(3) 팔레스타인의 교회들을 방문해 함께 예배를 드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교제하기

(4)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무슬림 자매·형제들을 만나 교제하고 다양성을 경험하기

(5) 팔레스타인 식당과 호텔, 상점을 이용하기

(6) 팔레스타인 사회, 문화, 교육, 신학 기관을 방문하기

(7) 여성, 아동, 장애인 등의 인권을 위해 일하는 팔레스타인 시민사회단체 방문 및 경험하기

(8) 팔레스타인 가정을 방문하거나 숙박하기

(9) 팔레스타인과 사람들(Palestine and Palestinians Guide Book,2010)과 같은 책 읽기

 

평화의 눈으로 읽는 성서, 한국 대안 성지순례(ATG-Korea)의 시작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부산총회를 앞둔 그해 6, 한국에서는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들의 요청에 따라 ‘ATG-Korea 창립준비위원회’8를 구성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당시 이를 집중해서만들어갈 수 있는 지도력과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WCC 총회가 시작됨에 따라 팔레스타인이 요청했던 한국ATG 창립총회대신 팔레스타인-한반도 평화를 위한 지도자 간담회팔레스타인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공동예배’(20131111, WCC 부산총회 에큐메니컬 소통의 장 마당’)를 갖는 것으로 계획을 대신했다.

대안 성지순례를 준비하며 필자는 여덟 차례에 걸쳐 팔레스타인을 다녀왔지만, 아쉽게도 애초에 계획했던 형태를 갖추지 못한 채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팔 평화를 위한 공동기도회와 신학세미나’, ‘-팔 기독교 지도자 교류’, ‘올리브트리 캠페인등을 추진해오면서 ATG-Korea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 교회, 단체, 기관 등의 협력으로 2020년부터 시작된 올리브트리 캠페인은 한팔 평화협력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한국 시민사회에 널리 알리며 ATGKorea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올리브트리 캠페인을 위한 중학생들의 모임이 조직되어 거리모금을 진행하는가 하면(용인YMCA 평화울림) 몇몇 지역에서는 평화의 점--을 만들어가기 위한 한-팔 평화협력의 소모임이 확대되고 있다.

2023년은 ATG-Korea 구성을 위한 노력이 새롭게 시작되는 해이다. 우선, 각 기관, 단체, 교회 단위의 대안 성지순례를 조직하고, 올리브트리 캠페인과 결합하여 개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안 성지순례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10년에 걸친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력이 2013년 시작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될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제대로 걷기 위해 넘어지는 훈련을 끊임없이 해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서아시아의 평화와 한국 기독교 갱신의 걸음으로 대안 성지순례의 새로운 길에한국교회가 동행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교회 대안 성지순례(ATG-Korea) 제안

 한국교회의 수많은 사람들이 성지순례를 다녀왔지만, 한국교회가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들의 요청을 외면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교회가 가진 오해와 편견을 내려놓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는 삶의 현실 앞에 정직하게 마음을 열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시작할 때 대안 성지순례가 가능해질 것이다.9 식민지배와 내전 등 수많은 고난의 역사를 극복해온 한국교회는 평화를 원한다면 정의를 위해 일하는 것이 소명임을 이미 깨달아 안다.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들의 요청에 응답하며 진행하는 대안 성지순례의 길은, ‘힘에 의한 강자(제국)의 평화가 아니라 측은지심(惻隱之心)의 협력이 만드는 약자들의 평화가 곧 하나님의 평화임을 되새기는 여정이 될 것이다. ATG-Korea 대안 성지순례는 기존 성지순례 프로그램과 함께 ATG-Palestine의 권고에 따라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다.

(1)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전역을 대상으로 한다. (810일 또는 1012)

(2)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가이드)과 함께하는 주요 성지순례: 예루살렘, 베들레헴, 헤브론, 나블루스, 나사렛 갈릴리, 예리코, 세겜, 아이, 베델, 사마리아 등

(3) 팔레스타인 신학자와의 만남, 교회 및 신학 기관 방문, 공동예배 참여

(4) 팔레스타인 가정 방문 및 숙박

(5) 유대인·무슬림 신학자 및 평화운동 단체, 국제기구 등과의 만남

(6) 여성, 아동, 인권,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팔레스타인 단체 및 주민조직 방문

