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비전의 담지체, YMCA
- 몰락하는 공동체적 인간과 평화의 사람들
이 윤 희
한국YMCA 생명평화센터 사무국장
* 이 글은 한국YMCA 간사회(AOS)가 년 1회 발간하는 푯대지(2015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2015년 생명평화센터 사업 개요 V-3(미포함).pdf4. 2015년, 한국YMCA 평화운동의 과제 - YMCA운동은 평화세력이 될 수 있는가?
이 글에서는 ‘YMCA 생명평화센터’에서 기획하고 있는 2015년도 YMCA 평화운동에 대해서만 기술하고자 한다. 2010년 ‘YMCA 신학자모임’ 구성을 시작으로 ’목적과사업위원회‘를 재조직하고 활동을 재개(이념추구사업의 본격화)한 이래 한국교회 갱신과 국제적 평화 협력을 위한 ‘팔레스타인과 한반도 평화협력운동’(2009, 한국 기독교 갱신에 대한 응답과 책임), ‘핵은 기독교 신앙과 양립할 수 없다’는 신앙적 관점에서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신앙선언’의 발표와 에큐메니컬 공동 기구 창립(2012, 문명사적 응답과 책임), YMCA 평화통일운동의 성과 수렴과 새로운 평화통일운동의 비전 탐색(2013, 민족사적 응답과 책임)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2012년 말, 소식지 출판과 모금교육 사업이 생명평화센터로 이전되고 ‘100주년기념사업회’ 사무국을 감당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07년 이후 2012년까지 ‘간사학교를 중심으로 한 지도력 훈련’, ‘대학Y 재개운동’(2009~2012)이 핵심 과제로 부여된 바 있으며 2015년부터 유지-전문 지도력 훈련의 과제를 다시 감당하게 되었다.
2015년 생명평화센터는 생명평화운동의 현장화, 지역화, 전국화, 국제화를 사업의 원칙으로 ① YMCA 생명평화운동의 이념연구 시스템을 구축하고 ② 유지-전문-회원 지도력의 교육 훈련 시스템과 커리큘럼을 체계화함으로써 100주년 비전 사업으로 제안되었던 ③ 생명평화교육과 ④ 동북아시아 평화와 남북한 평화통일, 팔레스타인 평화협력운동, 핵 없는 사회를 위한 평화운동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⑤ 한국 시민사회와 기독교에 책임적인 에큐메니컬운동체로서의 확장에 힘쓸 것이다.
1) 동북아 평화와 한반도 평화통일운동 : YMCA운동의 민족사적 응답이자 책임
YMCA 평화통일운동은 시대적 과제이자 소명일 뿐만 아니라 민족과 함께한 독립운동체로서의 YMCA운동의 특성을 잇는 핵심적 운동과제이자 YMCA운동이 갖고 있는 특성과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운동이다. 이것은 평화통일운동의 다음과 같은 성격에 기인한다. ① 미·일·러·중의 지정학적인 국제정치질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 ② 남북한 정부와 국가 중심의 통일정책을 극복하고 民 중심의 협력과 네트워크의 중요성 ③ 한국전쟁의 트라우마와 남·남 갈등 치유의 필요성 ④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이민 세대와 북한 이탈주민 등과의 통합 ⑤ 한국 전쟁 이후 세대의 평화통일에 대한 필요성과 통일문화의 확산 ⑥ 동아시아 청(소)년 평화운동 리더십의 육성 등이 중요한 과제이다. 결국 民에 의한 평화통일운동과 이를 중심으로 한 세계 시민사회 평화운동의 국제적 네트워크의 형성, 디아스포라의 한민족과 아시아 시민사회의 평화문화 확산과 통합, 평화운동 청년지도력의 육성이 핵심적 과제라는 점에서 YMCA의 역할이 큰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북한과 공동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민간단체라는 점이다. 일제하 민족 독립과 자율적 시민사회 형성이라는 남북한 YMCA의 공동의 역사는 남북한 교류협력을 만들어가는 신뢰를 만들어 가는데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일제하 YMCA운동에 대한 연구와 북한지역 YMCA운동과 역사의 복원, YMCA운동가들의 삶과 역사를 복원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며 YMCA 평화통일운동의 시급한 과제이기도 하다.
