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리가 큰 사람'과 '울림이 있는 사람, 삶'
그래도 한해가 마무리되는 시간들이라 그런지 한해동안 이런 저런 일들이 기억된다. 올 한해가 특별히 유난스럽다. 좋은 일도 좋은 사람을 만나는 기억도 또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던 기억도..
어제 철원에서 오는 버스 안 혼자만의 시간이 참으로 좋았다. 청주에서 공주까지 조치원과 연기를 들리고 세종을 거쳐 오는 버스는 지루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었다. 휴대폰 배터리도 방전돼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무료하게 만들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캄캄한 차안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고, 밤새워 함께 이야기 나눴던 친구들의 목소리와 며칠 사이에 가졌던 마음들이 하나씩 명료하게 떠올랐다. 참 쉽지 않은 세상이다.
후회하는 마음과 좀 더 잘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들이 생각을 지배하며 답답한 가슴에 아픔이 찾아오기도 한 시간이다. 한달의 시간이 나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다.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들도 알게되고 깨달음이 무엇일까, 내가 갖고 있는 화두, 나의 고민이 무엇인가를 다시 되새김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날선 사람으로 살아온 것은 아닐까? 나만의 테두리에서 판단하고 평가하고 있었떤 것은 아닐까? 나를 견디고 버티며 살아가는 힘들을 이런 것으로부터 찾지는 않았을까? 여유와 여백이 있는 삶을 살고 사람과 생각들을 담고자 했지만, 실제 내가 품고 싶고, 담고 싶은 것들만 챙겨온 것은 아닐까?
가장 큰 생각은 이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확인하며 이것으로 혹 나를 견디는 힘으로 삼지 않았는가? 내가 담고 품고자 했던 여백의 공간이 작지는 않았던가? 차이를 존중한다하며 상대를 평가하는데 익숙하고, 담고자 한다며 나의 여백의 틀을 협소하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이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날선 사람이 되고, 소리가 큰 사람이 되고,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지는 않았을까? 고민이다. 그런 사람일까?
나의 따뜻함이 허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나의 넉넉함이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유리처럼 약하다는 생각, 나와의 친근함이 다른 사람에게는 폭력일 수도 있다는 생각, 나의 삶의 깊이가 언제든 상처받기 쉬울 정도로 너무 얇다는 생각.
참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럽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집단에 대한 해석, 그리고 차이와 존중과 조직과 권위와 운동과 삶. 모든 것이 새롭게 생각되고 정리되어야 할 문제들이다.
관계와 고민과 갈등을 포기하면 너무나 쉬운 일이다. 나만의 삶으로 나만으로 생각으로 후퇴한다면 그리고 나만의 세상의 잣대로 나와 관계를 해석하고 살아간다면, 이 또한 쉽게 찾을 수 있는 삶의 한 방편일 것이다. 어찌보면 이런 류의 삶이 명료하고 똑똑하고 상처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이해관계자의 삶일 수 있다.
하여튼 시간을 더 가져보자. 잠자는 시간도 생각하는 시간도, 몸을 푸는 시간도.
하여튼 하나의 결론은 혼자 살든 여럿이 살든 '소리가 큰 사람'보다는 '울림이 있는 삶'을 살아보자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지만 안되는 가장 큰 리트머스로 집에서 아이들하고 부터.... 사실 집에서도 큰 소리를 많이 내는 편이 아닌데 몸이 힘들고 내 생각에 이해되지 않는 일에 가끔 큰 소리가 나고 후회하고를 반복하고 있다.
내 맘에 안닿아도 그리 살아보자. 소리가 큰 사람이 아니라 울림이 있는 사람으로. 그럼 조용히 살아야하는 걸까? 이건 무지 고민이다.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닌 집단안에서의 삶에서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을지.. 울림이 있다는 것에 마음은 쉽게 가지만, 소리가 크지 않다는 것은 무엇일까? 소리가 크지 않은 사람이라는 느낌은 팍 오는데, 쉽지 않다. 더 생각해보자.
인자는 고향에서 배척받는다고 했는데, 예수도 자기 집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했는데..
'소리가 큰 사람'과 '울림이 있는 사람, 삶', 함께하는 집단 안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개인의 삶에서는 어찌해야하는지, 이것이 향후 나의 삶의 진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며칠 사이의 관전포인트.
2012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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