(7) 팔레스타인 난민촌, 분리장벽 및 검문소, 유대인 점령촌과 관통도로, 가옥 파괴 현장 등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사람들의 삶의 자리 방문 및 체험

(8) 차량, 숙박 및 식사, 쇼핑 등은 가능한 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경제적 이익을 옹호

(9) 참여자들의 요청에 따른 특별 프로그램 및 일정

(10) 출발 전 참여자 공동학습(3), 귀국 후 평가회와 문집 발간

 

2009년 팔레스타인-이스라엘과의 첫 만남이 필자 개인의 신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듯, ATG-Palestine과 함께하는 ATG-Korea 대안 성지순례는 한국교회 신앙의 자리를 확인하는 과정이 되리라 믿는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사람들과 친교하고 문화를 나누며 다양성을 배우는 일정에 함께할 수 있는 개인, 단체, 교회의 참여를 요청드린다.

각주)

1 ‘2022 여행사·항공사 초청간담회’(202253, 서울 남대문호텔), ‘2022 이스라엘관광청 교회 지도자 성지세미나’(2022117, 서울 롯데호텔).

2 “한국교회 성지순례의 문제점과 대안 성지순례 방안 모색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최창모 교수의 발언(KCNPP 주최, 2013. 5. 28).

3 “카이로스 팔레스타인 문서는 팔레스타인 13개 기독교 교단과 관련 기관 지도자들이 16개월에 걸쳐 작성한 총 10장의 문서로, 20091211일 발표되었다. 이 문서에서 팔레스타인의 그리스도인들은 국제사회와 세계 교회 등에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알리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평화를 위한 길에 참여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카이로스 팔레스타인 선언이라는 이름은 남아공 인종차별철폐운동의 중요한 계기가 된 “85년 카이로스 남아공 선언에 비견하여 붙여진 것이다. 한국에서는 한국YMCA전국연맹 생명평화센터가 200912월부터 김용복, 변창배 등과 함께 이 문서를 번역하고 20104, ‘암만 선언’(박성원 번역)과 함께 출판하였다.

4 팔레스타인 BDS 캠페인은 ‘Boycott’(불매운동), ‘Divestment’(투자철회), ‘Sanction’(제재조치)를 말한다. 1985년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을 철폐하기 위해 전 세계 교회와 국제기구가 공동으로 벌인 BDS 캠페인에 영감을 얻어 2005년부터 팔레스타인과 국제사회가 벌이는 캠페인이다. 학술·문화·교육·스포츠·경제·정치 등 모든 영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BDS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으며, 세계 시민사회는 지난 15년간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에 공모하는 기업에 대한 각종 기금 및 투자 철회, 이스라엘 대학과의 학술교류 중단 선언, 이스라엘에서의 공연 거부등을 이어오고 있다. 2014년 미국 최대 교단인 장로교와 연합감리교회는 이스라엘의 점령 공모 기업으로 지목된 모토로라, 휴렛팩커드(HP), 캐터필러에 대한 투자 철회를 결정하였으며, 2017년에는 미국 메노나이트교회가, 2018년에는 미국 성공회가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에서 수익을 얻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는결의안을 통과시켰다.

5 아래의 내용은 카이로스 팔레스타인 문서”(카이로스팔레스타인그룹, 2009. 12.11, 한국YMCA생명평화센터)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6 이 단체는 에큐메니컬여행연합(ECOT, The Ecumenical Coalition on Tourism), 세계교회협의회(WCC),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에큐메니컬 포럼(PIEF, Initiative the Palestine-Israel Ecumenical Forum) 등의 제안과 협력으로 창립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베들레헴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7 14개국 27명의 신학자들, 팔레스타인 기독교 활동가들, 그리고 여행사업 전문가들은 그리스도인의 신앙성장을 위한 성지순례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성지 방문과 함께 이스라엘 점령지에서 힘든 삶을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이 회의는 대안여행그룹(Alternative Toursim Group, ATG)에 의해 준비되었고, 에큐메니컬여행연합(ECOT), 카이로스팔레스타인(Kairos Palestine), 세계교회협의회(WCC) 등의 협조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에큐메니칼 포럼(PIEF) 주관으로 진행되었다.