(1) 평화통일운동은 2015년 YMCA 평화운동의 제1 과제
: 2013년 이후 평화통일운동의 경과
2015년은 해방과 분단 극복 70년을 맞아 지난 2년 동안 수차례의 논의를 거쳐 계획해 왔던 남북한 평화통일운동이 시작되고 본격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또한 해방과 분단 극복이라는 한반도 안의 시각에만 머물지 않고 종전과 평화라는 아시아적 시각으로 1945년의 의미를 확대함으로써 전쟁이 없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위한 아시아의 기운을 모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YMCA는 한반도 해방의 의미를 아시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아시아의 평화와 남북한 평화통일운동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평화통일운동은 2015년 YMCA 평화운동의 제1 과제이다. 우리의 역량을 집중하여 그동안 부족하고 부진했던 YMCA 평화통일운동의 역량과 의지를 모아내고 추진 주체와 사업 과제를 분명히 하는 등 시스템을 잘 준비해야 한다. 지난 2005년, 해방 6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되었던 통일자전거보내기 운동 이후 주춤했던 한국Y 평화통일운동을 다시 한번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운동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국YMCA는 이미 2013년 5월, ‘연맹 출범 100주년기념사업회 출범선언문’을 통해 설립초기 YMCA운동의 역사적 과제가 ‘민족의 독립’이었다면, 새로운 세기의 역사적 과제는 ‘민족의 평화통일과 지구촌 평화운동’이라 선언한 바 있다. 평화통일운동은 YMCA운동의 민족사적 응답이자 책임이라는 인식이다. 이와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YMCA는 2014년, 목적문 개정 작업을 통해 ‘민족의 통일운동’을 삽입하고 이에 대한 추진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 또한 6월 전국대회에서 채택된 비전 선언문은 평화통일운동을 한국YMCA운동의 7대 과제 중 핵심 사업으로 선포하고 있다.
100주년 역사편찬위원장이신 이만열 교수는 YMCA운동의 결정적 실패 요인으로 90년대에 통일운동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으며, 김흥수 목적과사업위원회 위원은 ‘10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Y운동의 핵심 과제로 ‘평화통일운동’을 제시하고 이를 추진할 수 있는 독립 부서의 설치와 인력 배치를 제안하기도 하였다.
(2) 2015 YMCA 평화통일운동의 방향과 과제
2014년 11월 18일, 북한 인권 결의안이 제69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통과되면서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날선 대치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의 개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이 2015년 신년사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까지 비추고 있고, 집권 3년 차를 맞이하고 있는 현 정부는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남북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하다. 특별히 ‘애기봉 철답’과 ‘전단 살포’ 논쟁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듯이 한국교회의 보수성과 냉전적 시각을 극복하고 남남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YMCA운동의 담론과 대화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 중요한 시점이다.
