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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의 끄적거림/숨

비오는 날의 장독대

by yunheePathos 2013. 4. 6.



비가 오네요.

봄을 맞이하기 위한 마지막 행사인 것 같습니다.
이미 봄은 와 있건만 비가오면 또 추워진다고 합니다.

한식이라 시골집에 와 있습니다.
아침 일어나 장독대가 문득 눈에 들어왔어요.

어렸을 때 그렇게 높고 크기만 했던 장독이었는데, 
이제 장독대도 세월에 지쳤는지 작아지고 볼품없어졌습니다.

멋졌던 장독대는 이제 내 눈과 마음에만 있나 봅니다. 
어렸을 때 참 많이 깨기도하고 혼나기도 하고 했지요.

햇살이 한가득인 날에는 어김없이 이름모를 산나물들의 전시장이기도 했습니다. 
두껑을 열어 온갖 장들이 숨을 쉬게하기도 하고, 

갑자기 비가오기라도 하면 
놀다 뛰어들어가 제일 먼저 한 일이 두껑을 덮어주는 일이었죠. 

어린 시절 나의 보직이었답니다.
이제 장독대도 추억으로만 있나 봅니다.

삶의 묵은 맛을 
장독대가 아닌 내 인생에서 
찾아야 할 시간이 된 만큼이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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