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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Sacred Heart Retreat House & Seminar Center-시민사회? 국제협력?

by yunheePathos 2016. 10. 9.

필리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단체들의 한국인과 필리핀 멤버들의 역량강화 교육이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3박4일 동안 있었습니다. 필리핀에는 24개 정도의 한국인 단체들이 국제개발이라는 이름으로활동하고 있고, KCOC와 기업 펀드를 활용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수고하기를 멈추지 않는 분들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그 향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Quezon city에 있는  'Sacred Heart Retreat House & Seminar Center' 수도원을 볼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팬들힐 같은 공간이 필리핀에는 어떻게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필리핀의 작은 버스(?)인 van을 처음 타고 찾아간 길이었습니다. 가장 맘에 들었던 공간은 우람한 나무와 숲길도 좋았지만 한 구석에 조용히 자리잡은 기도실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6시 30분마다 미사가 있지만 몇몇 분들은 조용히 기도실을 찾아 시간을 갖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양들과 닭들이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이 여유와 마음의 평온함을 주는 목가적인 풍경이기도 했습니다. 여기 저기 다양하게 여러 곳에 설치돼 있던 의자와 그네, 모임터는 조용한 바람과 함께 지내기에 너무 좋았습니다. 언제 필요할까 싶어 사진을 몇장 만들어 봤습니다. 저녁 어둠이 내리기 전 살짝 물기를 머금은 순간의 사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국제협력을 다루는 한국 시민사회에 대한 질문이 많았던  3박4일이었습니다. 세미나가 아닌 교육의 장이었기에 많은 대화를 할 수 없는 아쉬움이 컸지만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시민사회가 어떻게 국제협력을 다뤄가는지 일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 시민사회의 역사적 경험 속에서 시민사회의 국제연대가 새롭게 잘 정리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더 크게 자리잡은 시간이었습니다.


100년에 걸쳐 외원에 의존했던 한국 시민사회가 20년도 채 안돼(정확하지는 않지만 93년까지 외원에 의존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공급자가 되어 제국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느 덧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역량이 기부자의 요구 안에 머물러 있거나 갇혀있는 것은 아닌지도 물어야할 것 같습니다. 또한 학문(강단)이 현장과의 깊은 토론이 부재하거나 부족하면 변화의 역동성을 상실한 윤리나 규칙의 잣대로 퇴행할 수 있음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한국 시민사회 외원의 역사와 경험, 그리고 한국 모델의 필요성(100여 년동안 외원에 의존했던 한국과 같은 나라의 경험에서 나오는 국제협력 모델은 대단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서구 미국 유럽 제국의 부의 기원을 충분히 밝히고 현재 아프리카와 아시아 그리고 3세계의 현안과 갈등의 역사적 뿌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제국의 이해가 어떻게 지금도 관철되고 있고 소위 그들이 개발협력이라는 이름으로  갑의 역할을 하고 있는 대상국들의 현실을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면 분명 한국의 협력 내용과 방식은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서구의 공급자 중심의 개발협력 이데올로기가 그대로 한국 사회에 이식되는 것은 한국 시민사회가 세계 시민사회의 평화 증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역사적 특성과 역할을 사장시키는 일이 될 것입니다. 특히나 학문의 이름으로..)


- 90년 대 중반의 논의 틀에 머물고 있는 한국 시민사회론의 지체도 대단히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거버넌스라는 이름으로 시민사회가 어떻게 왜곡되었는지, 지금의 시민사회운동이 무엇에 기반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 때 그 때의 필요성에 따라 힘에 의한 정당성을 갖고자 했던 정당과 정부와의 역할 관계 등도 다시 검토되어야 할 사안인 것 같습니다.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고작 10여 년의 토론의 역사를 가졌던 시민사회론이 그 뿌리도 내리지 못한채 당시의 시민사회론과 서구나 일본의 경험에만 의존한채 지금의 한국 시민사회에 찌거기로 남아 지배담론으로 부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시민사회론를 다시 묻고 깊이 그 원리를 잘 헤아릴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장도 학문의 세계도 남의 다리를 붙잡고 있거나 땅에 두발을 딛지 못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 두 가지는 수년동안의 관심이기도 하고 이슈이기도 합니다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더 큰 문제를 낳기 전에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더 이상 눈을 감고는 길을 찾아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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