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60년, 한국 기독인 소이산(DMZ) 평화선언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
- 평화협정 체결 촉구 한국 기독인 선언, 휴전에서 평화로!
우리는 먼저 아직도 남·북한이 전쟁과 분단의 고통을 치유하지 못한 체, 전쟁 발발의 위기 위기와 무력충돌의 갈등을 되풀이해왔던 역사에 한국 기독인들의 책임이 무엇보다 컸음을 고백합니다. 한국 기독인들이 평화의 길보다는 갈등을 부추기거나 분단질서를 고착화 하는데 앞장서지는 않았는지, 하나님의 이름으로 형제를 죄악시하지는 않았는지 겸허히 성찰하며 회개합니다.
이것은 민족의 독립과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한국 교회의 예언자적 전통과 남북분단의 현실을 극복하여 평화를 이루는 일이 한국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며, 우리가 감당해야 할 사명(마 5:23~24)임을 고백하는 한국 기독교의 신앙 전통을 따르는 것입니다. 한국교회의 평화운동은 곧 민족의 독립운동이었으며, 정의와 평화의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실천하는 선교운동이었습니다(1988년,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
우리는 1953년 정전협정 이래 60년이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가슴에 안고 갈라진 남·북한의 땅이 한 눈에 보이는 비무장지대(DMZ) 소이산에서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기도하며, 한국 교회와 세계교회, 그리고 남·북한 정부 책임자들과 관련 당사국들이 남·북한과 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호소합니다.
1. 한국 교회와 세계교회협의회(WCC) 제 10차 부산총회를 향한 호소
한국교회가 남북 간 또는 남남 간 갈등을 조장하기보다는 하나님이 주신 사랑으로 화해하고 치유하는 평화의 교회가 되기를 호소합니다.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북녘 동포들을 외면하지 않는 교회, 권력과 물질에 의한 세상의 평화가 아니라 사랑과 정의에 기초한 하나님의 평화를 추구하는 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특별히 정전협정 60년을 맞이한 2013년, WCC 총회가 한국에서 개최되는 것은 하나님이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준비하신 사랑의 섭리이자 은혜임을 믿고 증언합니다. WCC는 우리 민족이 남·북한의 막힌 철벽을 헐고 전쟁의 고통을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연대하고 기도했던 에큐메니컬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이 분단의 땅 한반도에서 개최되는 WCC 부산 총회가 민족화해와 한반도 평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결의가 있기를 소망하며,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에 호소합니다.
1) 북한 교회와 기독인들이 참여하는 WCC 총회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열리는 WCC 총회에 북한 기독인들의 불참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분단의 고통으로 눈물짓는 형제의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는 총회가 되어야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협의하고 기도하는 자리에 북한 기독인들의 참여는 필수적입니다. 우리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계 질서를 추구하는 세계 교회의 축제에 북한의 기독인들이 참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한국교회는 북한 기독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나아가 세계교회와 남·북한 정부, 그리고 관련국들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합니다.
2) WCC 총회는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결의문과 행동 계획을 채택해야 합니다.
한반도는 청‧일전쟁(1894년)과 러‧일전쟁(1904년)의 전쟁터였으며, 1910년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은 되었지만(1945년), 분단 상태로 내전을 치른 뼈아픈 역사를 가진 땅입니다. 1950년 한국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유럽 전 지역에 투하된 폭탄보다 더 많은 양의 폭탄이 투하되었고, 남·북한군, 미군과 UN군, 중국군 등의 군인들과 남북한 민간인 사망자를 포함하여 6백만명 이상이 희생된 참혹한 전쟁이었습니다. 또한 전쟁이 양산한 3백만의 피난민과 1천만 명 이상의 이산가족은 평생 그리움과 외로움 속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전쟁 후 60년은 전쟁을 잠시 쉬는 잠재적 전쟁 상태로서 언제든지 다시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의 세월이었습니다.
한반도의 분단과 내전은 2차 세계 대전 후 냉전질서의 지정학적 국제패권 싸움의 비극입니다. 한국 기독인들은 정전협정 당사자인 UN(미국이 대표하여 서명)과 중국 그리고 남‧북한이 휴전상태인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데 책임있게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세계교회는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북한이 전쟁을 끝내고 평화 체제를 구성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적극적인 결의와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이것은 20세기 냉전체제의 그늘을 극복하고, 핵무기와 최첨단 무기의 경연장이 되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3) 지속가능한 대북 인도적 나눔을 위한 협력의 확대가 필요합니다.
한국교회는 1998년,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에서 ‘민의 참여’와 ‘인도주의적 지원과 협력’이라는 원칙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남·북한 당국의 정책에 따라 민의 교류는 자주 중단되었으며, 이산가족의 아픔과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형제자매들과의 인도적 나눔조차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은 하나님이 주신 사랑의 계명이자 인간의 기본 도리입니다. 따라서 인도적 나눔은 어떤 정치적 이유에도 영향 받아서는 안되며, 민의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교류와 협력은 보장되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단위의 틀을 넘어서는 다양한 세계 에큐메니컬 공동체들의 국제적 연대와 협력의 확대가 요청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교회가 이제까지 보내온 깊은 관심과 협력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번 부산총회를 계기로 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정상회담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남·북한은 1974년 민족의 자주와 평화, 사상과 이념, 제도의 차이를 초월한 민족대단결의 원칙을 천명한 ‘7.4. 공동성명’이후,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선언’(1992년), ‘6.15 공동선언’(2000년), ‘10.4.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2007년) 등의 합의와 ‘남‧북한과 미‧일‧러‧중 6자 회담’을 통해 평화의 길을 만들어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이산가족들이 눈물로 상봉했고, 금강산이 열렸으며, 북한 땅 개성에 남한 기업이 들어서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향한 벅찬 희망은 이제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게 되었으며, 그 어떤 이유로도 막을 수 없습니다.
한국 기독인들은 우리 민족이 모두 한 결 같이 전쟁을 원하지 않음을 확인합니다. 평화를 갈망합니다. 그리스도는 평화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제 한국전쟁과 60년 정전의 아픔을 치유해야 합니다. 이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우리는 정전협정 60년을 맞이하여 남·북한의 새 지도자들이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청산하고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남북정상회담을 가질 것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한국교회는 이를 위해 기도하고 실천할 것입니다.
정전협정 60년, 2013년 7월 27일
한국 기독인 소이산 평화기도회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YMCA전국연맹, 성서한국, 하나누리
소이산 평화기도회 자세히 보기 http://ymcakorea.org/peaceon/983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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