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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큐메니컬, YMCA/YMCA

"국제 분쟁과 갈등에 대한 비판적 이해, Double Standard"- 무력 분쟁 대응에 대한 비판적 논의 : 정 주 진(Chung, Jujin) • 평화갈등연구소 소장

by yunheePathos 2025. 9. 27.
'국제 분쟁·갈등과 청년들의 삶'과 '평화를 일구는 청년들의 연대'라는 주제로 개최된 [청년·전문가 평화 ROUND TABLE
]에서 발표된 정주진 평화갈등연구소 소장(평화학 박사) "국제 분쟁과 갈등에 대한 비판적 이해, Double Standard" 원고. 

[청년·전문가 평화 ROUND TABLE] 는 분쟁과 갈등이 청년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사회 청년들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고양YMCA 호크마미래사회연구소, 아시아의친구들, 희망의소리, 아시아태평YMCA연맹 등이 협력하여 2025년 9월 17일(수) 14:00~18:00, 킨텍스 제2전시장 307호에서 개최되었다.

 

 

"국제 분쟁과 갈등에 대한 비판적 이해, Double Standard"

- 무력 분쟁 대응에 대한 비판적 논의

정 주 진(Chung, Jujin)  평화갈등연구소 소장

주제 발표_정주진_무력 분쟁에 대한 비판적 논의.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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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무력 분쟁이 던지는 질문들

무력 분쟁(armed conflict)은 무장집단 간, 국가 간, 또는 무장집단과 정부 간 무력을 동원한 대결과 전투를 의미한다. 보통 한 해 25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면 무력 분쟁으로,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면 전쟁으로 분류된다. 전쟁은 큰 틀에서 무력 분쟁으로 여겨진다.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무력 분쟁이 진행 중이다.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건 그중 몇 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모든 무력 분쟁은 인명 피해와 사회 파괴를 동반하고 해당국과 세계의 정치와 경제, 지역 안보, 무기 공급 및 수요 문제와 직접적,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현재 세계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무력 분쟁은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의 전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224일 시작해서 9월 초 현재 36개월을 넘겼고 2023107일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은 23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다. 누구도 두 개의 전쟁이 이렇게 길어지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길지 않은 시간 내에 휴전 또는 종전이 이뤄질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기대는 빗나갔고 계속되는 전쟁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건 물론 국제 정치 질서를 흔들고 있다.

 

두 개의 전쟁은 이를 목격하고 있는 국제사회에, 그리고 전쟁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은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가장 우선적인 질문은 전쟁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많은 사람이 전쟁을 정치의 연장으로 이해하고 문제해결 수단의 하나로 본다. 이런 맥락에서 전쟁을 평화 성취의 수단으로 볼 수 있는가?’, ‘정당한 전쟁은 인정되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다면 정당한 전쟁은 누가 판단할 수 있는가?’, ‘누구를 위한 평화인가?’ 등의 질문이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국가 차원에서, 그리고 개인의 학문적, 철학적, 사회적 배경과 인식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런데 답을 찾기 전에 먼저 짚어야 할 건 이 질문들에 대한 일반적답이 이미 편향적으로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많은 세계인이 전쟁을 문제해결 수단의 하나로 인정하고, 다만 전쟁의 정당성 여부 판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쟁의 정당성과 누구를 위한 평화인가에 대해서는 주로 국제사회의 판단에 의존한다. 그렇다면 물어야 할 건 누가 국제사회를 대표하는가?’인데 이에 대한 실질적 답은 국제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서방국들이다. 이 국가들이 전쟁의 정당성, 유효성, 지속 여부, 평화 성취 가능성 등을 판단하고 그에 따른 결정을 전 세계에 부과한다, 나머지 국가들은 이런 판단과 결정을 자발적으로, 또는 마지못해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영향과 피해를 감수한다. 이것이 지금의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전쟁과 관련된 판단과 담론이다.

 

국제사회의 이중 잣대

 

전쟁의 정당성과 유효성 등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국제사회의 접근과 관련해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이중 잣대(dual standard). 이는 결국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들의 이중 잣대를 말한다. 국제 평화와 질서를 해치는 이중 잣대는 특히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노골적으로 드러났는데 그중 몇 가지를 언급해보고자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이중 잣대는 전쟁의 정당성과 자위권에 대한 판단이다. 전쟁의 정당성은 기본적으로 침략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침략을 한 국가의 전쟁은 정당하지 않고 침략을 받은 국가의 합법적인 주체가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선포하는 전쟁은 정당한 전쟁으로 인정받는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침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정당하고 불가피한 전쟁으로 인정했다.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서는 하마스의 선제공격과 민간인 학살 및 납치가 있은 뒤 이스라엘의 전쟁 개시와 대규모 공격을 정당한 행위로 인정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오랫동안 진행됐던 무력 분쟁은 고려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공격 직후부터 입은 피해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으로 가자지구 민간인을 학살하고 민간시설을 파괴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피해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하마스 전멸과 가자지구 초토화를 목표로 새로운 전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방국들은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무차별 공격을 자위권 실행으로 인정했고 현재까지도 대다수가 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서방국들은 이란과 시리아에 대한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은 침략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또 다른 이중 잣대다.

 

전쟁범죄 판단에 대한 이중 잣대 역시 문제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 민간시설 파괴, 성범죄 등의 전쟁범죄를 비난했다. 20233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어린이를 강제 이주시킨 전쟁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푸틴 대통령과 대통령실 아동인권 담당위원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서방국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한편 20241121ICC2023108일부터 2024520일까지 저지른 반인도주의 범죄와 전쟁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갈란트 당시 국방장관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터무니 없다고 반발하며 이스라엘 지지를 재확인했다. 대부분의 다른 서방국들은 ICC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는 않았다.