지역Y 통일관련 위원회와 YMCA평화통일운동협의회 구성
그동안의 YMCA 평화통일운동에 관한 논의를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① YMCA 평화통일운동의 1차적인 과제로 지역과 회원의 참여와 주도성이 보장되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운동 추진 주체를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② 지역Y 단위의 평화통일 관련 위원회(또는 포럼)를 구성하고 ③ 이와 같은 지역단위 위원회들이 참여 주체가 되는 ‘YMCA 평화통일운동협의회’를 구성(5월 중)하는 것이 핵심과제로 제안되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으로는 ① 회원과 지역 그리고 시민사회와 함께할 수 있는 사업으로 북한 밤나무보내기 사업의 추진과 정책브랜드 형성 ② 평양Y를 포함한 북한 지역Y 재건 사업 등 통합적인 정책수립의 필요성이 제안되었다. 북한Y 재건사업은 북한과 세계 시민사회와의 소통창구로 그리고 북한지역과 지역Y의 지속적인 협력 창구로 의미 있는 사업일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전주, 군산, 목포, 안산, 구미, 구리, 광명, 춘천, 파주, 철원, 부산, 평택, 대전, 제주, 부산 등 12~15개 내외의 지역Y가 관련 위원회 구성에 나서고 있거나 협의 중에 있다. 지역Y 단위 또는 권역단위 위원회 구성과 지도자 교육을 위한 ‘평화통일운동 지도자 교육’ 지원 사업도 적은 규모이지만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YMCA PEACE DAY, ‘철원 소이산평화기도회’
지난 2013년, 정전협정일인 7월 27일을 기점으로 평화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알리고 전국Y와 시민사회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의지를 모으기 위해 시작됐던 ‘철원 소이산평화기도회’를 국경선평화학교와 함께 연례사업으로 추진키로 하였다. 기도회로부터 시작하여 평화순례, 음악회 등 문화행사들이 어울려지는 7월 27일은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YMCA PEACE DAY가 될 것이며, 국내외 평화인사들이 참여하는 평화의 행진(March)이 될 것이다.
지속적인 통일운동연구 역량의 결집
이와 같은 YMCA 평화통일운동에 대한 신학적인 비전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사업의 연구, 통일과정에서의 한국 기독교와 YMCA의 역할의 탐구, 평화통일운동 지도력의 육성, 사회적 금융으로서 통일기금 연구 등 YMCA 내외의 통일운동 연구 역량을 찾고 모으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요청된다. 남북한 평화의 과정은 대단히 복잡하고 그러나 긴급하게 다가올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대해 차분히 준비하는 민간 역량의 요청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통일 과정에서의 민간의 역할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을 제외하고 한국YMCA를 포함한 민간의 역량과 기능은 대단히 부족하고 협소하기만 하다. 한국Y의 경우 평화통일운동을 추진해 갈 수 있는 전문역량을 갖춘 전문 지도력이 전무한 현실일 뿐만 아니라 이를 육성하기 위한 계획조차 없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2개월 1회의 연구 세미나를 중심으로 내적 역량을 개발하고 외부 자원을 찾고 지도력의 역량을 심화시키는 일에 집중하면서 장기적으로는 ‘YMCA 평화통일운동연구소’ 설립 등을 고려해가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노력은 해방 70주년을 맞이하여 ‘평화통일운동협의회’ 구성과 함께 YMCA 통일운동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3) 아시아태평양YMCA연맹 대전총회가 주는 기회
- 아시아의 평화를 향한 하나님의 섭리가 드러나고 있는 사건
대북교류협력의 새로운 창구
9월, 대전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YMCA 총회는 한국YMCA의 준비 정도에 따라 한국Y 평화통일운동에 새로운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첫째로 정부 성격이나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대북교류협력을 위한 독립적인 창구를 개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Y는 대북교류협력 사업과 관련해 크게 4가지 수단을 갖고 있다. 하나는 정부가 대북교류협력단체로 승인한 단체들의 네트워크인 북민협 회원단체로서 참여하는 것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을 통한 조그련과의 협력, 민화협과의 협력 그리고 조그련과의 독립적인 네트워크이다. 실제 민화협과의 협력이나 조그련과의 독립적인 네트워크 구성에는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Y는 현재 Y평화통일운동의 지속성과 장기적인 추진이 가능하도록 전략적으로는 조그련과의 독립적인 관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며 정부와의 소통과 협력을 위해 북민협과 민화협, 에큐메니컬운동의 협력을 위해 NCCK와 협력을 강화해갈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갖고 있는 수단은 정부의 성격과 정책에 따라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구조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이후 민간차원의 대북교류협력이 원활치 않아 몇몇 단체를 제외하고는 대북교류협력사업이 중단된 상태이다.
