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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의 끄적거림/숨

함께하는 기도가 존재의 이유

by yunheePathos 2016. 3. 22.
개인적으로 힘들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불투명함이다. 판단의 혼란함이나 계획의 불확실성을 가급적 줄이고 항상 부딪히며 끊임없이 시간을 재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하나의 습성인 듯하다. 아마 스스로 여백을 갖고자 했던 시간을 제외하고는...

지금 그 어떤 것도 스스로 계획하거나 결정할 수 없는 시간을 견디는 것은 그래서 나에겐 고통이자 고문이다.

그러나 이런 시간들이 거꾸로 나를 단련하는 계기가 되고 있음을 감사히 생각한다. 상황의 흐름에 나를 온전히 맡기며 그 안에서 충실함을 만들고자하는 익숙치 못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기도가 나의 내면을 비추는 힘이자 거울임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하고, 익히 들었던 기러기의 아름다운 협동의 여행을 다시 기억하게도 한다.

기러기는 V자로 날며 선두에 선 기러기의 상승기류로 뒤에 따르는 기러기들이 좀 더 편하게 여행할 수 있으며, 서로의 울음소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응원의 소리라고 한다. 혹 아프거나 생각지 못했던 불상사로 뒤처지게된 기러기 있으면 두 마리의 기러기가 남아 그 아픔을 같이하며  여행을 한단다. 이와 같은 여행이 혼자가는 여행 길보다 71%나 더 멀리 날게한단다. 참으로 놀라운 지혜이자 아름다운 협동의 결과이다.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저희가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 혹시 저희가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 홀로 있어 넘어지고 붙들어 일으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있으리라 / 두 사람이 함께 누우면 따뜻하거니와 한 사람이면 어찌 따뜻하랴 /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능히 당하나니 삼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전4:9~12)
 
그러나 아직도 그 힘이 약한지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것은 아직도 혼자만의 기도에 익숙한 탓일 것이다. 이제 함께하는 기도를 배워야할 것 같다. 그동안 사순절 기도도 아직 혼자만의 기도로 머문 듯 싶어 안타깝다. 친구와 교통하며 친교하는 마음의 기도를 깊게 배워야 하겠다. 그것이 기도의 힘일 것이다. 그것이 자연이 준 기러기의 마음일지 모른다.

바르트가 말했던 것 처럼 기도를 통해 반란을 배웠다면, 이젠 기도를 통해 기러기와 같은 아름다운 협동과 상대에 대한 신뢰의 마음을 가꿔야겠다. 이것이 우리 안에 하나님이 있을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진실로 다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에 두 사람이 땅에서 합심하여 무엇이든지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저희를 위하여 이루게 하시리라 / 두 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마18:18~20)

2016. 3. 22.
대전가는 기찻간에서.

* 연락없이 2월말에 나갔다고 섭섭해하다가 나가지 않고 아직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이래 저래 연락이 없는 무심함에 혼내는 전화가 가끔온다. 언제 가냐며.. 묻지 마시라.. 연락할 때가 되면 연락이 갈테니...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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