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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없는 세상

탈핵으로 기후위기 시대의 생태적 전환을 시작합시다.  

by yunheePathos 2020. 5. 12.

탈핵으로 기후위기 시대의 생태적 전환을 시작합시다.

* 핵그련 9차 총회 선언문(2020년 4월27일~29일, 온라인 총회), 핵그련 회원단체로 고양YMCA 참여 결의.

"생베 조각을 낡은 옷에 대고 깁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하면 새로 댄 조각이 낡은 데를 당겨서, 더욱더 심하게 찢어진다. 또,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담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하면 포도주가 가죽 부대를 터뜨려서, 포도주도 가죽 부대도 다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가죽 부대에 담아야 한다."(마가복음 2:21~22)
 
 후쿠시마 핵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9년이 지났습니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연대는 2012년 창립총회를 시작으로 현재 9차 총회에 이르기까지 쉼 없이 핵 없는 세상을 소망하는 그리스도인들과 함께했습니다. 우리는 지난 9년 동안 노후 핵발전소인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 되는 모습과 대통령이 ‘탈원전’을 선언하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경제’를 위해 핵발전소를 수출하겠다는 정부가 있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나라의 경제를 망쳤다고 거짓말하는 야당이 존재합니다. 핵발전이 유용하지도, 깨끗하지도, 안전하지도, 심지어 더 이상 싸지도 않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올바르게 알리는 이들은 없습니다. 기후위기를 핑계로 사양산업인 핵발전소 사업을 이어가려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세계는 이미 거대한 전환의 시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연대는 9차 총회를 맞으며 새로운 세상,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위한 변화를 촉구합니다.
 
위기를 똑똑히 바라보아야 합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닙니다. 당장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며, 이 일로 인한 파급효과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섭니다. 위기를 초래한 것은 인간이지만 전 지구 생태계 시스템이 겪어야 할 참혹한 상황 앞에서 우리가 만들어온 문명과 기술은 위기를 해결할 능력이 없습니다. 이제까지의 방식을 고수하며 이 문제를 해결할 길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제는 변해야 합니다. 핵과 화석연료에 의존하며 살아가던 삶의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는 전력생산량의 50% 이상이 남겨져 버려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전세계적 위기가 닥치고, 생산시설이 멈추고, 수출입이 위축되자 우리는 그간 우리가 얼마나 위기에 취약한 방식으로 살아왔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기저 발전이 핵과 석탄 화력이기에 생산된 전기의 절반 이상이 버려지는 것을 알면서도 발전시설의 가동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멈춘 발전소를 재가동하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과 발전소를 멈춤으로 인해 발생하는 매출 감소는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닥칠 기후위기는 코로나 19보다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입니다. 현재의 산업구조와 경제체제로는 앞으로 올 위기를 버텨낼 힘이 없습니다. 석탄 화력은 물론이고 핵 역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대안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됩니다.
 
우리에게 다른 길은 없습니다.
 
 기후위기에 직면한 세계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핵과 화석연료는 구시대의 망령이 되었습니다. 그간 인류는 핵과 화석연료가 생산하는 막대한 에너지에 취해 인류는 지구를 오염시키고 착취했습니다. 인류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기술들이 이룬 발전에 취해 교만의 죄를 범하였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기술발전으로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 결과로 우리는 지금의 기후위기라는 결과에 봉착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다른 길은 없습니다. 석탄화력발전의 오염을 해결할 공학적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핵사고의 위험을 완벽하게 통제할 방법도 우리에겐 없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길은 회심과 변화입니다.
 
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대응은 새로운 구조와 새로운 체제 속에서만 가능합니다. 이제 에너지 전환은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에너지 전환은 탈핵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태생부터 끔찍한 전쟁의 참화 속에서 사람을 학살하는 무기로서 시작된 핵기술은 지금껏 수많은 이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어왔습니다. 그럴 뿐만 아니라 ‘평화적 이용’이라는 이름으로 생겨난 핵발전소 역시 지속해서 창조 세계를 오염시키고, 인간뿐 아니라 다양한 생명의 평화로운 삶을 깨뜨렸습니다. 또한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를 통해 드러났듯 중대한 사고는 핵폭탄보다 더 심각하게 인류의 삶을 위협했습니다. 석탄 화력이 발생시킨 탄소가 지구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린 심각한 폐기물이듯, 핵발전이 생산한 폐기물 역시 적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십만 년을 격리해서 보관해야만 할 위험 물질로서 처리되지 못하고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발전원과 발전방식을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순 없습니다. 이제는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새로운 포도주는 새로운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낡은 가죽 부대는 새로운 포도주를 견뎌낼 힘이 없습니다. 구시대의 발전방식과 연료는 이제 새로 올 시대의 산업구조와 경제, 그리고 우리의 변화된 삶을 담아낼 그릇이 되지 못합니다. 서구의 국가들은 ‘그린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생태적인 전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낡은 산업구조, 즉 지구를 착취하며 생존해 온 산업구조를 대대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시작한 것입니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연대는 탈핵과 에너지 전환이 우리에게 절실하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이야기해왔습니다. 우리의 신앙선언문은 핵이 기후변화 시대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천명했습니다. 이제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연대 9차 총회를 맞이하며 이제 정부와 시민사회, 그리고 교회에 생태적 삶으로의 전환을 요청합니다. 낡은 삶의 방식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시대로의 이행을 시작해야 합니다. 더불어 낡은 시대의 상징인 핵을 벗어나 태양과 바람, 그 은총의 풍성함을 누리며 살아가야 할 때입니다.

2020년 5월 8일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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