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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의 끄적거림/원고

팔레스타인 평화연대를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하며

by yunheePathos 2010. 10. 14.
 

팔레스타인 평화연대를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하며



정지석 박사

한국YMCA 생명평화센터 소장

새길기독문화원 원장
(2009. 10. 26)

 


이번에 한국 YMCA가 팔레스타인 평화운동가를 초청하여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큰 의미는 그동안 먼 나라의 이야기로 생각해 왔던 팔레스타인 땅의 이야기를 가까이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며, 특별히 분쟁과 갈등으로 고난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이들과 함께하는 연대감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난 받는  이의 이야기를 듣는 일, 그것이 평화의 행동이다. YMCA 생명평화운동은 국경과 민족의 경계를 넘어서 전개된다는 점도 우리는 다시 확인하게 된다. 우리 YMCA가 지구촌 시대 세계 시민의 책임의식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을 실감한다.

또 하나 큰 의미는 팔레스타인 땅은 전 세계 갈등 지역 가운데 가장 복잡하게 얽혀있고 상시적으로 테러와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곳으로 우리 언론의 국제뉴스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곳인데 비해 그 자세한 실상은 잘 모르고 지내온 곳인데, 이번에 현지에서 일하고 있는 평화 운동가를 초청하여 얼굴을 맞대고 현지 소식과 사정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이스라엘과는 가까이 있어 그 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그런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 참으로 귀중하다. 우리만이 아니라 대학과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준다고 하니 참 좋다. 세계 시민사회 속으로 진입하는 중에 있는 한국사회의 젊은이들에게 세계적 문제에 있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하는 기회가 되리라 기대해 본다.


한국YMCA 생명 평화센터는 지난 해 말,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인 가자지역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기습 공격으로 생활터전을 잃고 기아와 공포에 시달리는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참상 소식을 접하면서, 뭔가 작은 행동이나마 인도주의적인 응답을 해야겠다는 각성을 했다. 생명평화센터 인터넷 소식 망을 통해 성금을 호소했고, 이런 호소는 전국 YMCA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과 사회단체들로부터 예상외의 호응을 받았다. 십시일반 보내주신 모금액은 예상을 넘는 것이었다. 이런 예상 밖의 호응은 YMCA 생명평화센터에게 주는 의미 깊은 메시지라고 받아들여졌다. 21세기 생명평화운동은 국경을 넘어서서 세계를 한 마을로 인식하고 하는 것이라는 실감을 하는 순간이었다. 우리 시민사회와 시민들의 의식수준이 이제는 나라 밖의 고난의 현장에 대한 응답하는 것으로 높아져 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고, 누군가 이런 일에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기를 기다렸는데, 한국YMCA가 이왕 나서기를 자임했으니 열심히 잘해달라는 성원을 담은 것으로 이해했다. 이런 메시지를 YMCA 생명평화센터는 진지한 책임감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혀 갔고, 어떻게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과 평화 정착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로 문제의식을 심화시켜 갔다. 우리나라 안의 문제도 심각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할 일이 쌓여 일손과 재정도 부족하여 쩔쩔매는 판인데 오지랍 넓게 남의 나라, 그것도 우리와는 한참 떨어진 팔레스타인 문제까지 끌고 들어오느냐고 힐책하실 분도 있으리라 예상하면서도, 한국YMCA 생명평화센터는 꾸준히 팔레스타인 분쟁문제에 대한 YMCA다운 접근법을 모색했고, 그 첫 걸음으로 이번에 팔레스타인 평화운동가를 초청하여 대화와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다.

그 채널은 세계교회협의회(WCC)안에 있는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과 평화조성을 위한 에큐메니칼 그룹을 통해서 하게 되었다. 이 일을 위해 한국YMCA 생명평화센터와 아세아태평양대학원대학교 김용복 박사께서 긴밀한 소통을 유지했고 그 첫 결실을 이번 초청으로 맺게 된 것이다.   

이번에 온 팔레스타인 평화운동가는 매우 젊은 청년이다. 이것도 우리 YMCA에게는 특별히 의미가 있어 보인다. YMCA의 청년성은 육체적 연령에 관계없는 생각과 비전의 청년성을 중시하는 것인데, 이번에 오는 팔레스타인 청년은 그 이력을 볼 때 생각과 비전의 청년성이 우리 YMCA 청년들에게 좋은 도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팔레스타인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서도 이런 청년의 존재는 참으로 귀중한 것이지만, 앞으로 팔레스타인과 연대 관계를 가지면서 오랫동안 생명평화를 위해 일하고자하는 우리 YMCA로서도 좋은 파트너가 되리라고 본다.


팔레스타인 분쟁의 역사는 매우 길고도 복잡하다. 그 얽히고 설킴이 단순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자 간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서방 기독교 국가들과 중동 이슬람 국가들간의 전방위적인 갈등으로 얽혀있다. 우리나라는 정치 외교적으로는 친 이스라엘 정책을 쓰는 미국과 같은 입장을 가지면서도 석유와 건설업에서는 중동국가들과 가까이 해야했다. 참 난처한 처신이다.

예전에 만난 이스라엘 여성 평화운동가는 한국 기업이 중동에 와서 돈만 버는데 혈안이 되어있지, 정작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과 갈등으로 고난받는 지역민들의 복지와 평화를 위한 일에는 인색하다고 비판했다. 돈을 벌었으면 그 지역 사회를 위해 기여도 해야하는데 그러지 않는다는 비판으로 들렸다. 그녀는 또 한국 기독교인들의 성지 순례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많은 사람들이 예루살렘으로 성지 순례를 오는데, 관광용으로 만들어 놓은 박제화된 성지순례만 하고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만약 예수가 오늘 팔레스타인 지역에 다시 오신다면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 어떤 복음을 전하시며 일하실까를 봐야 진정한 성지 순례가 될텐데 옛날 껍데기만 보고 돌아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 지적을 들으면서 나 자신도 성지 순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 이 시대에 팔레스타인에 살아있는 예수를 만나려면 분쟁과 갈등으로 고난받는 현장을 돌아보면서 그런 와중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팔레스타인 평화운동가를 만나면서 우리 YMCA 안에 생명과 평화의 주제를 담은 성지 순례 문화를 시작해 봄이 어떨까 기대해 본다.


팔레스타인의 분쟁과 갈등 문제에 우리가 남다른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 역시 남북한 분단과 갈등을 풀어야 하는 과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 그곳에서 고통받는 사람들과 우리 사이에는 동병상련의 관계에 있다. 서로 통하는 점이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비록 우리와 팔레스타인 상황 사이에는 갈등 배경과 조건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분쟁의 참상으로부터 우리가 반면 교훈으로 배울 점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번 팔레스타인 평화운동가로부터 우리가 기대하는 것도 이 점이다. 한번 깨진 평화를 복구하는 것보다는 깨지기 전에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 힘쓰는 일이다.    


이번에 팔레스타인 평화운동가를 만나는 일을 시작으로 우리 YMCA안에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우리 사회 안에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옹호 그룹도 생겨나고, 살아계신 예수를 만나는 성지 순례 여행 프로그램도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일로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의 새 지평을 제시하는 YMCA의 면모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가 의미있게 기대하는 것은 우리 자신 안에 국경과 민족의 경계를 넘어서는 생명평화의 영성이 가득 고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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