8 (2013. 9. 26. 현재) 강한별, 김영민, 김희정, 남부원, 박현선, 이윤희, 이충재, 최동섭(YMCA), 김기리, 노혜민(NCCK), 박선교, 정해선(WCC총회준비위원회), 고성기(성문밖교회), 구교형(성서한국), 구명기(얼굴있는거래), 길목(향린교회), 김경중(KAC), 김도현(뿌리의 집), 김용복(아시아태평양생명학연구원), 김은규(성공회대), 김의신(광주다일교회), 김인숙(국제아동권리연구소), 박성원(오이코스생명물결), 배현주(부산장신대), 변창배(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서재선(KSCF), 서정기(KAC), 안용선(구의감리교회), 원진희(서울한우리감리교회), 임영신(더불어숲동산교회), 장현호(길가는밴드), 정지석(국경선평화학교), 조경렬(아현감리교회), 최소영(한국여성신학자협회), 최수산나(한국YWCA연합회)

 9 서안의 82.8%와 가자지구의 40%가 이스라엘의 군사점령 지배 아래 놓여 있고, 전 세계 난민의 절반인 약 700만 명이 난민으로 살고 있다. 20009월 이후 10년 동안 이스라엘 군인에 의해 7,407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중 1,895명이 어린이들이다. 2012년 한 해 동안 5,4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투옥되었고, 280명이 사망했다. 수자원을 포함한 모든 자원과 이동이 통제되고 있고, 70%가 실업 상태로 자국 내 생산이 15%, 나머지 85%는 이스라엘로부터 수입되는 등 팔레스타인 경제는 철저히 파괴되었다. 60만 명이 넘는 이스라엘 불법 점령촌과 관통도로, 그리고 8-9m 높이에 720km에 달하는 분리장벽과 검문소(check point)로 마을들과 가족들이 갈라지고 8개 지역에 갇혀 생활이 통제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가 건설의 가능성이 사라지고 있다.

 이윤희는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활동을 시작으로 한국YMCA전국연맹 생명평화센터 사무국장, 팔레스타인평화한국그리스도인네트워크(KCNPP) 코디네이터로 활동했으며, 현재 올리브나무평화한국네트워크(OTPKN) 코디네이터, 고양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 기독교사상 2월호 특집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성지순례>

2월호 특집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성지순례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성지를 순례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성서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건과 등장인물들의 역사적 발자취를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갈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2000년 전 성서의 세계가 어떠했는지를 체험하기 위해 성지순례를 떠난 신앙인들의 숫자는 거의 매년 신기록을 달성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약 3년간 닫혀 있던 성지순례의 문이 최근에 다시 열리자, 또다시 신앙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지순례가 일종의 상업화된 관광상품은 아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성지순례가 특정한 장소를 직접 방문하여 눈으로 보았다는 단순한 경험이라면, 함께한 사람들과의 추억을 담은 기념사진 정도에 머무른다면 휴가철에 떠나는 한낱 여행이 아니겠는가! 성지순례가 우리의 신앙을 더욱 깊게 만들었는지, 또 평화를 말하는 성서의 가르침에 부합하는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우리가 ‘성지’라 부르는 그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오늘날 어떻게 살아가는지, 성서가 말하는 평화(에이레네)가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를 말이다. 신앙인의 성지 방문이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의와 평화에 부합하는지를 돌아볼 일이다.
이에 「기독교사상」 2월호에서는 특집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성지순례”를 마련했다. 첫 번째 글에서는 한국교회의 성지순례 규모, 성지순례 주요 코스 등 이스라엘 성지순례 전반을 점검하였고, 두 번째 글에서는 기존 성지순례 방식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대안 성지순례를 소개하며 ‘평화’를 향한 순례의 길을 걸어갈 것을 촉구하였다. 세 번째 글에서는 성지의 역사적·정치적 배경이 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 관계를 살펴보고, 한국교회가 그 나라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개관하였다. 마지막 글에서는 이슬람 성지순례의 의미와 여정, 그리고 성지순례의 명암을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독자들은 이번 특집을 통해 한국교회 성지순례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파악하고 미래의 과제와 방향에 대해 숙고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을 정당화하고 지지하는 성지순례가 아니라, 그 반대로 부정의를 바로잡고 ‘평화’와 ‘생명’을 노래하는 성지순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특집으로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새로운 성지순례의 형태를 숙고하여, 예수께서 걸어가신 ‘평화’의 길을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는 순례자가 되기를 바란다.