 

지난 828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한 러시아의 폭격으로 23(어린이 4명 포함)이 사망하고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유럽 국가들은 이에 분노했다. 그러나 대다수 서방국들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사망자의 70% 정도가 어린이와 여성인 상황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서방국들은 가자지구에서 심각한 식량 부족이 수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던 7월에야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다른 한편 서방국들은 2023415일 시작된 수단 내전의 대량 학살, 인종청소, 여성에 대한 성폭행, 기근 등에는 유엔과 국제단체들의 거듭된 호소에도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무력 분쟁에 대한 이런 선택적 관심과 입장 표명은 서방국들의 인종차별적인 접근을 잘 보여준다.

 

지난 7월부터 미국을 제외한 서방국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가자지구의 기근과 특히 영양실조에 걸려 죽어가는 아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압박 수단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최대 무역 상대이자 이스라엘에 막대한 과학 및 문화 사업을 지원하는 유럽연합은 거래 및 교류 중단이라는 실질적 압박 조치는 결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국제사회의 기근 선포에도 이를 인정하거나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어떤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서방국들의 이런 행태는 다른 무력 분쟁의 인도주의 재난에 대한 대응과 매우 다르다.

 

휴전 회담과 영토 문제에 대한 이중 잣대도 존재한다. 서방국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의 영토 침탈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완전 장악 및 주민 강제 이주 시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할 뿐 단호하게 저지하지 않고 있다.

 

서방국들이 정당성이 없고 불합리한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자국의 이익을 지키고 지역적, 세계적 패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서방국들은 세계 평화를 핑계로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고 진정한 세계 평화는 외면한다. 문제는 서방국들의 담론에 길들여진 세계가 이런 이중 잣대를 쉽게 인정하고 그에 동조한다는 점이다.

 

함께 극복할 문제들

 

이중 잣대 외에 무력 분쟁과 관련해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할 문제는 많다. 우선 첫째로 무력 분쟁의 영향이 차별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세계 곳곳 무력 분쟁에 개입하고 무기를 지원하는 건 거의 서방국들이지만 이들은 가장 적은 영향을 받는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식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받은 건 빈곤국들이었다. 이 국가들은 빠른 종전을 요구했지만 서방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며 전쟁을 장기화시켰다. 가자지구 전쟁은 냉전 종식 이후의 가장 참혹한 전쟁 중 하나인데 이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서방국들의 변함 없는 지지와 무기 지원으로 계속되고 있다.

 

무력 분쟁과 관련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문제 중 하나는 국방비 증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많은 국가가 무력 강화에 주력했고 그 결과 2023년과 2024년 미국의 무기 수출은 기록적으로 증가했다. 독일도 기록적인 증가율을 보였고 한국 또한 세계 10위의 무기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나토 유럽 회원국들은 물론 한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도 GDP 대비 5%까지 국방비 증액을 요구했다. 나토는 이미 이를 합의했고 한국 또한 현재 GDP의 약 2.4%인 국방비를 적어도 3.8%까지 올릴 가능성이 있다. 미국도 증액을 약속한 국가들도 이를 평화를 위한 투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비 증액이 가져올 영향은 세계적, 지역적 군비 경쟁 강화, 안보 불안, 전쟁 담론의 확산,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평화의 위협이다. 이는 기후 위기, 소득 불평등 같은 난제를 안고 있는 현세대는 물론 미래세대에게도 큰 부담이다.

 

무력 분쟁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 증가도 고민할 문제다. 2022224일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3년 동안 배출된 탄소는 23,000만 톤에 달했다. 이는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의 일 년 배출량을 합한 양에 해당하고 자동차 12,000만 대의 일 년 배출량과도 같다. 가자지구 전쟁에서는 202310월부터 20251월까지 15개월 동안 약 189만 톤의 탄소가 배출됐고 이중 90% 이상은 이스라엘군의 작전으로 발생했다. 이 역시 수십 개 국가의 일 년 탄소 배출량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문제는 지금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복구 과정에서 전쟁 때보다 훨씬 많은 탄소가 배출될 것이라는 점이다.

무력 분쟁과 관련해 우리가 극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전쟁 담론, 즉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보장할 수 있으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한 전쟁도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의 확산이다. 힘에 의한 강자의 평화를 지지하는 이런 전쟁 담론의 확산은 전쟁 승인 정서를 강화하고 전쟁으로 인한 인도주의 재난을 불가피한 피해로 인정하도록 강요한다. 또한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전쟁 소식, 인명 살상, 파괴 등에 무감각해지게 만든다.

 

참전했던 사람들은 전쟁은 지옥(war is hell)’이라고 말한다. 이 말에는 인간의 생명을 하찮게 취급하고, 살인과 파괴를 찬양하며, 인간성을 말살하는 전쟁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전쟁이 뉴스의 중심이 된 시대에 사는 우리는 전쟁의 본질을 윤리적으로 성찰하고, 집단학살과 기아를 막지 못한 인류의 도덕성을 반성해야 한다. ‘전쟁이 동반하는 잔혹함과 대규모 피해를 인류애와 인도주의의 시각으로 깊이 성찰해야 한다.

https://youtu.be/XknJC_mlwIc

 

종합보고 https://yunheepathos.tistory.com/2717

 

[청년·전문가 평화 ROUND TABLE] 국제 분쟁·갈등과 청년들의 삶

분쟁과 갈등이 청년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사회 청년들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청년·전문가 평화 ROUND TABLE]을 진행했습니다.(2025년 9월 17일(수) 14:0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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