따라서 정부 성격이나 정책과 무관하게 대북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창구의 개설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카톨릭의 카리타스와 같은 방식의 국제협력기관의 설립이다. 한국Y는 국제조직으로서 다른 어느 단체보다 이 점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NCCK를 통해 WCC와의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현재 WCC 산하 ‘에큐메니컬포럼’(남북한 평화운동을 위한 세계교회협의회)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태Y연맹을 통한 대북교류협력의 창구 개설은 YMCA 평화통일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어 가는데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자 가능성으로 우리에게 있다. 이것은 향후 북한에 대사관을 개설하고 있는 스웨덴 등 서구 유럽 YMCA 등과의 협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내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지역Y 재건을 위한 창구
두 번째는 북한 지역Y 재건과 관련해 대단히 중요하다. 북한 지역Y 재건은 한국Y의 의지만을 갖고 가능한 것이 아니며 조그련과의 긴밀한 협력과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또한 제국적인 방식이 아닌 북한 내부의 필요성과 북한 지역Y를 통한 장기적인 역할이 합의될 때 재건 추진 작업은 가능할 것이다. 한국Y 내에 북한Y 재건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으나 조그련과의 논의없는 이런 논의는 북한Y 재건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제국적 방식의 조직 복원으로 자칫 오해될 소지가 크다. 따라서 성급한 북한Y 재건에 대한 논의보다는 조그련과 이를 협의할 수 있는 아시아 차원의 창구를 먼저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과정이다. 한국Y 차원에서 추진되는 조그련과의 교류 협력은 한국Y의 관점에서 뿐만이 아니라 조그련의 필요성과 입장에서 검토되고 협의되어야 한다. 아태Y의 역할을 기대해 볼만한 사안이다.
남북한 통일과 팔레스타인 평화협력의 중요성
셋째로, 남북한의 평화와 통일은 미·일·러·중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전제로 남북한 정부와 민간의 헤게모니가 관철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 한국Y를 포함한 한국 시민사회가 지구 시민사회의 평화 증진을 위한 기여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OECD 국가로서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갖고 있는 지구시민사회 평화증진에 대한 기여도가 대단히 부족하거나 인색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심지어는 남북한 평화운동에 대한 지원과 지지만을 기대하는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동일한 지정학적 국제정치질서의 패권아래 아파하고 있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력운동은 남북한 평화운동을 위한 세계 시민사회의 지지와 연대를 구축하는 일이며 보수적인 한국 기독교인 각성을 촉구하고 참여를 촉진시키는 운동이자 세계 교회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일이기도 하다. 분단과 갈등의 땅, 한국에서 개최되는 아태Y 총회를 통해 한반도 통일과 팔레스타인 평화의 의제가 함께 상정되고 토론된다면 그 얼마나 뜻 깊은 역사가 되지 않을까. 한국Y는 아태Y 총회 전에 ‘남북한 통일과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국제 컨퍼런스’를 국경선평화학교와 함께 준비하여 아태Y 지도자들과 함께 총회에 상정될 수 있는 안을 마련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종전 70주년, 평화를 위한 아태Y의 역할과 한국Y의 준비
2015년은 해방 70주년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차원에서는 식민지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세기적 전쟁이 마감되고 해방과 전쟁없는 세상으로의 시작인 종전 70주년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 시민사회단체 뿐만 아니라 아시아 차원의 행사가 다양하게 준비되고 있다. 세계YMCA는 1차 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하여 매년 11월 11일을 국제평화주간으로 기념하고 있다. 종전 70주년인 2015년, 분단과 냉전의 땅 한국에서 아태Y 총회가 개최되는 것은 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향한 하나님의 섭리가 드러나고 있는 사건이 아닐까?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아태Y가 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Y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