특집 요약

1. 한국교회의 이스라엘 성지순례

장창일 기자(국민일보)는 이 글에서 한국교회의 이스라엘 성지순례 전반을 점검한다. 먼저 필자는 한국에서 이스라엘 성지순례가 대중화된 시기를 살펴보았다. 1989년 정부의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로 급물살을 탄 이후 순례객의 수가 꾸준히 늘어 2019년 5만 5,500명에 달할 정도가 됐다며, 이는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규모라고 필자는 말했다. 나아가 코로나19로 순례객의 발길이 잠시 끊겼음에도, 조만간 2019년의 기록을 깰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필자는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인용하며 예루살렘이 성지순례 코스 중 가장 인기가 있다고 말하는데, 그곳에서 하나님의 복과 신비를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브라함 계통 종교의 성지인 예루살렘 구시가는 네 종교가 분할 관리하여 비극의 땅으로 변해버렸다며, 필자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이어 엔데믹 시대의 성지순례는 견학의 방식이 아니라, 체험 형식의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소통 창구로 ‘한류’가 좋은 역할을 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쳤다.

2. 평화로 만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대안 성지순례의 시작

이윤희 사무총장(고양YMCA)은 이 글에서 기존의 성지순례를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 성지순례 방식을 소개한다. 먼저 필자는 한국교회의 정형화되고 상업화된 성지순례를 비판한다. 수동적인 여행 방식으로 인해 ‘평화’의 눈으로 성지를 바라보기보다는 오히려 팔레스타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여 정복과 확장 중심의 ‘시오니즘’에 동조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대안 성지순례의 필요성을 소리높여 주장한다.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들의 부르짖음에 응답하고, 캠페인에 참여하여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점령에 항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팔레스타인 ATG 성지순례인데, 이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사람들과 친교하며 문화의 다양성을 배울 수 있는 일정으로 짜여 있다고 전한다. 필자는 이 순례를 통해 역사적·문화적 이해에 기반하여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에 관심을 갖고, 팔레스타인의 고난과 아픔에 지지와 연대로 함께할 것을 촉구하며 글을 마쳤다.

3.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그리고 한국교회

김흥수 교수(목원대학교 명예교수)는 이 글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 관계를 살펴보고, 한국교회가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개관하였다. 먼저 필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역사적으로 설명한다. 1948년 이스라엘국 수립과 아랍-이스라엘 전쟁 이후로 격화된 갈등은 1993년 오슬로 협정에서야 어느 정도 진화가 된다. 당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자치 영역으로 인정받았지만, 2012년 UN 옵서버 국가로 승인될 때까지 불안정한 지위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네 차례 공격하고 서안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는 등 국제법상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임에도 한국교회의 친이스라엘주의가 심각하다고 꼬집는다. 이러한 시각이 이-팔 갈등의 진상을 가리고 팔레스타인의 고난에 눈감게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흐름과는 반대로 2012년 NCCK의 규탄 성명과 기도회를 기점으로 한국교회 활동가들의 평화운동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YMCA와 WCC 총회의 선언처럼, 한국교회도 이-팔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면서, 고난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함께 평화의 순례를 걸을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쳤다.

4. 아담과 아브라함, 무함마드의 발자취를 좇아서: 이슬람의 순례

정진한 박사(한국외대 아랍어과 강사)는 이 글에서 이슬람 성지순례의 의미와 여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성지순례의 명암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먼저 필자는 유대교, 기독교와 이슬람교 사이의 연관성을 살피며,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아들 이스마엘과 함께 건설한 성지 ‘카으바 신전’을 언급한다. 아브라함의 믿음을 인정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메카로 성지순례를 떠난다는 것이다.
이어 필자는 성지순례의 종류인 ‘핫즈’(대순례), ‘우므라’(소순례), ‘지야라’를 차례로 소개하는데, 그중 ‘핫즈’는 신의 명령에 따라 일생에 한 차례 이상 순례해야 하는 의무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19억 무슬림 인구가 ‘핫즈’를 모두 완수하려면 매년 천만 명 이상이 순례해야 하지만, 실제로 메카가 수용할 수 있는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성지에서 빈번히 벌어지는 압사와 화재 사고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골머리를 앓는다. 필자는 그럼에도 성지순례의 경제적·사회적 효과가 엄청나다며 정부가 이것을 잘 관리하기 위해 엄청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IT 기술과 디지털 콘텐츠의 발전으로 장차 순례객을 확대할 수 있으리라 전망하며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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