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 오전에 시간을 내서 Old City를 목표없이 걸어봤습니다. 특별히 유적을 찾아 다니지 않고 보이는대로 들어가보기도 하고 그냥 걸어봤습니다. 토요일이라 유대인들과 무슬림들의 상가가 문을 닫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한가했습니다. 유일하게 기독교 구역의 상가만이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고, 한 관광객 무리들은 십자가를 메고 지나기도 하였습니다. 아마도 헤롯 재판정부터 골고다 언덕 길을 따라 순례를 하나 봅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3시(겨울)면 수사들에 의해 재연행렬이 있다고 하는데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한번 보고 싶은 것 중 하나이긴 합니다.
오늘은 성벽 위 둘레 길을 걷고 내려오는 길에 성분묘교회라고 하는 예수의 무덤이 있는 교회에 들렸다 왔습니다. 들어가진 않았습니다. 몇년 전 처음 왔을때 들어갔다가 예수의 무덤이 종파마다 있다는 사실에 뭐라고 해야할지 당혹스러웠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관광객들은 다 자신의 종파에 따라 섬기는(?) 무덤에 가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수님은 어디서 뭐라고 하실까 싶었습니다.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한 건물 안에 종파별로 구역을 나눠 각자가 예수의 무덤이라고 주장하는 곳에 교회를 세우고 돈을 벌고 있으니까요. 라이언게이트에서 시작했습니다.
Jaffa Gate에서 시작한 구도시 성벽 위 둘레길을 Zion Gate를 거쳐 Western Wall로 들어가는 Dung Gate까지 1시간 조금 넘게 걸어봤습니다. 천천히 걷고, 보고, 멍하니 찬바람 쐬이고 해서 평균 시간보다 더 걸렸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성은 16세기에 지어진 것인데 70년대 제2성전 건축 당시의 돌도 함께 있다고 합니다. 예수 당시의 성은 아니지만 그리고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성전이지만 그 성전을 무너뜨리고 싶어했던 마음이 어디 한자락 묻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그 기적이 필요한 때가 지금이 아닌가 싶기 때문입니다.
하여튼 동네 모양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복잡한 미로 같은 구도심에서 공간이 한눈에 잡히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지도로만 봤던 공간을 한폭의 그림으로 머리에 담을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구 예루살렘 성을 둘러싸고 있는 시온산과 겟세마네 동산(감란산, 올리브산), 기드론 계곡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시간내서 다녀볼 참입니다. 오늘의 길은 남쪽에서 서쪽으로 걷는 길로 성을 따라 아르메니안과 유대인 구역이었습니다.
라이론 게이트를 나와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올리브산으로 가는 길이지만 오늘은 오후 일정을 위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성 위에서 예루살렘의 모양들을 담아보며 조용하고 맑은 하늘 때문인지 사진을 많이 찍었네요(갠 페북에 대량 방출). 입장료가 있더군요. 16세겔. 우리돈으로 약 5천원이 조금 넘는 돈이네요.
Jaffa Gate에서 시작한 성벽 둘레길이 끝나는 지점이 Western Wall이었습니다. 몇일 전에 왔을 땐 비가 와 황금사원(Dome of the Rock)과 알아크사원(Al-Aqsa Mosque)을 제대로 담지 못했는데 오늘 담아봤습니다. 성전산(Temple Mount)이라고 하는 곳입니다.
기독교나 유대교 그리고 이슬람 모두에게 종교적인 역사적 상징을 갖고 있는 곳이라 정치적, 종교적으로 민감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미국이 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곳을 들어가고 나오는데는 물론 이스라엘 군인들에 의한 번거로운 출입 검문을 당연히 거쳐야 했고요. 토요일은 통곡의 벽앞에서 사진 찍으면 혼납니다. 저는 물론 ~~~
그런데 누군가의 자료에 따르면 예루살렘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유대교는 예루살렘과 관련한 역사가 400년, 기독교는 500년, 이슬람은 1100년이라고 합니다. 400년이 1100년을 내쫓고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만약 지금의 이슬람 사원의 자리에 유대교의 성전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팔레스타인 땅에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의 씨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인종청소를 위해 정착촌을 짓고 팔레스타인들의 집을 허물고 있는데 저 이슬람 사원마저 없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상상입니다. 어쩌면 이스라엘 정착촌에 둘러쌓여 있는 이 이슬람 사원이 지금의 팔레스타인을 지켜온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혼자 재미난 상상을 하며 웃음을 짓게 만든 것은 유대인들이 열심히 경전을 암송하고 소원을 빌고 있는 예루살렘의 옛 벽(소위 통곡의 벽) 너머에 이슬람 모스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냥 혼자만의 상상입니다만 참 오묘한 일입니다.
'팔레스타인 > 성지순례, 대안, 평화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팔레스타인 YWCA 방문 (0) | 2017.04.07 |
---|---|
팔레스타인 Sheikh Jarrah 금요 시위 (1) | 2017.04.07 |
팔레스타인 일요일 등교길 (0) | 2017.04.07 |
올리브산과 만국교회 (0) | 2017.04.07 |
예루살렘과 한국교회 (0) | 2017.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