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을 방문하면서 두 권의 책을 가지고 갔다 왔다. 특별한 의미는 없다. 오랫동안 읽을 수 있는 책. '성서'와 '간디'.
'간디'는 인도 독립 후 간디에 대한 문헌을 12권으로 정리한 것을 바탕으로 간디 일대기를 정리한 말 그대로 간디에 대한 통사. 그동안 간디에 대한 다양한 서적과 논문을 읽었지만, 860여쪽에 달하는 통사는 손에 댈 엄두도 내지 못하고 한 4~5년이 넘도록 책꽂이에 묻어 뒀던 것을 가지고 나갔다.
그동안 며칠 갔다오는 일정으로 나가도 항상 컴퓨터와 컴안에 있는 파일 자료들과 힘겨워하는 일정이 대부분이었다. '올해는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과 10시간이 넘는 비행 일정에 시차를 극복하는 것은 잠을 안자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기에 오며가며 간디 통사를 무식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로 결심한 것이 유일한 이유.
'성서'는 내 손 때가 묻어 칙칙한 것을 들고 나갔다. 사무실에 있던 것을 후배간사에게 일부러 부탁까지 해서. 웬지 마음이 당겨서 갖고 나간 것이 이유의 전부.
한길사에서 발간한 '간디'는 함석헌 선생님의 간디에 대한 글로 시작하고 있는데, 저자의 객관적인 시각이 발휘된 통사로서 의미가 있는 책인 듯 싶다. 특정 사건에 대해 간디를 비하하거나 그렇다고 성인으로 마냥 높이 드세우지 않고 무미건조할 정도로 기술하는 것이 나에게는 좋았고, 그것은 사안에 대한 해석의 맛과 자유로움을 나에게 덤으로 주기도 하였다.
팔레스타인 방문이 두번째라는 여유로움(?) 때문이었던지 간디를 보며 생각하지 않았던 부수입이 많았다. 매일 새벽 2시(서울은 아침 8시)에 사무실 친구들과 카톡으로 대화하다 아침 5시에서 6시 사이에 일어나 하루 1~2시간을 같이 했던 책.
내가 팔레스타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한반도와 기독교와는 무슨 연관성을 갖는지, 이것이 주는 부담과 행위에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고 책임을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깊이 성찰할 수 있었다.
비폭력평화운동을 주창하고 있는 카이로스 팔레스타인 그룹과 만나면서 그리고 민중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슬람 주민들과의 만남을 기대하면서 국가로 성립조차될 수 없는 처지가 되어 있는 팔레스타인의 현실에서 예수의 메시지는 무엇인지, 간디의 길은 무엇인지 묻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간디'와 '성서'이기 때문이 아닐 수 있지만, 하여튼 난 두 권의 책으로 그것을 반추해 볼 수 있었고, 다행히 간디 통사를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다 읽을 수 있었다.
행복한 마음으로 다 읽은 책을 덮고 내리기 전 켠 휴대폰 문자
: 아시아나 항공 샌프란시스코 추락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진은 동행했던 공정무역단체, '얼굴있는 거래' 구명기대표님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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