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님의 '운명'이라는 책을 통해 소개받은 시인데, 참 어울린다는 생각과 도종환님의 시 쓰기에 또 한번 감탄!
도시인(?)이 시 쓰기 작업에 대해 "치열하되 거칠지 않은 시, 진지하되 너무 엄숙하지 않은 시, 아름답되 허약하지 않은 시, 진정성이 살아 있으되 너무 거창하거나 훌륭한 말을 늘어놓지 않는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생각처럼 시가 써지는 게 아니라서 오늘도 한 편의 시 앞에서 두렵고 두렵습니다."(도종환)라고 말씀하셨다죠? 마침 다른 선배 페북에 전할 말이 있어 갔더니 딱 이 문구가 있더군요. 이것이 뭔가 영감같은 건가보죠..
요즘은 '멀리가는 물'보다는 수원지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는 물들이 또 많은 것 같습니다.
수원지와 강줄기를 만들며 돌아돌아 흘러 멀리가는 물!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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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는 물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사는 물도 만나야 하고,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면서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心性)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은가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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