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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성지순례, 대안, 평화여행

헤브론(Hebron)에서 만나는 우리네 할머니와 할아버지

by yunheePathos 2016. 10. 28.

이브라힘 모스크 주변 시장과 거리는 몇 년전에 비해 문을 닫은 팔레스타인 상가는 늘어나고 이동하는 사람들은 줄어든 듯한 느낌이었다. 모스크를 중심으로 사방 산 정상에는 이스라엘 군기지가 들어서 있고 한 걸물 내에서도 정착촌이 들어서 있는 곳.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곳을 점령촌이라고 부른다. 


메인도로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관통도로가 되어 도로 변에 자리잡았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문은 폐쇄되고 길 건너 묘지도 돌아서 가야하는 동네. 을씨년한 골목길에 띄엄 띄엄 팔레스타인인들의 상가가 문을 열고 있지만 드나드는 사람이 거의 없는 듯 움직임이 없는 곳. 시장 골목 길 건물 위에 들어선 점령촌에서 버리는 쓰레기와 오물을 받아 내기 위해 시장 골목 인도 위에 설치된 그물망은 처량맡게 쳐져 온갖 쓰레기를 받쳐내고 있는 곳. 다만 이스라엘 군인과 차량 그리고 이스라엘 국기만이 힘차게 펄럭이는 곳. 무슨 축제날인지 유대인들의 요란한 음악과 춤이 그 한편으로 펼쳐지는 곳. 


아브라함과 이삭, 야고보의 무덤이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막벨라 동굴(이브라힘 모스크)를 둘러싸고 유대인과 무슬림의 갈등이 있던 곳. 모스크 안에는 두 종파의 조상이라고 하는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고보의 무덤이라 불리는 곳이 있지만 그래서 피가 멈추지 않는 곳. 1994년, 유대인 청년에 의해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인해 아랍인 29명이 사망하고 125명이 부상을 당한 비극의 공간. 그곳은 한때는 교회이기도 하였고 모스크이기도 하였지만 곁곁이 쌓여온 종교의 역사만큼이나 얼룩진 원통한 죽음의 터. 유대인도 무슬림도 기독교인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곳. 그들의 발걸음이 과연 덕지덕지 쌓여 있는 피를 씻길 수 있을까? 아님 그 피의 두께를 더하는 발걸음일까? 궁금해지는 곳. 무엇을 위해 종교가 있는 것인지 묻게 되는 곳. 하나님이 지금의 이 모양을 위해 예수를 이 땅에 보냈을까 또한 궁금해지는 곳.


그래도 헤브론은 서안지구에서 가장 큰 도시 답게 팔레스타인들의 삶의 일상을 엿볼 수 있을만큼 활기차다. 이스라엘의 점령 하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의 삶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하루 하루를 견디며 가족을 돌보는 삶이라고 말하면 너무 잔인할까? 그래서 그들은 활발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다. 가족의 생명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기에. 이번 방문에서 들렸던 유리자기 공장과 직물공장은 작고 작은 것이었지만 그들의 아랍 전통을 유지하고 전수하며 하루를 견디기 위한 벌이를 위해 가족들이 그리고 형제들이 열심히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우리 어머니, 할머니, 아버지,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에게 희망을 묻기에는 너무나 겁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해방의 기쁨과 독립의 희망이 있어 하루 하루를 견디며 수모를 감내하고 살았을까 질문하게 된다. 그들도 자식과 가족을 건사하는 것이 우선이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당장의 희망은 밥세끼 안굶기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들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를 헤브론 땅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 헤브론,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가장 큰 도시. 다윗이 예루살렘으로 수도를 옮길 때까지 약 7년 동안 연합 이스라엘 왕국의 수도였던 곳.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로 여겨지고 있다. 요르단 강 서안 지구 무역의 중심지이며 포도와 무화과, 석회석, 도자기 공예품과 유리 공예품, 유제품이 생산된다. 도시 이름은 히브리어로 "친구"를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교회와 모스크로 반복돼 사용되었다. 1995년 9월 28일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관할하는 도시가 되었고, 1997년 1월 17일 헤브론 협정에 따라 시 전체 면적의 80%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소속 치안부대가 관할하게 되었고 나머지 20%는 이스라엘군이 관할하게 되었다.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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