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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의 끄적거림/숨

대선은 맨붕?

by yunheePathos 2013. 1. 26.

대선이 끝나고 맨붕이라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이 이제 하나 둘씩 대선에 대해 공개적인 평가를 말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대부분 언론에서 상대의 들보를 보며 평가한 내용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시민사회운동 진영에 포지션을 갖고 있는 분들은 마치 당신이 정당운동의 주체였던 것처럼 정당운동과 공학적 선거운동에 대한 평가에 급급하다.

이것은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보다도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친근성을 갖고 있는 학계, 소위 전문가 그룹들에게 더 드러나는 현상이다. 시민사회운동을 주체로, 중심영역으로 설정하거나 이에 기초한 디자인과 평가가 없다. 그것이 크든 작든.

선거 과정에서 무엇을 하고자 했는지, 무엇을 했는지, 그것을 위해 지난 5년 동안 무엇을 준비하고 이를 위한 치열함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다. 주체적인 평가가 아니라 아무 힘없고 쓸데없는 정당운동에 대해 책임성 없는 비판만이 주를 이룬다.

여기서 '힘없고 쓸데없는 정당운동'이라는 것은 그 비판이 정당운동을 만들어가는데 실제적인 영향력과 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잔재미를 위해 놀다 놓아줄 수도 있지만, 죽일 수도 있는 개구리를 갖고 노는 것 같다. 그 비판에 힘이 없고, 실체가 없다. 공허한 느낌이다. 

사실 시민사회운동 진영에서 대선을 평가하려 해도 정당운동과 공학적인 선거운동에 대한 평가이외에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할 수 있는 평가가 무엇이 있을까? 이것은 대선의 결과가 시민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시민사회운동의 독자적인 기획과 디자인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시민사회운동이 시민사회를 새롭게 형성하거나 변화시킬 수 있는 상수가 아니라 이미 기존 정당운동과 (자본, 언론 등등) 권력 시스템의 종속변수이거나 부차적인 처지에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또한 이제는 시민사회운동이 자기 비전과 기획을 상실하고 정당운동을 통해 시민사회의 가치를 투영시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진출 통로가 되었고 그것이 더 강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지금의 '시민정치'이고 레토릭이다. 그 약효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지도 잘모르겠다는 사실이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

시민사회운동이 갖는 자기 비전과 기획을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시작은 정당운동과 지배 권력질서에 대한 포지션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토론되어야 한다. 이것은 자기 비전에 따라 다를 수 있는 일이지만, 이 토론을 통해 비전을 모으고 연대의 힘을 재형성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기획과 디자인으로, 자신의 가치와 언어로 시민정치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권력에 기초한 자치권력을, 그리고 자치권력의 네트워크를. 

자신이 왜 존재해야하고 어떻게 재형성될 것인지, 그것이 지금의 시대에 어떤 영향과 당위성을 갖고 있는지, 당대의 시민들과 어떻게 호흡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는 운동은 소멸할 수 밖에 없다. 

이제 사회변화의 최소한이나마 역할하는 변수로서 시민사회운동의 종말을 고해야 할 시점일지도 모른다. 이미 그것은 총선시민연대로부터 배태된 시간이었고, 이제 10여년이 지나 사망 확인증명서를 발부받아야 하는 시점이 목전에 와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것이 시민사회운동 진영 스스로의 종말이 아니었으면 한다. 그러나 웬지 스스로 자초한 일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오랜만에 컴에 않았더니 별 잡소리가 다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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